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빼곡히 쌓인 헌책방.
그런 공간이 모여있는 헌책방 거리.
대구에 헌책방 거리를 다녀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한 헌책방.
입구에 67년동안 자리를 지킨 집이라 쓰여있어 어떤 곳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헌책방에 들어가니 사장님은 졸고 있었고, 손님 한 명이 한가롭게 책을 고르고 있었다.
헌책방 곳곳을 기웃거렸다.
노오랗게 바래진 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참을 구경하는데 사장님께서 먼저 말을 건내주셨다.
"젊은 청년들, 이리와서 사과 좀 먹을래요?"
흔쾌히 "예, 고맙습니다." 답했다.
사과는 헌책방 단골 손님이 주셨다고 한다.
혼자서 다 못드시니 오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고 하셨다.
투박하게 깎은 사과를 내어주시곤 '이문세 노래' 를 틀어주신다며 컴퓨터 앞으로 가셨다.
헌책방에는 곧 이문세 노래가 가득찼다.
헌책방에 손님 한 분이 더 있었다.
두 분 다 월계책방에 단골 손님이었나보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가깝게 느껴졌다.
한참 헌책방을 둘러보고 나서는 길, 사장님께 "경주에서 헌책방을 하고 싶어합니다."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 경주는 헌책방 하기 좋은 곳이라며 분점을 내기 위해 3번정도 답사를 다녀왔다고 하셨다.
경주가 헌책방 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하신 이유는
첫째, 경주에 헌책방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 옛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 귀한 책들을 구하기 좋을 것이요.
셋째, 문화예술과 어울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헌책방을 하면 잘 될 거라 하셨다.
그러면서 헌책방을 하기 위한 기본도서지원 및 컨설팅도 해줄 수 있다며 명함을 건내주셨다.
도움을 받을지 안받을지 모르지만 도움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것 그 자체에 힘을 얻었다.
해보고자 하는 일이 결코 무모한 일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께서 헌책방을 위해 준비하면 좋은 점과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먼저 책 분류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찾기 편하고, 정리하기 편해야 한다며 십진분류법을 공부해보라 하셨다.
다음으로 헌책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을 파는 일보다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원하는 책, 입맛에 맞는 책만 사지 말고 들어오는 책은 적정가격으로 다 구입하라 하셨다.
그래야 다음에도 그 사람이 책을 팔러 올 수 있다고 하셨다.
헌책방 사장님이 아니면 듣기 힘든 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헌책방을 나서며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사장님은 입구까지 나와서 가는 길 잘 가라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 말씀해주셨다.
두 청년의 인생을 응원한다고 덧붙여주셨다.
월계책방에서 원하는 헌책방의 이상을 그릴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공간을 다시 찾고 싶어하는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식당,
좋은 책이 많이 있는 서점,
근사한 차가 있는 카페,
이것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이유의 전부일까?
인정을 먹고, 인정을 읽고, 인정을 나눌 수 있다면 발걸음이 절로 향하지 않을까?
대구에 내려와 뜻하지 않은 큰 배움을 얻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