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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올해 4월 국립국악원은 “조망과 모색: 국악통계”를 주제로 국악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문화예술통계를 추진하는 유관 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국악의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중 특히 ‘국악산업 통계조사 경과보고’는 ‘국악공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국악 관련 활동의 활성화 또는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추진 배경 및 목적으로 하고 있어, 국악인으로서 밥벌이를 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의 내용을 읽다 보면 오히려 국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만이 필요한 전부라고 여겨지지는 않게 된다. 특히 국악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크게 겪는 애로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를 읽다 보면, 되려 산업 종사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먼저 눈에 띈다.
이 조사보고에 따르면 국악산업인들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국악시장 규모의 축소’를 꼽았다(45.9%).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음악산업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임을 알고 있는가? 그러니까 국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실제로 시장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큰 시장규모 속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음악 공연 관람에 돈을 가장 적게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어려움으로는 ‘미흡한 정부지원’이 꼽혔는데(22.5%), 글쎄, 사실 여러 음악 분야 중에서도 국악은 특별히 관련 제도가 많은 상황이니 이 역시 실제로 직접적인 이유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오히려 국악산업 종사자들의 요구대로 정부 지원이 든든하다면,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정책적으로 국악에 대한 육성과 투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해준다면 정말로 유료관객 비중을 늘릴 자신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다음으로 ‘관련 시장 정보의 부족’(15.2%)이 꼽혔다는 대목에도 의구심이 든다. 사실 시장정보란 음악시장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전체 성장의 핵심이다. 이미 음악산업 시장에서는 ‘누가, 어떤 음악을, 어떤 경로로 유입하여, 어떤 서비스로, 언제’ 듣는지 포착하여 통계가 나오고 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정보가 부족해서 어렵다’ 라니,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 국악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통계에 나타난 이런 이유들보다도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시장규모를 키우고 효과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자발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음악산업이 어떤 성장국면을 맞이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유료 관객을 늘리는지’,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본 글에서는 현 음악산업 시장에서 국악이 지닌 한계와 강점을 짚어보고, 오늘날 음악 이용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변모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국악 시장 흥행의 열쇠
스타 국악인이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의 음악산업의 중심은 스타들이다. 아이유는 이미 10년 전에 한 분기 매출이 60억원에 이르러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순히 혼자서 많이 벌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 한 사람으로 인하여 창출되는 음악산업 내 일자리만도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 레코드 엔지니어, 오디오 엔지니어, 음악감독, 세션 음악가, 프로듀서, 코러스, 온라인 음악 유통업, 음악공연업, 음악제작업, A&R(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 육성 등) 등 세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 외의 음악 산업 밖의 일자리와 가치창출, 그리고 소비 규모까지 고려한다면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렇게 ‘티켓파워’를 가진 스타 음악가가 대중적 명성과 부를 쌓고 음악산업을 확장시켜 온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18세기 오페라는 구매력이 생긴 당시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였고, 이들의 관람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디바가 탄생하였다. 어차피 돈 내고 보는 공연, 이왕이면 좋아하는 가수가 연주하는 날 맞춰서 보고 싶은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악분야에서도 비르투오조라고 불리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스타 연주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다. 디바와 비르투오조들의 공통점은 음악감상의 행위에 ‘구매’가 일어나는 환경에서, 스타성을 앞세워 기교적이면서도 화려하고 흡인력있는 공연을 연출하였다는 점이다. 이들로 인하여 공연의 ‘흥행은 곧 돈’이라는 공식이 굳건해졌다. 이러한 양상은 오늘날 대중문화의 스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우리 전통사회에는 문화적으로 스타 음악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무대 위의 감상용 음악이 별로 없었다.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는 음악들은 폐쇄적 공간 안에서만 목적을 가지고 연주되었던 궁중음악이거나, 아니면 양반들이 자기수양을 위해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전통음악의 흐름상 전문 음악인이 스타가 되어 음악으로 좌중을 매혹하는 쪽으로는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비교적 나중 시기에 이르러 판소리, 산조, 그리고 신민요 등이 무대에서 좌중을 휘어잡았는데 이 역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발달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대중에게 공연료를 지급받으며 이들이 수익을 거두었다는 기록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이 민간예술음악들이 풍류방음악이나 궁중의 아악보다는 스타를 앞세우는 오늘날의 음악산업에 편승하기엔 훨씬 적합하다. 당연히 이 음악들은 향유되던 시기에도 대중에게 어필하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래에 가장 국악을 대표하는 대중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판소리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몇몇 스타 연주자들을 필두로 하고 있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일약 스타가 된 송가인이 판소리로 갈고닦은 기량을 트로트로 뽐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김준수가 예능을 가미한 음악프로그램들에 잇따라 출연하여 판소리의 좌중을 휘어잡으며 대중의 국악이란 장르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특출난 실력에 멋진 외모와 말솜씨까지 갖춘 이들의 활동이 국악산업에까지 활력을 불어넣기까지는 역부족이다. 사실상 송가인은 판소리의 창법을 살리기는 했지만 대중음악에 해당하는 트롯으로 활약중이라 국악산업의 흥행이라 보기는 어렵고, 김준수의 활동은 아직 대중성을 확보하거나 소비를 발생시키는 팬덤을 형성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국악인들 중 음악시장논리에 따라 흥행몰이를 할 스타 국악인이 탄생하기란 이토록 어려운 지경에 있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오랫동안 티켓파워를 불러일으키는 스타가 음악산업의 중심 역할을 했는데, 스타 국악인이 좀처럼 자리잡기가 힘든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콘텐츠로 승부하다
음악시장을 뒤흔드는 스타의 존재가 흥행 성패의 오랜 절대요소라면, 20세기 들어서 생겨난 뮤직비디오는 새롭게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흔히들 20세기의 발명 중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술은 ‘녹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의 출현이야말로 음악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매체이다. 그 시작은 비틀즈가 <Paperback Writer>(1966)를 발매할 당시 곡과 가사 분위기에 맞는 배경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었다. 이들이 이걸 만든 의도는 애초에 콘텐츠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나머지 자신들의 곡을 직접 연주하러 가는 대신 상영할 수 있도록 한 것 뿐이다. 이렇게 뮤직비디오의 시작은 간단했지만 이 아이디어는 퀸이나 ABBA 등을 앞세워 점차 예술성을 띄게 되었고, 1980년대 MTV 채널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에 뮤직비디오 시대가 열렸다. 당시 발표하는 뮤직비디오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를 포함한 팝가수들은 더 이상 음원만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자신의 음악을 콘텐츠화하여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여기에는 영화에 사용되는 다양한 촬영기법과 이야기 전개, 최신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이렇게 탄생한 뮤직비디오는 더 많은 대중을 음악시장으로 강력히 견인해오는 힘을 발휘하며 음악산업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콘텐츠로서의 음악인 뮤직비디오의 인기는 다른 모든 영상들의 힘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유튜브 창사 이래 조회수 10억과 20억을 최초로 돌파한 동영상은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 뮤직비디오라는 점을 알고 있는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유튜브에서 역대 최장 기간 조회수 1위를 차지한 동영상도 <강남스타일>인데, <강남스타일>로 인해 이 기록을 빼앗긴 동영상 역시 뮤직비디오였고, <강남스타일>의 자리를 탈환한 동영상 역시 뮤직비디오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유튜브 역대 최장기간 조회수 1위 영상들은 계속 뮤직비디오가 계보를 잇고 있다는 뜻이다. 뮤직비디오라는 콘텐츠의 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하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음악이용 조사 결과,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유튜브를 가장 많이(58.4%) 사용하고, 주 이용 음악 동영상 콘텐츠는 뮤직비디오가 48.3%로 단연 왕좌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뮤직비디오나 녹화기술은 콘텐츠로서의 음악 수용층이 대중으로 확장되는 계기였을 뿐, 녹화기술이 없던 시기라고 해서 음악을 귀로 듣기만 하고 만족했던 건 결코 아니다. 애초에 녹음이 있기 전에는 전부 실황음악이었지 않았겠는가? 연주하는 현장에 동시에 자리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지켜보게 하는 행위 자체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즉흥성과 현장성이 강했을 콘텐츠들은 당대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꼭 쥐고 절대 놓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오페라를 디바의 역량 측면에서 설명했는데, 깊이 들여다보면 오페라의 흥행은 결코 디바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막 경제력을 갖춘 대중에게 공연장의 무대 장치와 의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유혹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 더 일반적이다. 게다가 음악극의 스토리텔링은 아름답고 신비하면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멋진 주인공 남녀 가수가 호흡을 맞추어 연기와 노래를 해 대니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다 못해 국경을 넘어 서유럽 전역에서 돌풍적인 인기를 얻음은 당연할 밖에. 다시 말해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화려한 무대예술,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의 음악, 공연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만족감에 스타까지 더해지면서 오페라는 공연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콘텐츠를 관객에게 제공하였고, 관객은 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그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오페라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은 무대공간와 스타성, 이야기의 결합이 콘텐츠로서 상품화한 전통이 자리잡게 되었고, 따라서 세월이 흐른 오늘날 전통의 고수 행위가 현재의 음악시장 논리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전통 음악장르로서 매우 큰 강점이다. 비르투오조의 위치를 계승하는 수많은 후계자들을 교육기관에서 양성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곡들로도 공연기획을 달리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전통이 유지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관객의 지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판소리는 경우가 다르다.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이라는 점, 혼자서도 수많은 좌중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스타성을 갖춘 명창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 등은 비슷하지만, 당대에 대중을 상대로 공연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아니었다. 그리고 당시에 비교적 소박한 한복을 입었던 연주자들의 의상이나,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연장에서 연주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 오늘날 곧이 곧대로 재현한다면 화려한 볼거리에 대한 관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강남스타일>이 써내려간 기록이 싸이의 스타성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달성한 수치라는 점이다. 이는 국악계에 스타가 없는 빈자리를 콘텐츠로 채울 가능성이 엿보인 대목이다. 실제로 음악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국악 그룹들이 있다. 먼저 씽씽밴드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들을 가장 인상 깊게 만드는 트리거는 리드 보컬 이희문의 드랙퀸 스타일링과 자연스러운 무대매너일 것이다. 처음의 시각적인 충격을 지나고 보면 서서히 이들의 전통 그대로이면서도 동시에 펑크,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음악에 숨죽이고 집중하게 된다. 조금 더 듣다 보면 이희문과 추다혜의 뛰어난 실력과 호흡, 그리고 신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기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콘텐츠화하여 순식간에 사람들을 황홀경에 빠트렸다. 홍대에서 잘 노는 밴드였던 이들은 한국인 최초로 NPR의 Tiny Desk Concert에 초대받으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씽씽밴드의 해체 이후 리더였던 정영규가 2019년 결성한 그룹 이날치는 <범 내려온다>를 현대무용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함께 촬영한 영상 하나로 일명 대박을 쳤다. 알다시피 <범 내려온다>는 전통 판소리 대목이요, 전통 판소리 창법으로 장단만 다듬었을 뿐 어려운 가사도 현대와 동떨어진 내용도 고치지 않았다. 여기에 힙한 베이스라인과 리듬감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음악 자체에 쏟아지는 평가는 가히 자랑스럽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는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이날치의 음원과 함께 발표되었던 정식 뮤직비디오는 다소 난해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 온 스테이지의 네온 테마의 무대와 롱테이크 카메라 워킹, 절묘하면서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의상이나 안무까지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대단한 시너지효과를 내며 대중에 각인된 것이다. 좋은 음악이 콘텐츠화되어 성공한 케이스다.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음악, 거짓말처럼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아낸 음악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이목을 끌 콘텐츠로 곱게 포장되지 않았을 때에는 대중이 그 음악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범 내려온다>의 사례는 전통에 기반한 음악이 세련된 편곡과 영상미, 무대연출, 힙한 안무, 재미난 가사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모든 제반 요소들을 갖추었고 적중했다는 선례를 남겼다. 한 마디로 스타 없이도 좋은 음악과 이를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로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다.
아직도 국악을 소재로 하는 동영상들의 화면은 대체로 단아하게 연주자가 한복을 입고 그윽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나 녹음실 아니면 자연이나 한옥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모습들이 평면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악 관련 동영상 중 인기있는 요소로 국악 커버곡들이 약진하는데, 이들의 화면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정적인 애니메이션 정도로 단순하다. 이제 보니 마치 비틀즈가 우연히 만든 최초의 뮤직비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순한 구성이다. 국악에서 앞으로는 이야기를 담은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한다. 음악에 무언가 콘텐츠를 넣기 어려우면, 기존의 멋진 콘텐츠에 음악을 새롭게 제공하는 식의 시도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유튜브에서 ‘국악’ 키워드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핑크퐁의 국악동요이니까 말이다(2021년 11월 기준 조회수 2288만회).
국악을 도구로 써도 괜찮아, 너니까.
음악 얘기로 돌아와 보자. 일견 파격적인 국악인으로만 비쳐지는 이희문과 이날치는 알고보면 각기 민요와 판소리의 실력자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해석에 있어서도 원작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언뜻 알아듣기 어려운 가사도,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창법도 전통을 고수한다. 그리고 장구나 북 등의 소박한 반주에 불렀던 전통에 기반하여 밴드를 꾸릴 때에도 건반이나 일렉기타는 제외하고 베이스기타와 드럼 위주로 편성한다는 점도 닮았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것을 해야지!’며 무작정 퓨전이나 창작을 목적에 두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겠다.
이희문: "당시에도 예술 하는 사람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 자기 스타일대로 놀았죠. 제가 하는 민요도 몇 백 년 이어진 게 아니라 100년 내외의 소리예요. 그게 지금 경기 민요를 내 맘대로 비트는 명분이고요. … 민요의 전통이 그래요. 잔칫집에서 메들리로 많이 불렀거든요. 잔칫집은 극장이나 무대 개념이 없어요. 문턱도 없고 경계도 없고 선을 막 넘어서 노는 거예요. 즉흥성이 난무하죠.”
안이호(이날치 보컬): “흥선대원군, 고종 때 했던 판소리랑 정조 때 판소리랑 같은 판소리일까요? 아니란 말이죠. 지금 제가 그냥 즐기는 게 21세기의 판소리라고 생각해요. 갓 쓰고 도포 입고 하는 것도 21세기의 판소리고, 이날치를 이렇게 하는 것도 21세기의 판소리인 거죠.”
이들은 과거의 음악을 표상적으로 각주구검(刻舟求劍)하지 않는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 정수를 존중하며 자신은 자신이 태어난 대로 즐길 뿐이라며 명쾌하게 말할 줄 안다.
당연하다. 국악인도 국악을 배우고 연주하는 시간 외에는 21세기의 사람이다. 아니, 그 시간조차에도 21세기의 사람이다. 당연히 시대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때로는 예술인으로서 더 예민하게 앞서나가지 않겠는가. 이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열심히 갈고 닦아 실력을 길렀고,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로 자신의 감정과 음악의 즐거운 본질에 충실하고 있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국악을 사용하는 데 재미가 붙고 그 에너지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데로 이어졌을 것이다.
음악인들은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연주하기로 선택하고 피나는 연습과 오랜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거쳐 무대에 서는 이들이다. 이들은 말보다는 자기가 갈고 닦은 음악이란 도구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넨다. 누군가의 도구는 피아노, 누군가의 도구는 기타, 누군가의 도구는 싱어송라이팅, 누군가의 도구는 민요, 누군가의 도구는 춤, 누군가의 도구는 작사가 될 것이다. 이희문이나 안이호가 인터뷰에서 꼬집었듯 국악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스스로를 틀에 박힌 연주만 하도록 하는 일은 스스로를 오히려 음악(국악)의 도구로 삼는 일이다. 국악인이라는 허구의 틀을 벗고, 스스로를 음악인이자 예술인으로 인식하고 국악은 나의 가장 편안한 도구임을 되새긴다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 자체가 보고 듣는 이를 사로잡는 콘텐츠가 된다.
3. 더 가까이
다시 음악시장의 판도를 이끌어가는 대중음악으로 돌아와보자. 음악시장의 소비자들은 더이상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며 감탄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이들은 아티스트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이러한 대중의 요구에 따라 심심찮게 등장하던 신비주의 콘셉트는 온데간데 없이, 아티스트마다 적극적으로 각종 예능과 인터뷰에 응하고 가능한 대중 앞에 얼굴을 자주 비춘다. 앞서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주 이용 음악 동영상 콘텐츠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전달하는 뮤직비디오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전년도에 비하면(59.3% → 48.3%)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오랫동안 음악 동영상 절대 강자였던 뮤직비디오의 점유율마저 무너트린 새로운 관심은 어디로 다 갔을까?
주 이용 음악 동영상 콘텐츠 시청 비율에 가장 큰 상승을 일군 주제는 바로 아티스트 일상 콘텐츠였으며, 전년도 3.6%에서 6.6%로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6.8%에 불과했던 일반인콘텐츠가 9.7%로 급상승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뮤직비디오에 이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방송프로그램 클립영상이 17.0%에서 19.7%로, 다음으로 라이브클립도 8.6%에서 9.7%로 상승하였다.
종합하면 음악이용자들은 아티스트의 음악과 그 콘텐츠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와의 개별적 거리를 좁히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대중의 요구는 ‘비대면 음악공연 외 희망하는 온라인 음악 활동’을 묻는 질문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온라인 음반 발매 쇼케이스(35.6%)가 첫째, 다음으론 온라인 팬미팅(25.4%),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영상통화 서비스(14.4%)와 온라인 채팅서비스(12.2%)로 모두 아티스트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요구하였다. 실제로 지금의 음악 이용자들은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실제 성격은 어떨지,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이번 곡에 대해 아티스트는 어떻게 느끼는지, 민트초코는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지 등.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질문기능을 일컫는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아티스트들 역시 팬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발벗고 나선 지 오래다. 과거에는 생일마다 선물과 편지를 셀 수 없이 받던 아티스트들이 이제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팬들에게 선물을 돌리거나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아티스트가 직접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서 공식 SNS계정에는 올리지 않았던 셀카나 일상사진을 팬들에게 공유해준다. 전국을 도는 팬미팅에서는 한명 한명의 이름과 대화를 기억하여 감동을 준다. 매일밤 브이앱을 켜서 팬들과 수다를 떨고, 수십만에서 수천 만의 팔로워에게 자신의 일상사진을 선물처럼 게시하고 댓글로 소통한다. 나아가 지난 6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2021. 11. 10 상장)에서 소속 아티스트와 1:1채팅을 할 수 있는 유료 구독서비스 ‘버블’을 출시하면서 2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120만명을 돌파했고, JYP, FNC 등 국내 15개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시장에서의 성공요인에 ‘얼마나 팬들에게 개별적인 경험과 감동을 주느냐’가 강력하게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기꺼이 돈과 시간, 정성을 쓰는 아티스트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에게 말을 건다면 어떨까? 엄청나게 충성스러운, 일당백을 하는 코어 팬덤이 길러지는 것이다.
이 모든 설명은 대중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범 내려온다>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 역시 이날치에 대해 알고싶어한다. 그러나 이들이 출연한 수많은 예능 방송들 가운데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화 전우치의 <궁중악사>를 창조해 낸 음악감독이 이날치를 만들었고 여기에 보컬 안이호가 “쑥! 쑥!”하고 추임새를 넣었다는 사실을 알면 즐거워한다. 알고보니 “쑥! 쑥!”이 아닌 “얼씨구! 얼씨구!” 였음을, 그리고 장영규 감독에게 전화받고 영문도 모른 채 현장에 불려나와 녹음했다는 뒷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에게 더욱 호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친밀감은 대중성과 인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귀여워서, 열심히 해서, 예뻐서, 재밌어서, 특이한 개인기가 있어서 등 어떤 이유로든 관심을 한 번 받기 시작하면 덩달아 본업인 음악까지도 안정적으로 인기를 얻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나는 국악인들도 앨범을 내며 활동시즌을 맞이할 때, 공중파나 온라인 개인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대중에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복을 입고 국악에 대해 설명하고 전통의 가치를 역설하는 일 말고, 그저 음악인으로서 나의 음악과 나의 행보를 전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한다. 그로 인해 생기는 조그마한 관심들이 결국 그의 음악의 발판이 되어 주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음악만을 위해 고독하게 연습해온 노력을 이제는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데에 기울이면 어떨까.
그리고 평범한 국악인들도 지금 당장 아무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홍보방법을 이 글을 통해 제안하고 싶다. 지금부터 자신의 개인 SNS에 찾아오는 몇 안 되는 댓글에 전부 대댓글을 달아주는 것이다. 우연히 들렀던 손님들은 당신의 대댓글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알게 모르게 국악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것이다. 그러고서는 금세 당신을 잊겠지만, 걱정 마시라. 전지전능하신 알고리즘은 금방 그들을 또다시 당신의 계정으로 데려올 것이다. 그러면 기억해두었다가 손님이 전에 달아주었던 댓글 내용이나 상대 계정을 잠시 살펴보고 얻은 정보를 가볍게 언급해주자. 그 손님은 이제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당신의 계정에 가끔은 팬 서비스라며 한복 곱게 입고 연주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 낯 뜨겁다면 악기나 악보 사진이라도 올리고, 달리는 댓글에 또 정성껏 답댓글을 달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러면 적당한 시기에 팬들을 위해 개인 라이브방송을 켜고 댓글을 읽고 답해주며 놀기도 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두 곡 정도 신청곡이나 자신있는 곡도 들려주며 함께 시간도 보낸다. 이제 이 사람들은 당신의 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신의 팬들로 인해 여러분의 온라인 연주회는 자연스럽게 정기적으로 열릴 것이고, 당신은 어느새 물 흐르듯 유료 오프라인 무대에 서 있을 것이다. 그 연주회에는 당신과 당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잘 아는 팬들이 있고, 그 자리에서의 연주는 그들을 위한 것이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무료로 티켓을 돌리고도 빈 좌석을 앞에 두고 연주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없고 기운빠졌는지를 기억해 보면, 나를 좋아하고 내 연주를 보기 위해 돈을 내는 관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귀중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국악이 전면에 내건 가치인 ‘전통의 창조적 계승’은 국악원과 국악학교라는 틀 안에서만 고민하면 아무래도 전통의 계승이라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그러면서 더 오늘날 함께 살아가는 대중과의 벽이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내고 온 팬들과 호흡하는 것은 국악인에게도 전혀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악인에게 아무리 작더라도 팬덤(유료관객) 양성과 소통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SNS는 음악 이용자의 놀이터
우리는 모두 놀기 좋아한다. 어릴 때에 놀이터, 오락실 뿐 아니라 학교든 학원이든 삼삼오오 모이는 그곳이 다 놀이터가 되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SNS는 놀이터가 되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음원, 뮤직비디오, 예능, 가십거리 등의 모든 콘텐츠는 이제 아주 대중적인 놀잇감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틱톡의 챌린지 놀이문화이다. 틱톡은 전 세계 10억 인구가 이용하는 세계 앱 다운로드 건수 1위의 플랫폼으로, 15초 이하의 짧은 동영상이라는 점과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 최적화 콘텐츠 추천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파급력을 가지는데, 여기에 반드시 음악이 사용되면서 음악산업에서의 틱톡의 지위와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걸그룹 에스파의 신곡 <Savage>를 비롯한 요새 안무들이 포인트 안무 개념을 도입하여 곡의 주요 부분에 몸 전체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얼굴 표정과 손짓 위주로 춤을 추는 경향은, 사용자들이 틱톡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는 데 용이하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댄스 뿐 아니다. 가사의 맥락이나 리듬이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 등 숏폼(Short-form) 영상 콘텐츠로 놀기에 용이하도록 음악을 설계하는 것은 당연히 음악 이용자를 늘리고자 하는 전략이 되었다. 이는 음악산업의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인스타그램에서 15초 미만의 짧은 동영상이 전체 영상 피드의 약 45%를 차지하는 상황에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선택이다.
SNS의 참여 유도형 챌린지가 아니더라도 ‘내 가수’를 보고 또 보고 나아가 영업하고 싶어하는 팬들은 음악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밈으로 재생산하고 유포하고 있다. 공연이나 뮤직비디오의 특정 부분에서 멋진 구간, 실수해서 깜짝 놀라는 구간, 예능에 출연하여 입담을 뽐내는 구간, 예쁘게 혹은 소탈하게 웃는 구간, 그 외에도 그냥 걷는 모습에 효과음을 주기도 하는 등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글에서 앞에 열거한 모든 콘텐츠와 팬서비스, 음악 외 활동까지 전부 팬들의 놀잇감이 되어 인형 옷 입히기처럼 끝없이 예뻐해주고 더 사랑해주는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소재로 2차 가공·생산하는 일이 이미 놀이문화로 자리으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음악시장의 소비자에게 ‘청중(聽衆, 강연이나 설교, 음악 따위를 듣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이나 ‘관객(觀客, 운동경기, 공연, 영화 따위를 보거나 듣는 사람)’이라는 용어는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국악을 포함한 전통장르에서 아쉬운 점은, 아티스트들의 컴백주기는 긴 반면 활동량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간혹 ‘덕통사고’를 당하더라도 ‘덕질’이 재미있으려면 그에 대한 정보가 여러 매체나 공식 계정을 통해 제공되어야 그걸 팬들이 재생산하며 놀 텐데 소스가 부족한 것이다. 앞서 예시한 유명 국악인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충분히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에게까지 관심을 받고 외국인에게까지 이슈몰이를 하였지만, 정작 팬이 형성되어 이들을 덕질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음악콘텐츠 자체로만 승부하여도 이렇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받쳐주는 팬들의 활동이 비활동기에도 풍성하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최애 아티스트를 놓고 함께 놀 팬 무리가 없다는 것은 곧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도, 음원차트 순위권에 들지도 못한다는 말이므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 역시 누리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국악인들이 심심찮게 방송에 출연하여 순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더라도 금세 대중에게서 잊혀지는 이유이다.
흔히들 요새 가수들에게 ‘노래는 기본이요, 예쁘고 인성도 갖춰야 된다’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대중의 잣대가 너무나 가혹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타의 요건에는 ‘실력 있고, 인성 좋고, 외모 좋고, 팬들과의 소통까지도 갖추어야 함’이 보편적으로 공감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 채 ‘자고로 음악이란 귀로 듣는 예술이지!’라며 듣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아티스트에겐 작은 관심의 기회조차 주어지기 쉽지 않다. 때문에 대중음악의 움직임에 발맞춰 클래식이나 국악 등의 전통적 장르의 연주자와 단체들도 변화하고 있다고 보인다. 과거에는 예술음악 장르의 활동이란 음반발매와 연주회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개인 혹은 공식 SNS에 정기적으로 다양한 사진과 영상, 브이로그 등을 게시하고 있다. 아예 소통까지도 주무기삼아 맹활약을 펼치는 대중음악만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소통에 좀더 힘쓰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면에서 콘텐츠로 대중의 이목을 끌어낸 이희문과 이날치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희문은 공연 위주로, 이날치는 콘텐츠 위주로 각기 영감 넘치는 활동을 이어가지만, 대중이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도 몇 년째 변함 없이, 처음 ‘입덕했던’ 그 영상과 뉴스 인터뷰 기사 정도밖에는 뜨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정보를 더 알고 싶은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해 주자. 때로는 떡밥도 던져주자.
5. 나가며
최근 SM 엔터테인먼트 사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활약이 눈에 띈다. 에스파는 노래와 춤 실력은 물론 외모도 예쁜 현실세계의 멤버들과 가상세계의 아바타들로 구성된 8인조이다. 판타지 장르에나 나올 법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서사를 노래 가사로 스토리텔링하며 듣는 이들을 자연스레 ‘광야’와 ‘naevis’가 가 기다리는 에스파의 세계관으로 초대한다. 초대된 팬들은 이미 멤버들이 제안한 틱톡 챌린지를 수행하고, 춤 커버 영상을 올리고, 무대와 예능에서의 작은 습관들을 포착하며 귀여워하고, 별명을 붙이며 또다른 이미지와 세계관들을 역으로 구축해나가고있다.
이 글의 마무리로 에스파를 언급한 이유는 이들이 이 글에서 제시한 시장성의 요건 즉 스타성과 콘텐츠, 소통, 놀이터 제공의 모범적인 압축판이기 때문이다. 에스파의 사례는 오늘날의 음악 소비자가 음악을 단순히 귀로 듣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콘텐츠로 인식한다는 점과, 아티스트와 관객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SNS라는 가상공간에서 같은 춤을 추고 같은 놀이하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음악산업은 변화하는 소비자보다도 앞서나가 대중의 니즈를 명확히 꿰뚫고 충족시켜줄 것이며, 이 요구에 부합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음악산업의 “Next level”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국악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자 자랑이고 뿌리이다. 그러나 국악은 보전되기만 하는 존재라고 여겨지기엔 너무나 아깝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기회 역시 무한히 열려 있음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