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님'
여러분...소원님은 글도 잘 쓰시지만 표지도 잘 만드는 금손이라는 걸 아셔야합니다ㅠㅠㅠㅠ 저 옆에 깨알 경수들 좀 보세요ㅠㅠㅠㅠㅠㅠ저 중에 한 명이라도 내 주변에 있었다면 바랄 게 없을 텐데...^^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수니팬킥님'
헐ㅠㅠㅠㅠㅠㅠ제가 손글씨 표지 진자...와...저 이런 느낌에 정말 환장해요....제대로 취향저격당했습니다ㅠㅠㅠㅠㅠ 아 너무 예뻐요 정말로ㅠㅠㅠㅠ 막 빈티지한 이런 느낌 진짜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
'잔윤슬님'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옥의 대명사라는 말이 너무 귀엽게 느껴지네요ㅎㅎ 특히 경수 밑에 저 엑스표시를 가장한 개껌효과! 너무 센스있으신 거 같아요ㅎㅎㅎㅎ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익명님'
헐...진짜 너무 예쁘지 않아요 여러분? 효과가 우주인데 우주라기 보단 은하같고 은하라기 보단 정말 깨끗하고 맑은 시냇물 같아요ㅠㅠㅠㅠ 그 정도로 예쁜 표지라는 뜻입니다! 저한테 과분한 표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이님'
아 세상에 창의력 보스신가요...저는 이런 아이디어 생각도 못했어요ㅠㅠㅠㅠㅠㅠ 제 멋대로 해석하자면 지도? 같은데....한 나라의 땅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제가 틀린 건가요ㅠㅠㅠㅠ? 근데 정말 너무 예쁜 거 같아요 와...진정한 금손이 나타났다...와....사랑해요
'익명님'
으앙 귀여워요 너무너무ㅠㅠㅠㅠ같은 분이 쓰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글씨마다 다른 글씨체에 뿌듯한 엄마 미소를 짓고 말았네요ㅎㅎㅎ 심심하지 않게 제 이름을 세로로 적어주시는 센스까지! 너무 감사합니다 귀여워요ㅠㅠㅠㅠ
'봉봉지현님'
아윽...진짜 너무 귀엽쟈나...경수도 귀엽지만 이 표지 자체가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ㅠㅠㅠㅠㅠ 막 저 느낌표에 정말 소리치는 육성이 담겨있는 것만 같아요ㅠㅠㅠㅠㅠ아 귀여워ㅠㅠㅠㅠ 경수 표정도 그렇고ㅠㅠㅠㅠ 그냥 사진에서 씹덕이 흘러넘치네요!
'CO님'
이런 세상에...와나 정말 시중에 팔리고 있는 브랜드 로고같아요! 저 그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그런 느낌이 드네요! 표지 자체가 깔끔하고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 왜 다 귀여운 건지...손글씨 하나에도 이런 느낌을 내시다니...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다 낡은 흰색 운동화 앞코로 연신 공원바닥을 콕콕 찔러댔다. 서먹한 우리 사이의 거리를 조롱하듯, 초승달은 더욱이 밝게 제 색을 갖춰갔다. 그 눈부시기만 한 달빛아래,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건 아마 도경수와 나 둘뿐인 듯싶었다. 아까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얼굴로 내 옆에 앉아있는 놈에 대한 형상이 믿기지가 않았다. 한번 울렁이던 속이 좀처럼 나아질 리 없었다. 이젠 고개만 돌려도 툭하니 올라오는 메쓱거림에 고통이 배가 될 지경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멍한 눈으로 도경수를 바라봤다. 확연히 달랐다. 놈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경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유 없이 자기를 피하는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는 거였다.
한번 두 번, 짧은 손가락을 이용해 여러 번이고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숫자들을 되뇌여보였다. 아홉 번, 그리고 도경수까지 합하면 열 번.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경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전부 너까지 열 명이구나. 쓰릿한 마음이 잘게 퍼져갔다. 사실 알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경수라는 이름에 목을 매게 된 건지. 그래서 더욱이 부정했다. 어렸을 때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다 지나간 일이라고.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 아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난 쓰라린 고통의 무게를 더 이상 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사과라도 하고 싶었다. 우경수가 아니라면 같은 이름을 가진 누구에게라도 가서 사과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경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앞에 서면 자꾸만 내 몸이 굳어버리고, 입술이 말라가버리고, 심장이 조각나는 걸 어떡하느냐 이거였다.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다시금 투명한 빗물이 뺨 주위를 진득하게 아려왔다. 미안해, 미안해. 몇 번이고 꺼내고 싶었던 말을 가슴속으로나마 말하려 용을 썼다. 그 순간, 아무 말 없이 뚫어져라 앞만 바라보던 도경수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내가 병신 같고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어렸을 적 기억 하나에 뭐 이렇게 연연하냐고 그러겠지.
“처음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날 싫어하고, 배척하는 네가 죽을 정도로 싫었거든.”
“…….”
“그래서 나도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너한테 다가왔는데 막상 네 속마음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
“너도 나름 이유가 있었기에 날 싫어했다는 거 알고 있어.”
“…….”
담배 한 개비에 불이 켜졌다. 이번엔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담배를 꺼냈다.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더군다나 그게 나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뚜렷하지 못하고 버퍼링이 걸린 듯 뿌옇게 흩어져있는 도경수를 바라보며 느릿하게나마 두 눈을 깜빡였다. 내 속마음을 알고 있다. 어제와도 같은 레파토리였다. 아니, 그 전부터 도경수는 나 자신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을 수도 없이 눈치 채고 있었다. 꼭 그 모든 게 처음으로 경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놈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위로 같았다. 난 다 알고 있다, 네가 왜 나를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고 날 무서워할 이유도 없다고. 경수라는 이름을 저주라고 생각 안 해도 된다고.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이번에도 저가 들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 밑으로 떨어뜨리고 다 낡은 신발 밑창으로 몇 번을 비벼댔다. 꺼지지 않는 불씨에 꼭 지난날의 데자뷰가 생각났다.
“○○○.”
“…….”
“사람은 눈치가 없으면 안 돼.”
“…….”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하는 게 맞는 거야.”
눈물로 범벅이 되어가던 얼굴 근육이 느리게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건,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말투와 확연히 상반되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내 두 눈을 똑똑히 주시하고 있는 도경수를 봤기 때문이었다. 딸꾹, 당황스러움으로 얼룩진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초연한 달빛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더욱이 밝게 비춰왔다. 잠깐이나마, 그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 우경수 그런 놈 따위에 바보같이 휘둘리지 말고.”
“…….”
“우경수는 이미 지난 일이잖아.”
“…….”
“지금은 10년이 지난 현실이니까.”
“…….”
“그러니까 괜찮아.”
번쩍, 두 눈이 떠졌다. 이틀 연속으로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지 모를 정도로 술을 마셔댄 위장에게 심심한 위로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뻐근한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 서비스 마케팅 교수님의 수업이 한창인 칠판을 바라봤다. 언제 잠이 든 건지 창문 사이로 살근살근 불어오는 정오의 한가로움이 찡하게 스며들어왔다. 찡긋하고 콧잔등을 한번 기분 좋게 올렸다. 흐음, 꽤나 야릇한 신음도 새어나왔다. 술을 진탕 마시고 깼음에도, 지난날과는 달리 괴로운 고통 하나 없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다가왔다. 어제 도경수랑 무슨 말을 했더라.
‘징-.’
순간이었다. 얼마나 거칠게 잠들었으면 책상 구석 끝자리에서 간당간당 번지점프를 하려하고 있는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한쪽 팔을 뻗어 소리의 근원인 휴대폰을 잡아 올렸다. 수신자를 확인하는 내 눈이 반사적으로 두어 번 깜빡였다. 보연이었다. 바로 어제 아침, 우경수에 관한 것을 물어본 동창이기도 했다.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려왔다. 끼익, 기분 나쁜 의자 마찰음에 자동적으로 미간 사이에 주름이 졌다. 그럼에도 불규칙적으로 핀트를 올려가는 가슴부근의 두근거림은 조금도 멈출 기세가 없는 듯했다.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와 강의실 문을 닫고, 빠르게 휴대폰을 제 귀에 갖다 댔다. 나보다 더 다급한 목소리로 헐떡거리는 보연이의 목소리가 강하게 꽂혀왔다. 차마 쉽게 그 조각난 숨자리의 끝을 이을 수가 없었다. 명확히 그랬다. 무언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 야, ○○아. 네가 어제 갑자기 우경수 물어보고 나도 궁금해서 아는 애들한테 좀 찾아봐달라고 했거든?”
“……응, 그런데?”
- 그런데 걔 작년에 죽었대.”
“뭐?”
- 작년에 교통사고인가 뭔가로 그렇게 됐대.”
“…….”
- 근데 갑자기 넌 우경수 얘기는 왜 물어본 거야?”
희미한 탄식이 짧게 이어졌다. 난……그러니까 난. 차마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우경수가 날 기억하고 있을 거라던 시나리오도, 혹은 날 잊었을 거란 시나리오도 어느새 재가 되어 복도 사방으로 자잘하게 분해되고 있었다. 우경수는 이미 날 기억하지 못하는 저 위로 가버렸다. 그게 지금 내가 들은 말이었다. 미처 끊지 못한 전화에 같은 질문만 끊임없이 늘이고 있는 보연이의 안타까운 외침이 메아리마냥 여리게 울려 퍼졌다. 아, 우경수가 죽었다니. 이미 이 세상에 없다니. 아직 난 제대로 된 사과도 못했는데. 어제서야 도경수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는데, 다 지난 일이라 간신히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는데.
사람은 늘 일이 터지고서야, 혹은 지나고 나서야 쓸모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할 수 없는 후회를 하고, 또는 보여줄 수 없는 통곡을 한다. 파르르, 보랏빛을 띠며 처절하게 떨려오는 아랫입술과 함께 억지로 힘을 주고 서 있었던 두 다리가 불안정하게 비틀거렸다. 나는 이제야……이제야 조금 마음이 후련해졌는데 이제야 네 소식을 들었으니 어떡하냐, 어린 날의 잔인한 기억으로밖에 남길 수가 없는 거냐. 난 아직 너한테 괜찮다는 말을 듣는 소원을 이루지 못했는데.
“야, 수업 끝났어. 무슨 전화를 하루 종일 하냐?”
“…….”
“오늘 동아리 애들끼리 모여서 단합이라도 하자는데 너도 올 거지?”
“……동아리?”
“오세훈이랑 예희 누나도 온다던데. 아, 솔직히 둘 오면 하루 종일 애정행각만 하지 우리랑 얘기도 안 하면서 왜 오냐?”
“뭐?”
“응?”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오세훈이랑 누구?”
“누구긴 누구야, 예희 누나.”
“김예희? 오세훈이랑 김예희 언니랑 왜?”
“왜긴 왜야, 사귀니까.”
“뭐?”
“이 새끼 오늘 왜이래, 약 먹었냐? 둘이 사귀니까.”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두 눈이 첨예하게 가늘어졌다. 아직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남았는지, 전적이 없던 헛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뭔 소리야, 도경수랑 사귀잖아. 너야말로 약 먹었어?”
“뭐? 도경수?”
“…….”
“도경수가 누군데?”
“야, 김종대 너 진짜 왜 그래 오늘? 도경수 말야. 어제 같이 술도 마셨구만.”
“뭔 소리야, 나 어제 학교 끝나자마자 집 가서 잤구만.”
“…….”
“우리 학과에 도경수라는 애 있지도 않은데 무슨.”
서늘한 공기가 뒷목부근을 찌릿하게 통과했다. 대놓고 보기 흉한 인상을 찌푸리는 김종대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비추며 답답함 한숨을 지어내는 나였다. 우경수 일도 아직 다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새삼 쌩뚱맞은 이 말은 또 어떻게 받아 들이냐 이거였다. 그때였다. 아직 어제 마신 술이 덜 깬 것 같은 김종대를 잡아 세워 다시금 같은 말을 하려던 또렷한 시야 앞으로 어렴풋한 잔상이 짙게 드리웠다. 쉽게 형체를 파악하기 힘들어 반사적으로 눈꼬리를 가늘게 떠도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심하게 망가지는 눈앞의 형상에 어지러움 증까지 가미되기 직전이었다.
“얼른 가봐, 애들 오는데.”
“아, 그…….”
“왜.”
“응?”
“내가 여기서 네 손잡고 나한테사과해줘서 고맙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갈 수 있을 거 같아?”
“…….”
“그렇게 해줘?”
“…….”
“응? 그럼 애들이 또 너랑 나 친하냐고 물어볼 텐데?”
그 여린 형상은 우경수였다.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못해보고 이젠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내 어릴 적 아픈 손가락. 지지직. 그 순간, 마치 낡은 옛날식 TV가 채널을 바꿔가며 내는 소리와 같은 음성을 내며 다른 장면이 비춰졌다.
“지금 애들 오는 거 같은데.”
“뭐?”
“자리로 가는 게 좋지 않아?”
“…….”
“가뜩이나 어제 술자리에서 내가 너 도와줬다고 지들끼리 수군대는 거 같던데.”
“…….”
“나랑 엮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너.”
“…….”
“왜 그러고 서 있어?”
“…….”
“내가 뭐 김예희 대신에 너랑 사귀기로 했다고 소리쳐주기를 바래?”
“…….”
“그럼 애들이 너랑 나 무슨 사이냐고 또 오해할 텐데?”
이번엔 도경수였다. 왜 뜬금없는 타이밍에 놈에 대한 생각이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말 하나로 난 널 우경수로 오해했었지. 우경수 때문에 널 피하고, 도망치고 다녔었고. 물론 그게 다 오해였다는 걸 네가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날 싫어하고, 배척하는 네가 죽을 정도로 싫었거든.”
“…….”
“그래서 나도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너한테 다가왔는데 막상 네 속마음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
“너도 나름 이유가 있었기에 날 싫어했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 도경수는 알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내 모든 것에 대해서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전혀 알고 있을 단서가 없는 그 조그마한 것들까지 전부를 꿰뚫고 있었다.
“○○○.”
“…….”
“사람은 눈치가 없으면 안 돼.”
“…….”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하는 게 맞는 거야.”
눈치가 없으면 안 돼, 눈치가 없으면 안 돼, 안 돼……. 딱히 친하다고 정의하기도 어려운 놈이 유일하게 내게 두 번이나 했던 말이었다. 살면서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은 손에 꼽는데도 도경수는 두 번씩이나 내게 눈치가 없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던 한쪽 손에 묘한 힘이 들어갔다.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던 가슴께의 심박수가 미처 수치를 잴 수 없을 정도로 급하게 치솟아갔다.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 우경수 그런 놈 따위에 바보같이 휘둘리지 말고.”
“…….”
“우경수는 이미 지난 일이잖아.”
“…….”
“지금은 10년이 지난 현실이니까.”
“…….”
“그러니까 괜찮아.”
그때였다. 무언가 엄청난 쇳덩이가 멍하니 서 있던 내 뒤통수를 댕하고 때리기라도 하는 듯, 폭발적인 굉음이 들려왔다. 물론, 망상 속에 나 혼자만 들리는 환청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너무 생생한 그 소리에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잡고 있던 휴대폰을 복도 위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어제도 생각한 말이지 않느냐. 우경수한테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고,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면 그 말을 들어준 경수가 괜찮다고 웃으며 내 사과를 받아주면 좋겠다고. 딱 그거 하나뿐이라고. 그럼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고, 조금 죄책감을 덜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어어,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반복적으로 어벙한 말만 토해냈다. 일순간, 모든 게 멈췄다.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을 하고 있는 오세훈과 김예희도 그랬고, 신경질적으로 제 뒷머리를 헝클이며 걸어가는 종대도 그랬으며, 한탄한 얼굴로 강의실에서 나오시는 교수님도 그랬다.
일순간, 그렇게 모든 게 정지됐다. 뚜벅뚜벅, 누군가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옅은 잔미소를 띠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난 차오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이 터뜨려야 했다. 우경수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오는 도경수였다. 아,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나였다. 도경수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우경수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만들어낸 어른이 된 우경수라는 걸 그제야 깨달아버린 나였다. 그래, 그동안 놈이 했던 수십 가지의 말들이 생각났다. 도경수가 그 술집에 없었음에도 도증모라는 존재를 알고 있던 것, 내가 저를 피해다니고 있다는 걸 아는 것, 다른 이유가 아닌 단지 이름이 경수라는 이유로 두려워한다는 골 아는 것, 우경수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했던 것, 도경수에게서 우경수가 느껴지는 것, 심지어는 내 속마음과 진심을 아는 것까지 모두 다.
그러고 보면 도경수가 피던 담배도 그랬다. 분명 마지막 남은 불씨를 즈려밟는 놈을 보고서도 꺼지지 않는 담뱃불이 늘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리고 어제도 그래왔다. 뻔히 눈앞에 있음에도 자꾸만 흐릿해지는 시야가 그저 눈물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생각났다. 아, 쓰라린 가슴이 더욱이 고통을 더해갔다. 내 앞에 어른이 된 우경수와 그날의 우경수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미 두 사람 모두 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인걸 알면서도 난 용기를 내고 싶었다. 소심하고, 속좁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왜 이제야 사과를 하냐고 네가 화를 낼 수도 있지만.
“미안해…….”
“…….”
“미안해, 경수야.”
20살이 된 내가, 10살의 경수를 나란히 마주했다. 세월의 무게는 참 길고도 씁쓸했다. 내 사과에 10살의 경수는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번에는 20살의 우경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알싸한 울먹임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목울대를 콕콕 찌르는 것처럼 욱신거림이 나란히 이어졌다.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도경수가 천천히 제 입꼬리를 올려갔다. 그 행동이 꼭, 괜찮으니 편히 말하라며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종의 위로 같기도 했다.
“고마워.”
“…….”
“고마워, 경수야.”
그제야 미소 짓는 도경수를 보고서야 난 알 수 있었다. 물론 경수도 처음에는 날 미워했을 거다. 그래서 내가 싫었고, 복수하고 싶었으며, 저주하고 싶었을 거다. 자꾸만 죄가 없는 자신을 배척하는 내가 꼴보기도 싫었을 거다. 그럼에도 놈은 알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에게 버림 받기 두려웠던 철없는 내 마음을. 그래서 참고 기다렸던 거다. 내가 먼저 사과하기까지를. 그리고 드디어 어제가 되어서야 난 놈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꼭 10살의 우경수에게 들은 말은 아니었어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멈춰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제자리를 갖춰갔다. 저 멀리서 사랑을 나누고 있던 오세훈과 김예희도 여전히 행복해보였고, 뭐가 그렇게 심통이 난 건지 모르겠는 김종대도 내 눈에는 좋아보였으며, 듣기만 해도 졸음이 오던 마케팅 교수님의 목소리 또한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게 들려왔다. 매일 심장 한 구석에 박혀있던 놈에 대한 안 좋은 악연들을 하나 둘씩 정리할 타이밍이 온 거였다. 혼자만의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젠 그들을 기억하고 싶은 인연으로 만들 시간이었다. 내 숨통을 조이던 경수라는 이름에 대한 정의를 모두 내려놓을 날이었다.
내 인생에서 경수라는 이름은 가히 조선시대 유물 164호 앙부일구 급이다.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뭐 어떤 식으로든 괜찮은 해석을 한 셈이었다. 삭막했던 내 길에서 유별날 것 하나 없는 그 이름을 특별하다고 깨달은 건 그렇게 오래전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가 특별한 동기부여 때문이라기 보단, 참 무던하고 건조한 방식이라는 게 문제였다. 사실 경수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에 흔한 이름이라는 것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철수나 영희처럼 또 너무 흔한 이름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나 나만 운명이라 생각하는 그 개미 똥꾸멍만한 희박한 확률에 대한 유일한 단점은 내 인생에서 모든 경수들과 나는 악연으로 엮인다는 점이었지만 이제는 그 단점을 장점으로 뒤집을 시점이었다. 난 덕분에 진정함을 얻었고, 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으며, 꽁꽁 숨겨야만 했던 아픈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럼 이 시점에서 경수라는 이름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정해본다. 내 인생에서 경수라는 이름은 가히 조선시대 유물 164호 앙부일부 급, 그러니 그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고, 때로는 날 아프게 하고, 설레게 하고, 눈물하게 하는 내 10년간 인생의 가장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이자 존재였다고.
글에 대한 후기와 해석은 텍파 공유글과 함께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경수지옥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대박 반전........와쩐다
헐...뭐지.......반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15 14:49
대박 환상일줄 몰랐어..
와 환상일줄은 전혀 몰랐어요....워...멍해...
와..스토리 완전 대박ㅠㅠㅠㅠㅜㅠㅜ
와....환상이라니.... 환상일준이야.....대박...
와...반전 대박
헐..뭐야..댑악..
환상도대박이고너무슬퍼오ㅠㅠㅠㅠㅠ
아 대박 완전 대박
헐... 감동
은근 슬프다 그래도 경수는 죽었지만 잘되서 다행
대박...환상이라니...
반전있네요
환상이였구나...ㅠㅠ완전반전이네요!
와..정주행하다 놀라고 갑니다..
헐쩐다 개반전......
뭔가 슬프다,,,,,
아....헐...환상이었어 대박 헐 우유ㅏ 세상에나
아대박 반전이네요..ㅠㅠㅠㅠ 여주가 트라우마를 깨버린것같아서 좋고 그르네요ㅠㅜ
워........대박이다
환상이라니..... 감탄하구가요ㅠㅠㅠ대단해요..
진짜 추측하기 힘드네요....모르겠어요 와 진짜 경슈.. ㅠㅠㅠㅜ반전 대박이에요 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12 18:49
대박반전이네요정말 빙의글읽다소름돋은건또첨이에요와대박
헐??대박이다....
와 진짜 새벽에 감수성 폭발하네여ㅜㅠㅠㅠㅠㅜ눈물 콧물 다뺐어 진짜ㅜㅜㅠㅠ 경수야 미안해ㅜㅜㅜㅠ사랑해 경수아ㅜㅜ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