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꽃샘추위
임 영 근
제주도의 동쪽 해안마을 도로변에 핀 수선화의 고혹한 자태가 봄기운을 불어넣는 완연한 3월 초순이다. 하얀 꽃잎 속에 노란 꽃술의 향기를 가슴가득 안고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184번지 지방행정연수원에 도착했다. 초입에 펼쳐진 넓은 천연잔디구장과 곳곳에 자리 잡은 수목들은 아직도 깊은 잠 속에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상수리나무와 자귀나무, 주목, 측백나무, 소나무들은 은백색으로 눈을 뒤집어쓴 채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제2기 5급 승진리더 과정” 그렇게도 소원하던 관리자의 관문 통과를 위한 6주간의 교육에 입교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총473명중 300번째로 학번을 받고나니 또 한번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우려와 초조함은 오직 나 혼자 만이었을까.
입교식에 이어 국립현충원 참배는 애국애족의 정신을 기리고 공직가치관 확립을 위한 시간이다. 우리는 예비사무관으로서 국가를 위해 영면하신 호국영령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새롭게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시작된 교육은 자기변화 촉진훈련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행정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공직자로서의 가치관을 바르게 하고 새로운 공직리더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의념을 이해하는데 민간업체 강사와 교육생들과 혼연일체가 된 듯싶었다.
예년보다 때늦은 추위는 잦은 폭설과 기상이변 탓이라는 TV에 보도되고 있다. 꽃샘추위는 한 겨울보다 더 추워서 꽃샘추위에 설늙은이도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꽃샘추위라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잦은 눈 날씨가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집합교육은 대강당에서 원내 교수님들께서 지방자치운영, 갈등관리와 협상전략
우리경제현실과 지역경제정책, 지방재정의 이해 등 4과목의 강의가 있었다. 대부분 임지에서 필요한 직무가치 향상을 위한 내용으로 제한된 6시간 강의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한편 주관식과 객관식평가에 대비하여 민법총칙, 행정법사례연구, 헌법실무 등 강의내용을 이해하기위해 인터넷과 도서관을 찾아가며 참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밤을 새우며 준비하는 경험도 했다. 6과목에 대한 학습의 평가결과는 앞으로 나의 공직생활에 큰 밑받침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문화유산탐방에서는 수원시의 “화성행궁”을 찾았다. 효성이 지극한 정조대왕의 남긴 많은 업적과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광주시를 중심으로 걸쳐 36.4㎢ 면적에 자리 잡은 “남한산성”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로 역할을 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그리고 남한산성공원 주변에 많은 문화재와 자연생태환경은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육생 남여 15명으로 구성된 분임조 자율 활동은 (2박3일) 현장체험을 통하여 얻은 활동사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제20분임에서는“일자리창출 추진사례 분석”을 위하여 현지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가 하면 서로 주인공 대역을 맡기도 하였다.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주)를 찾아 민간기업에서의 일자리추진 사례는 물론, 강원도 정선 5일장과 재래시장, 삼척항주변의 새벽인력시장 확인 등 현장에서 직접 얻은 노력의 결과이다. 무엇보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춘천시 후평2동에서 도로변 청소하며 환경미화원 체험은 춘천닭갈비와 메밀막국수 맛과 함께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느덧 지방행정연수원 산자락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산수유와 개나리는 가지마다 노란 꽃을 피우고, 매실나무의 솜방망이 같은 꽃봉오리는 노거수의 오랜 세월을 부러워하듯 앙증맞게 얼굴을 내밀었다. 며칠이 지나면 목련나무 가지에 꽃이 피고 난 자리에 새잎이 돋고 녹음이 질것이다.
역사 속에 관직에 있던 정치인들은 유배지를 선택할 때 산중오지나 낙도 중에 빼어난 곳으로 떠났다. 죄수에 대한 마지막 관용이었을까. 아니면 속세를 떠나 담담하게 세월이나 낚으라는 심오한 의도였을까.
문득 추사 선생의 귀향지에서 부인에게 보낸 편지 문구가 떠올랐다.‘매양 잘 있노라 하시 오나 말씀이 미덥지 아니하오니 염려만 무궁하오며 부디 당신 한 몸으로만 알지 마옵시고 이 천리 해외(海外)에 있는 마음을 생각해서 십분 섭생을 잘하여 가시기 바라오며...’
조직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방행정의 초임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5급 승진리더 과정의 이제 끝자락이다. 그동안 5급 승진예정에 요구되는 초임리더로서 손색이 없도록 직무수행 능력 향상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성과를 얻었다. 이번 교육은 공직생활에 있어 활역소를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끝으로 조직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방행정의 초임리더를 양성하는데 헌신 해주는 이상복 원장님을 비롯한 지방행정연수원 소속 관계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2기 5급 승진리더 과정교육에 어려운 조건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학습했던 동기여러분들 김, 부, 노, 유, 안…… 사무관들께 축하의 꽃다발을 보내고 싶다.
꽃샘추위 이겨내고 피는 꽃은 새봄과 함께 우리의 희망과 생명의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