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인 이건창이 연경에 가는 것을 전송하다
선조께서 지은 〈송규암이 연경에 가는 데 주다〉라는 시의 운을 썼다. 〔送李僚 建昌 赴燕 用先祖贈宋圭菴赴京韻〕
목숙이나 한선자는 속에 의기 품고 있어 穆叔韓宣稟義腸
거듭 녹명 참여했고 감당 소리 들었다네 重拜鹿鳴聽甘棠
예악 밝은 우리 동방 행대에서 선발됐고 禮樂吾東行臺選
담박스러운 집안은 또 천황에서 나왔다네 淡寧家世出天潢
문소 무목 계신 분들 충정 아주 독실한데 文昭武穆忠貞篤
마침 서로 친목하여 화합할 때 만났다네 時値親睦協和方
난대에다 옥국 자리 어린 나이 들어가서 蘭臺玉局芳齡入
임금 교서 기초하매 문장 환히 빛났다네 視草演綸燁成章
넓고 넓은 평림에서 수레 몰아 내달렸고 平林坦坦珍駕御
백번이나 풀무에서 단련하매 광채 났네 百鍊爐韛動精芒
남아 장부 장한 유람 여기에서 시작되니 男兒壯遊於是始
봉시 당긴 옛날 마음 저버리지 마시게나 未負昔心蓬矢張
피폐에다 주옥으로 섬김 면할 수 있으며 皮幣珠玉事得免
삼중은 또 하와 상을 징험할 수 있으리라 三重可能徵夏商
위포에게 몸 낮추어 그들 환심 얻었으며 折節韋布歡心得
옥순 겹쳐 쌓이어서 수레 타면 빛나리라 玉筍交疊登車光
그런데 난 병이 많아 물러나서 숨을 거니 而我多病將退伏
좁은 집서 어찌 바다 있는 줄을 알겠는가 隘甃曷識有大洋
십 년 동안 함께 관직 있던 정에 힘입어서 尙賴十載班聯好
둘 다 서로 겨울 되어 푸르기를 기약하네 心期齊許歲晏霜
아름다운 모습과 덕 사방에서 쓸 것인데 令儀令德四國書
그날 바로 군자 양이 처음 자랄 때이리라 是日君子陽始長
또한 동황 그대보다 먼저 고국 돌아와서 也知東皇先子返
북당에다 그대 소식 전해 줄 줄 알겠구나 凭寄消息報北堂
[주1] 이건창(李建昌) : 1852~1898. 조선 말기의 문신이자 대문장가로, 본관은 전주(全州), 소명(小名)은 송열(松悅), 자는 봉조(鳳朝)ㆍ봉조(鳳藻), 호는 영재(寧齋)이다. 15세 때인 1866년(고종3)에 별시 문과(別試文科)에 병과로 급제하였으나 너무 일찍 등과하였기 때문에 19세에 이르러서야 홍문관의 벼슬을 주었다. 1874년에 동지 겸 사은사로 정사(正使) 이회정(李會正), 부사 심이택(沈履澤)이 갈 때 서장관(書狀官)으로 발탁되어 청나라에 가서 황각(黃珏), 서부(徐郙) 등과 교유하여 이름을 떨쳤다.
[주2] 선조(先祖)께서 …… 썼다 : 선조는 퇴계 이황을 가리킨다. 《퇴계집》 권1에 〈봉증규암송미수이동지부사부경(奉贈圭菴宋眉叟以冬至副使赴京)〉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주3] 목숙(穆叔)이나 한선자(韓宣子) : 목숙은 춘추 시대 노(魯)나라의 숙손표(叔孫豹)를 말하고, 한선자는 진(晉)나라의 한기(韓起)를 말하는데, 이들은 모두 사신(使臣)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사람들이다. 목숙은 소공(昭公) 1년에 정(鄭)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군주가 베푼 향연에 참석한 일이 있으며, 양공(襄公) 4년에 진(晉)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노래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 한선자는 일찍이 노(魯)나라에 갔다가 주(周)나라의 예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주나라의 예가 모두 노나라에 남아 있구나. 내가 이제야 주공(周公)의 덕과 주나라가 왕이 된 까닭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하였다. 《春秋左氏傳 昭公1年, 襄公4年》
[주4] 거듭 …… 들었다네 : 〈녹명(鹿鳴)〉은 《시경》 〈소아(小雅)〉의 편명으로, 임금이 신하들과 잔치를 할 때 이 노래를 불렀으므로, 전하여 천자가 군신과 빈객(賓客)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것을 말한다. 감당(甘棠)은 어진 관리의 아름다운 정사를 찬미하는 노래로, 주(周)나라 때 소공(召公)이 북연(北燕)에 봉해져서 감당나무 아래에서 어진 정사를 펼쳤는데, 소공이 죽은 뒤에 백성들이 소공을 그리워해 감당나무를 감히 베지 못하면서 〈감당(甘棠)〉 시를 지어 기렸다. 그로부터 3, 4백 년이 지난 뒤 춘추 시대 한선자가 정(鄭)나라에 갔다가 역시 나무 그늘에서 쉬었는데, 정나라 사람들이 소백의 고사를 말하면서 한선자가 머물렀던 나무를 오래 기념하겠다고 말하였다. 《史記 卷34 燕召公世家》 《春秋左氏傳 昭公2年》
[주5] 행대(行臺) : 외방에 나와 대간(臺諫)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6] 천황(天潢) : 하늘의 은하수를 말하는데, 흔히 왕족(王族)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주7] 문소 무목(文昭武穆) …… 독실한데 : 이건창의 선조들의 충정이 독실했다는 뜻이다. ‘문소 무목’은 고대의 종법 제도(宗法制度)에서 사당(祠堂)에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차례를 말한다. 대개 시조(始祖)가 가운데에 있고, 2세, 4세, 6세는 소(昭)라 하여 왼편에 모시고, 3세, 5세, 7세는 목(穆)이라 하여 오른편에 모신다. 이건창은 이조 판서를 지낸 이시원(李是遠)의 손자이고, 이상학(李象學)의 아들이다.
[주8] 난대(蘭臺)에다 …… 빛났다네 : 임금의 교서를 기초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문장 실력을 뽐내었다는 뜻이다. 난대는 한(漢)나라 때 궁중의 장서(藏書)하던 곳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춘추관(春秋館)을 가리키며, 옥국(玉局)은 옥당(玉堂)으로, 홍문관(弘文館)을 가리킨다. 이건창은 5세 때 문장을 구사할 만큼 재주가 뛰어나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15세의 어린 나이로 별시 문과(別試文科)에 병과로 급제하였으나, 나라에서도 너무 일찍 등과하였기 때문에 19세에 이르러서야 홍문관의 벼슬을 주었다.
[주9] 넓고 …… 내달렸고 : 장형(張衡)의 〈사현부(思玄賦)〉에 “육예의 보배로운 수레를 몰아, 도덕의 평림에서 노닌다.〔御六藝之珍駕兮 遊道德之平林〕” 하였다.
[주10] 봉시(蓬矢) …… 마시게나 : 천하를 두루 유람하고자 하는 뜻을 이루기 바란다는 뜻이다. 고대(古代)에 아들이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고 쑥대로 화살을 만들어서 천지 사방에 활을 쏘아, 남아로 태어났으면 응당 사방을 돌아다닐 뜻을 품어야 함을 표상하였다. 《禮記 內則》
[주11] 피폐(皮幣)에다 …… 있으며 : 중국은 오랑캐와는 달리 예로써 섬길 수 있다는 뜻이다. 맹자가 등(滕)나라 문공(文公)에게 “옛날에 태왕(太王)이 빈(邠) 땅에 거주할 적에 적인(狄人)이 침략해 오자, 그들을 피폐로 섬겨도 화를 면치 못하였고, 견마(犬馬)로 섬겨도 화를 면치 못하였고, 주옥(珠玉)으로 섬겨도 화를 면치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孟子 梁惠王下》
[주12] 삼중(三重) : 하(夏)ㆍ상(商)ㆍ주(周) 세 나라의 예(禮)를 말한다.
[주13] 위포(韋布) : 가죽으로 만든 띠와 베로 만든 옷으로, 벼슬하기 전에 입는 옷인데, 흔히 벼슬하지 않은 선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주14] 옥순(玉筍) : 급제한 문생을 가리킨다. 당나라 이종민(李宗閔)이 시관(試官)이 되어 선발한 문생 모두가 저명 인사였으므로 당시에 옥순이라고 불렀던 고사가 전한다. 《新唐書 卷174 李宗閔列傳》
[주15] 그런데 …… 알겠는가 : 향산 자신은 시골에 있어 중국의 문물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주16] 아름다운 …… 때이리라 : 동지(冬至)에 중국 조정에 조회하면 만국 사람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우러를 것이라는 뜻이다. 군자 양(君子陽)은, 흔히 소인(小人)은 음(陰)에 속하고, 군자는 양(陽)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일컫는 말이다. 또 11월 동지에 일양(一陽)이 생기고 12월에 이양(二陽)이, 1월에 삼양이 생겨 봄이 된다.
[주17] 또한 …… 알겠구나 : 봄이 지난 뒤에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동황(東皇)은 봄을 맡은 신(神)으로, 청제(靑帝)라고도 한다. 북당(北堂)은 부모님이 계신 집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