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왜 같은 사람에게 세 번 속을까
◉실용인문학#26》0723 삶이 증명한 살아 있는 지혜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6시간전
한 번은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 상대의 실체를 몰랐을 테니까요. 두 번째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믿고 싶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세 번째는 다릅니다. 세 번째는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됩니다.
처음 속았을 때는 상대를 탓합니다. 그가 거짓말을 했고, 나는 몰랐을 뿐이라고요. 이 단계에서는 피해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속았을 때는 조금 다른 감정이 섞입니다. '설마 또 그럴까' 하는 안일함, 혹은 '이번엔 진짜일 거야'라는 희망이 판단을 가립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내가 아닌 상대를 탓하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다릅니다. 이미 두 번의 증거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그 사람을 믿기로 선택한 것은, 상대가 나를 속인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속인 것에 가깝습니다. 진실은 이미 눈앞에 있었는데, 그것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마음이 작동합니다.
첫째는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정이라는 미련 때문입니다. 관계가 깊고 오래되었을수록, 상대의 배신을 인정하는 것은 곧 내가 살아온 시간 전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계를 끝내는 아픔 대신, 차라리 한 번 더 믿는 쪽을 택합니다. 그것이 당장은 덜 아프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입니다. 처음 그 사람을 믿었던 내 안목과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완강하게 그 사람을 믿으려 합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입니다.
셋째는 익숙함입니다. 그 사람에게 속는 패턴조차 익숙해지면, 사람은 새로운 불확실함보다 차라리 낯익은 상처를 택하곤 합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보다, 이미 겪어본 배신이 차라리 덜 두렵게 느껴지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같은 자리에서 넘어져 보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시 믿었던 결과는 또 한 번의 뼈아픈 감당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깨달은 소중한 진실이 있습니다. 상대가 변하지 않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 명백한 사실을 나 스스로가 계속 외면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세 번째 속지 않는 법은 사실 단순합니다. 상대의 손패를 읽으려 애쓰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사람을 다시 믿으려는 이유가 그의 진짜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 변화를 그저 믿고 싶은 것인지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것. 그 질문 앞에서 정직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세 번 넘어지는 일을 멈추고 온전한 주체성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