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길거리에 쌓인 눈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도시는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얼어붙은 채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할 말이 너무 많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고운 얼굴을 마주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모두 목에 걸려버렸다.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그가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걸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손을 뻗어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그의 뒷모습만이 내 눈앞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든 걸까?' 사랑이란 건 행복하고 따뜻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왜 내 가슴은 이렇게 아프기만 한 걸까? 사랑은 항상 기쁨을 주는 줄만 알았던 내게, 이별이라는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게 정말 맞는 일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아무리 물어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떠나기로 결심한 날, 나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했다. 하지만, 그 길은 내가 먼저 걸었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고난이 따르는 길, 힘든 길, 나만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는 나 대신 그 길을 선택해버렸다. 마치 내 고통을 대신 짊어진 듯, 그는 묵묵히 그 길을 떠났다. 나는 그를 막지 못한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내가 아닌 그가 그 길을 선택한 걸까?'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가운 날씨도 곧 풀릴 것이고, 얼었던 마음들도 따스한 햇살 아래 녹아내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게는 봄이 오지 않았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아직도 겨울의 찬 기운이 가득했다. 눈이 녹아내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안의 얼어붙은 감정이 더 선명해졌다.
나는 여전히 그의 따스한 손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다. 그 사람의 온기를 느낄 기회조차 없이 이별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게 정말 사랑일까?' 사랑이 이렇게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봄은 눈앞에 다가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그가 떠나간 그 길을 바라보며, 나는 그 길 끝에서 그가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길은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이었다.
**상사화 노래가사로 만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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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 조봉숙
꽃이피고 꽃이지고
잎이나는 한자락
지켜보는 내밀한 거리
늘 그 자리
서로 견딘 아득한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