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이지만, 난 자연이 싫었다. 순천이라는 자연 친화적 도시, 그 중에서 깊디 깊은 송치재 산골짜기에 살면서 무슨 자연이 싫다는지 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난 자연이 싫었다. 이상한 무당벌레며, 징그러운 꽃을 피우는 팔손이, 가끔 들어오는 반딧불이와 고양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몇몇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맘에 안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자연과 싫어하는 자연, 어감이 이상할 수는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 자연을 이렇게 구분해왔다. 하지만 문득, 나도, 다른이들도,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연의 일부이며, 나 또한 자연을 구성하는 세포 집합체로서 역할을 하는 미물일 뿐인데 어째서 나는 선민사상을 가지고 자연의 생물들을 ‘좋다. 안좋다.’라는 이분법으로 구별하게 되었을까. 혹시 너무 인위적인 환경, 콘크리트와 철로 만든 건물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혹은 기독교를 믿는 탓일까? 이유는 다 모르겠지만, 이제 그 뜻은 알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자연 ‘ 또한 자연 그 자체로서, 생명체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문구 작가님께서 ‘하늘과 땅은 어질지가 않다’라는 노자의 글을 인용하시면서, 만물을 평등히 여기고 인위를 배제하시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이제 추측해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