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옥정호로 1... (호남고속도로를 타며)
아홉 번 꺾이는 구절초(九節草)...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도 있다.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라 한다. 이는 어머니께서 아홉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나를 낳았을 때를 생각하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얀 구절초 꽃처럼 순수하고 무아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면 이해가 된다. 또한 민간 의약으로 여성들의 생리통, 생리불순, 불임증에 효과가 있다는데서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한다. 이 구절초가 세종시의 영평사에만 피는 줄 알았더니 정읍시 옥정호에 만개(滿開)하였다. 10월 5일 한화투어산악회를 따라 여행을 떠났다.
섬진강 다목적댐을 만들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인 옥정호... 임실군에만 속한 줄 알았더니 정읍시와 경계를 이룬다. 유역면적이 763㎢이며 저수면적이 26.3㎢로 총저수량은 4억3천 톤에 달하여 호남평야를 적셔 곡창지대로 만드는 다목적 댐이다. 오늘 여행길은 옥정호 옆에 있는 오봉산과 국사봉을 잇는 산행길과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의 구절초 축제장이다. 오봉산과 국사봉은 노령산맥 줄기로 호남정맥이 지나가면서 회문산과 연계되어 있다. 서대전IC를 떠난 여행길...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서전주IC로 나가 국도 21번과 연계된다.
서전주IC는 완주군 이서면으로... 전주시 서편에 있는 이서면은 김제시와 연계되어 있는 완주군의 다른 읍면과 동떨어져 있다. 이서면 은교리에는 콩쥐 팥쥐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조선시대 중엽 최만춘이라는 퇴리(退吏)는 부인, 콩쥐라는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부인이 병사(病死)하자 과부 배씨를 후처로 맞게 되었다. 그 뒤 배씨는 팥쥐라는 딸을 낳게 되었다. 계모(繼母) 배씨는 콩쥐를 학대하는 등 그 내용이 콩쥐팥쥐전(傳)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이는 장성의 홍길동, 곡성의 심청, 남원의 흥부전과 같은 맥락이다.
이곳 남계리에 있는 초남이 성지... 전라도 천주교의 발상지다. 한국 천주교회 창설기에 활동한 유항검의 고향이다. 그는 호남의 갑부로서 덕망이 높았으며 자기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식솔들에게 천주교를 전교(傳敎)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전라도에서 체포된 200여명 대부분이 그가 전교한 사람들이었다. 호남의 첫 사도요 순교자인 그는 아들 유중철 등 온 가족이 참수(斬首)되었다. 특히 유중철은 처 이순이와 함께 치명(致命)할 때까지 4년간의 동정(童貞)생활을 하였단다. 致命은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로 순교(殉敎)와 같다. 또 童貞은 성(性) 생활을 하지 않고 순결(純潔)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임실 옥정호로 2... (전주를 지나며)
전주는 초남이 이외에 전동 성당, 치명자산 성지 등 천주교 유적지가 많다. 천주교 하니 인터넷에 올라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글이 마음에 닿아 옮겨 본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과 사건, 열정,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예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 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어 가고 있다.
또 병이 들락거리고, 노쇠화 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남편이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고 하던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서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고통인 것을...!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습니다. 싸워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이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낮춰 논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 보다 더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되겠지요,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교황은 서민적으로 가는 곳마다 존경을 받고 있다. 국도 21번을 따라가니 구이(九耳)면... 이곳에 거북바위(龜岩)가 있는데 이것이 변하여 九耳면이라 하였단다. 우측으로 포근한 어머니 품속 같은 모악산(母岳山)이 있다. 이는 정상아래 자리에 있는 쉰길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形象)같아 母岳山이라 불린단다. 정상에서 내려 보이는 호남평야... 이 또한 이곳에서 발원한 동진강과 만경강이 호남평야의 젓줄이다. 고려 말 보덕화상의 제자였던 일승(一乘), 심정(心正), 대원(大原)등 세 승려가 세운 대원사가 있다.
임실 옥정호로 3... (옥정호에서)
대원사는 정유재란으로 불탄 후 진묵대사가 재건(再建)해 머물렀다. 또한 민족 종교인 강증산(姜甑山)이 도를 깨우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그 위에 화엄종의 사찰인 수왕사(水王寺)... 진묵대사가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수도했다는 암반에서 흐르는 석간수(石間水)가 있다. 수량이 풍부하고 신선해 피부병이나 위장병 환자들이 줄을 이어 찾고 있다. 이 물로 만든 송죽 오곡주는 전북의 민속주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민국 술 테마 박물관이 있는지... 방대한 민속주 관련 자료와 전통술 제조도구 등이 전시돼 술에 관한 생활상과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설 박물관이다.
국도 27번을 따라 간 여행길... 계곡터널을 지나면서 49번 도로와 연결되면서 임실군 운암면이다. 우측으로 옥정호를 바라보면서 오봉산 입구에 도착하면서 산행 길이 시작된다. 산이 호수를 양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한 풍경... 붕어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침 햇살을 받아 호수 면으로부터 물안개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모습... 마치 신선이나 노닐 법한 풍경이다. 특히 춘추(春秋)에는 일교차가 커서 많이 발생한다. 백두산 천지에 와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켜 사계절 다르게 보이면서 사진작가들이 연중 찾는 최고의 명소이다.
도착지점인 국사봉 전망대에서 산행을 하지 않은 사람과 합류하였다. 이곳에 가게 하나가 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다. 그래서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마땅한 소일(消日)거리가 없어 지루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표시된 통합기준점... 국토교통부가 설치한 이 기준점은 경도(經度), 위도(緯度), 표고(標高) 등 지리좌표를 표시한 것이다. 이 좌표는 내비게이션, 등산, 레저, 내 위치 확인 등 국민생활의 편의 증진에 활용하고 있다. 기준점 하니 남자가 여자보다 차멀미를 적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는 추(錘)가 있기 때문이란다.
‘공사 중 천천히’라는 표지판 위에 화장실 표시를 하였는데 보기는 안 좋았다. 폐품을 이용하였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지우고 새로 만들었더라면... 아쉬움이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구절초 축제장으로... 옥정호반 순환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100선’ 중 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주변 경관이 좋아 가족이나 연인(戀人)들이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오늘 임실 여행길에 아쉬운 점은 김용택 시인이 거주하는 진뫼마을에 갔었더라면... 마을 앞에 있는 밀양 박씨 문중에서 선조들의 유덕을 경모하기 위해 월파정을 새웠다. 이제 정읍으로...
임실 옥정호로 4... (구절초 축제장에서)
국도 27번에서 지방도 49번을 타고 정읍시 산외면으로... 이곳에 김개남 장군 생가터... 봉건사회의 심장을 꿰뚫은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그는 동학 농민 운동에 참여하였다. 탐관오리(貪官汚吏)의 제거와 동학 교조(敎祖) 최제우 의 신원(伸寃)을 위한 시위운동을 폈다. 그는 호남 접주(接主)들과 더불어 많은 교도들을 동원하여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또한 산외면에는 한국 불교의 거목(巨木)인 송월주 스님이 태어난 곳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그는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내면서 인권운동에 매진(邁進)한 산 증인이다.
산외면은 한 때 한우마을로 전국의 미식가들이 찾은 곳이다. 정직한 한우 암소, 비거세(非去勢) 수소. 去勢 우(牛) 등 한우만을 취급하고 생산농가와 업소 간 직거래로 이뤄지며, 가족중심의 영업 형태로 가격이 저렴하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에 김동수 가옥... 조선 정조 때 한양에서 내려온 김명관이 10여 년에 걸쳐 완공하였다. 청하산 아래 동진강을 앞에 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明堂)이다. 흔히 아흔 아홉 칸 집이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이다. 조선시대에는 서민은 100칸 이상의 집을 지을 수 없었다.
칠보 수력 발전소를 지난다. 옥정호의 물을 도수(導水)하여 발전(發電)한 후 물을 동진강으로 방류함으로써 약 4만 정보의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정읍, 고창 등 전북 서남지역의 광역상수도 수원을 공급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역 변경 식' 수력발전소다. 최근 발생한 충남 서해안 지역의 가뭄... 금강에서 보령호로 물을 공급하는 도수로를 건설하는 사업...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암담(暗澹)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자치단체별로 댐을 건설... 전기와 수도를 자급자족하여야 한다.
여행길은 산내면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에 도착한다. 22만㎥ 이르는 구릉(丘陵)에 소나무 숲 사이로 하얗게 덮어버린 구절초의 절경... 평창의 메밀꽃과 같다. 주차장이 만원이라 다리에서 걷기 시작하였는데 식당가(食堂街)는 매표소 안에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3,000원 입장권을 구입하면 2,000원을 식당에서 감해 주지만 이는 경로(敬老)에게도 돈을 받으려는 꼼수가 아닌가? 특히 정읍시민에게는 입장료가 면제라니 이는 선거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음악과 흥이 있는 가을 여행... 야간에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솔(松)숲 구절초와 함께하는 구절초 축제... 대전으로 오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국토 기준점
옥정호 안내판
첫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좋은추억되세요....
읽어주어 감사합니다.
옥정호는 붕어섬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걷기에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장마철 감사 합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