석제환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
‘대덕이여, 이 꽃이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빛깔[色] 또한 나지 아니하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도 나지 않습니다.’ |
수보리는 말하였다. |
‘교시가여, 이 꽃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빛깔 또한 나지 않는다 하는데, 만일 나지 않는다면 이는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 또한 나지 않는 것이라 하지 못합니다. 만일 나지 않는다면 이는 의식[識]이라 하지 아니하며, 여섯 가지 감관ㆍ여섯 가지 의식ㆍ여섯 가지 닿임과 여섯 가지 닿임의 인연으로 생긴 모든 느낌 또한 그와 같습니다. 단(檀)바라밀도 나지 않으리니 만일 나지 않는다면 단바라밀이라 하지 아니하며, 내지 반야(般若)바라밀도 나지 않으리니 만일 나지 않는다면 이는 반야바라밀이라 하지 아니하며 내지 일체종지(一切種智)도 나지 않으리니 만일 나지 않는다면 이는 일체종지라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
그러므로 알라. 만 가지 법은 모두가 남이 없음[無生]에 모이며 천 갈랫길은 모두가 종경(宗鏡)으로 돌아간다. |
선덕(先德)이 이르기를 “이제 부처님의 세 가지 몸[三身]과 열 가지 바라밀[十波羅密]로부터 보살의 남을 이롭게 하는 행[利他行]에 이르기까지 다 같이 제 법의 융화와 변전에 의하면서 행해진다. 곧 중생의 마음속에는 진여 본체[體]의 절대(絶大)함이 있는지라 오늘날의 수행으로 법신(法身)을 끌어내고, 마음속에는 진여 형상[相]의 절대함이 있는지라 오늘날의 수행으로 보신(報身)을 끌어내며, 마음속에는 진여 작용[用]의 절대함이 있는지라 오늘날의 수행으로 화신(化身)을 끌어내며, 마음속에는 진여 법성으로서 스스로 간탐 없는 것이 있는지라 오늘날에 법성을 따라 간탐 없음을 수행하여 단(檀) 바라밀 등을 끌어낸다”고 함과 같다. |
그러므로 화엄경의 게송에서 이르기를 “문수(文殊)의 법은 언제나 그러하고/ 법왕(法王)에게는 하나의 법뿐이니/ 온갖 것에서 걸림 없는 사람은/ 하나의 도(道)에서 생사를 벗어나리”라고 했다. |
또 게송에서 이르기를 “금강산(金剛山)ㆍ철위산(鐵圍山)의 수가 한량없어도/ 모두를 하나의 터럭 끝에 둘 수 있다/ 아주 큰 데서 작은 모양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