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는 언니가 한명 있는데 부모님은 언니는 아무것도 안시키고 나만 심부름을 많이 시킵니다. 아버지께서 막걸리 좋아하시니 주전자 들고 동네 막걸리 집에 가서 막걸리를 사다가 날라야 했습니다. 엄마는 밭에 일하러 가시면 감자 한바가이 주면서 감자 깎아 놔라고 하고 들에 갑니다, 어린 내가 감자 한바가이 깎는데 한나절 걸립니다. 엄마는 감자 다 못 깎았다고 꾸중을 합니다. 숟가락으로 긁는 것도 어렵습니다. 엄마랑 저랑 같이 감자 깎아서 삵아야 점심으로 먹습니다. 엄마에게 감자 깎는 것이 힘든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자꾸하면 된다라고 합니다. 어린 마음에 뒤뜰에 골단추 꽃도 따서 먹고 싶은데 꽃따서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엄마 밥하면 정지 들어가서 불도 떼야하고 정지 바닥도 쓸어야 했습니다. 부뚜막도 닦으라고 합니다. ‘엄마 솥이 뜨겁다. 연기도 나고’라고 말하면 ‘행주 갖고 솥 주의에 퍼뜩지나가면 된다’고 시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너거 아부지 밥무로 오라캐라’ 하면 밭에 가서 ‘아부지 밥 무로 오시라 합니다. 엄마가’ 라고 말씀을 전합니다. ‘그래 막걸리 있나’하고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몰라예 아까 사다 놨는데 아부지가 함 보이소’라고 대답합니다. 아버지는 식사 전에 막걸리 한사발 드시고 식사 합니다. ‘아부지 막거리 맛있어예?’ 물어보았습니다. ‘어린 것이 뭘 물어보노’ 나무라십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제가 하면 이쁘다고 말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을 저한테 시키면서 얼마나 미워하는지 저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시키는데로 일을 했습니다. 아부지께서 일어나면 돼지 죽 주라고 합니다. 꾸중물(쌀뜨물) 한바켓스 돼지 죽통에 붙고 딩겨 한바가지 주면 됩니다. 돼지가 좋다고 쪽쪽 잘 묵습니다. 엄마가 오늘은 니동생 업고 젖 먹이로 어느 논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동생 업고 엄마 일하는 논을 찾아 갔습니다. 엄마는 막걸리 사다 놨나 하고 물었습니다. 안사다 놨다 얼라 업고 언넝 집에 가서 막거리 사다놓고 보리쌀 씻어 놓으라고 합니다. 나는 얼라 업고 집에 오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막거리 사다놓고 보리쌀 씻는데 보리쌀이 버지기 밖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나중에 손으로 씻어니까 밖으로 튀어나가서 맨발로 발로 씻었습니다. 엄마가 들에서 와서 보고 야단칩니다. 손으로 씻지 발로 한다고 엄마 잘못했다고 빌고 또 빌고 동생 엉덩이를 꼬집었습니다. 동생이 앙앙 울었습니다. ‘얼라가 와 우노’ 엄마가 물었습니다. ‘몰라 자꾸 우네’ 하고 넘어 갔습니다. 아부지는 또 막걸리 한사발 잡수시고 맛좋다고 합니다. 저녁 밥을 해서 묵는데 나는 배가 고파서 밥 물라고 하니 니 아부지 숟가락 들거들랑 무라고 합니다. 엄마는 동생 다리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얼라 다리가 와 멍이 들었노 니가 꼬집었나’ ‘몰라 아까 울길래 쪼매 꼬집었다’ 말했습니다.
옆집 할매 한테 ‘할매 우리 엄마는 나만 일하라 카네 언니는 일 안시키고’하면 할매가 ‘아무소리 하지 말고 시키는데로 해라’고 말씀했습니다. ‘니가 크면 다 알게 된다.’ 하루는 보리 타작 하는데 막거리 만든 양조장(술도가)가서 막걸리 한말 갖다 달라고 심부름을 갔는데 양조장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동네 저동네 댕겨봐도 양조장집이 안보였습니다. 그럭저럭 한나절이 되어서 동네 할배 한테 물었습니다. ‘할배 막걸리 만드는 술도가는 어디 있습니까?’ 할배가 ‘막걸리는 머할라꼬?’ ‘보리타작하는데 심부름 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어예’ 막걸리 한말 저쪽 논위치 알려주면서 이야기 했더니 할배가 내가 가서 이야기 한다고 날 보고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보리 타작하는 논에 갔더니 얼마나 꾸중을 하는데 그래 막걸리는 갖고 오나 물어서 예 갖고 온나 카데예 하고는 집으로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 속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슨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냥 부모님 뜻에 따를 수 밖에 무작정 시키는데로 일만하고 지냈습니다. 주전자 들고 막걸리 사로 가는데 아지매 한 사람이 ‘니가 누구고 너거아부지가 델고 왔다카던데 니가 그 아이가’ 하는데 저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저는 이상하다 싶어서 ‘아지매 그게 무슨 소린데예’ 아지매는 ‘아니다 아무소리 아니다’ 라고 하고는 휭하니 가버렸습니다. 저는 궁금은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부모님 시키는 일에 더 열심히 생활했습니다.
아부지께서 장날 장에 가시더니 언니 옷이랑 우리 가족 옷을 사오셨습니다. 저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엄마는 언니, 동생 옷을 챙기시고 아부지가 옷하나 쥐더니 ‘이것은 우리집에 일꾼 옷’이라고 하면서 던저주셨습니다. 아부지는 저보고 일꾼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부지께서 무슨 소리 하든 나는 아지매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엄마한테 ‘엄마 얼라 몇 명 낳노’ 웃으면서 물어보니까 ‘와 누가 무슨소리 하더나’ 물었습니다. ‘아니 엄마 언니는 일도 안하고 나는 막거리 받아와야 돼고, 얼라봐야 되고, 돼지 죽도 주고 일이 많다. 언니한테 쪼매 시키면 안되나’ ‘니언니는 힘도 없고, 키도 작고, 약해서 안카나’ ‘응 알겠다 엄마 엄마 보리쌀 씻는 것은 잘 못하겠다 밖으로 뛰어나가서 알라 업어주면 안되나’ 했더니 ‘얼라도 업고, 돼지죽도 주고, 보리쌀도 씻고 하면 좋다. 니 아부지 막걸리는 꼭 사다놓고’ 하시고는 들로 나갔습니다. 한나절이 되어가는데 얼라 젖먹이로 엄마 있는 논을 찾아서 가는데 길 가운데 송아지가 날 쳐다보고 ‘음메’라고 우는데 나도 무서워서 울고, 얼라도 울고 한참을 울고 있는데 할배가 ‘와우노’ 물었습니다. ‘송아지가 무서워요’ ‘어허 참’ 하시면 송아지를 잡고 ‘얼렁 지나가거라. 얼라 배고프겠다.’ 하시면서 할배 혼자 중얼 거렸습니다.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노’ 하시는데 제가 눈치를 쪼매 알아 챘습니다. 할배가 ‘저 죄를 우째 다 받을라 카노’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