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中元陽將盡 非菊之花 烏得爲重陽 然則天地之無私 菊之非妖 亦可見矣 其開於秋 而不開於春時也 不開於秋 而開於春 反是妖也
세상에서 음력 7월 보름날 드러내어 다하는데, 菊花아닌 꽃이라면 어찌 음력 9월 9일을 맞을 수 있을까? 그러나 天地는 사사로움이 없기에, 菊花는 怪異하지도 않고 또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가을에 피고 봄에는 피질 않는 때이니, 가을에 피지 않고 봄에 피면 도리어 이것이 怪異한 것이다.
※中元: 陰曆7月15日, 百中, 百種, 伯衆, 亡魂日이라고도 함. 重陽: 陰曆9月9日
鳳凰瑞鳥也 出於聖人之國爲祥 出於桀紂之國爲妖 亦其不時而出也 故易以識時 爲務人之道 亦然當此 勿用潛居 可也
鳳凰은 祥瑞로운 새이다. 聖人의 나라에 나타나니 祥瑞로운 것이요, 桀왕이나 紂왕의 나라에서 나타나면 怪異하니, 역시 때가 아닌 때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易經은 때를 알게 함으로써 사람을 힘쓰게 하는 道理이니 또한 그렇다면 마땅히 이를 쓰지 않고 숨기는 것도 可하다.
※潛居: 남몰래 숨어 있음.
余於凉泉山中 結茅數間庭 種菊花 晩節數朶 送香襲人 余有感發爲記 舊主淵明 羲皇上人 今主應秀 淵明上人也
내가 鎭川郡 凉泉山(양천산) 산중에 살 때, 볏짚으로 엮은 조그만 집 마당에 菊花를 심었는데, 늦은 계절에 국화 몇 송이에서 향기가 사람에게 끼치니, 내가 感興이 일어 글을 쓰길, 옛 주인은 陶淵明(도연명)으로 세상을 잊고 숨어 살았으나, 지금의 주인은 應秀로 陶淵明처럼 산다네!
※鎭川郡 凉泉山(350m)은 文白面 중앙에 위치하고, 북쪽의 진천읍과 남쪽의 청주시 오창읍에 연결되어 있다. 문화유적은 봉죽리에 송강사, 장월리에 망북정, 구곡리에 농다리, 평산리에 남지 묘소 및 신도비 등이 있다. 玉城里·鳳竹里·溪山里·道下里·銀灘里·長月里·思陽里·平山里·九谷里·文德里·台洛里 등 11개 리가 있다. 朶늘어질 타, 꽃가지나 꽃송이를 세는 단위.
※陶潛(365-427): 중국 동진 때 시인. 호는 五柳先生. 字는 淵明임.
※羲皇上人: 복희씨 이전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을 잊고 한가하고 편안히 숨어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 도연명이 자신을 지칭하여 사용한 말로 世事를 잊고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陶淵明의 飮酒
結廬在人境 인적 없는 변두리에다 오두막을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 찾는 수레나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네.
問君何能爾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
心遠地自偏 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저절로 후미지네.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을 따며
悠然見南山 물끄러미 앞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운은 황혼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날던 새들도 서로 어울려 둥지로 돌아가네.
此間有眞意 이런 가운데 참다운 삶의 뜻이 있다는데,
欲辨已忘言 무어라 말하려 해도 할 말을 잃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