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93, 소래갯벌생태공원, 소래포구, 배곶 해변을 걷다.
1. 일자: 2022. 12. 4 (일)
2. 장소: 서해랑길 93
3. 행로와 시간
[물빛공원(07:27) ~ 소래습지생태공원 서문(07:43) ~ 풍차(08:10) ~ 남문 주차장(08:28) ~ 소래포구(08:40) ~ 꽃개조형물(08:48) ~ 해넘이다리(09:10) ~ 배곧마루(09:48) ~ 배곧마루 입구(09:58) / 9.32km]
< 서해랑길 93코스 트레킹를 준비하며 >
3일 자정에 월드컵 축구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있다. 2시에 잠자리에 들어 버스 타고 팔공산을 가는 건 무리가 있어 보여 취소를 하고 대체지를 찾는다. 우연히 소래생태공원과 시화 한울공원이 월곶포구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미로운 길이다.
서해랑길 93구간은 시화 한울공원 끝에서 인천 남동체육관으로 이어진다. 월곶포구와 남동체육관 인근 길을 제외하고는 걸어본 경험이 있는 곳이다.
서해랑길 안내 사이트에서는 이 길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습지공원과 과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수도권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 수산시장아 있는 소래포구를 지나는 역사, 문화, 생태 코스’ 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 해안 경비초소로 쓰이던 곳으로 산책로, 야자수, 조형물 등이 조성된 '배곧한울공원'
- 갈대군락지와 습지가 어우러져 있는 '배곧생명공원'
- 조선시대의 군사 요충지였던 지역으로 현재 항구와 횟집, 관광지구가 조성된 '월곶포구'
-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교로 현재는 인도교로 활용되는 '소래철교'
- 염전을 활용해 갯벌과 염생식물 등을 복원하고 생태교육관 등을 조성한 '소래습지생태공원'
대부분 경험한 곳이라, 그 모습이 그려진다.
< 희망사항 >
그냥 걷는 것과 목적을 두고 걷는 건 다르다. 한울공원 바닷길과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여러 번 걸었다. 한울공원길은 곰솔누리길과 연계하여 송도 신도시를 바라보며 노을을 즐길 수 있어 최근 애용하는 트레킹로가 되었으며, 소래습지공원은 시흥 갯골과 엮어 억새와 갯벌을 즐기려 이른 아침에 자주 걷던 길이다. 그 길을 오늘은 서해랑길이라는 테마로 걷는다. 목적이 다르니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서해바다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포르투갈과의 축구 경기를 승리하여 기쁜 마음을 안고 길에 나서고 싶다.
(여기지는 트레킹을 준비하며 기록한 글이다.)
< 인천 서창 가는 길에 >
포르투갈과의 축구는 극적 역전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기분 좋은 흥분이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들/날머리까지의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기로 하고 들머리를 남동체육관 인근 물빛공원을 잡고 이곳까지는 택시를 타고, 날머리는 한울공원에서 옥구공원과 곰솔누리길을 따라 정왕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기로 한다. 여행은 목적지 까지 가는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이다.
< 서창 물빛공원 ~ 소래포구 >
남동체육관 구간은 건너 뛰고 소래갯벌생태공원으로 향한다. 대기가 몹시 차다. 바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생태공원에 접근한다. 서문을 지날 무렵 일출의 기운이 느껴진다. 잎을 떨군 억새 사이로 붉은 해가 솟는다. 오늘도 감동으로 아침을 맞는다.
무너진 소금창고, 붉은 풍차, 억새 숲, 염전, 소나무 숲길…. 어느 계절에 와도 걷기에 그만인 명품 길이 길게 이어진다. 언 손 불어가며 연신 풍경과 내 모습을 담는다. 집에 가 다시 보면 거의 다 지울 텐데 왜 그렇게 사진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다. 늙어간다는 반증일 게다. 오늘도 풍차 주변으론 사진 작가들이 꽤 있다.
남문 다리를 건너 소래포구로 향하는 갯벌 앞에 선다. 날이 몹시 차다.
< 소래포구 ~ 해넘이 다리 ~ 배곧마루 >
소래어시장을 관통한다. 상인들의 호객행위와 싱싱한 생선들이 식육을 자극한다. 맛나게 익은 튀김 앞에서 갈등한다. 당분간 기름진 건 삼가야 한다. 꾹 참는다.
트랭글이 부저와 경고음을 울린다. 무심코 꽃게 조형물을 따라 걷는다. 해안 따라 길이 너무 잘 나 있다. 한참을 가다 월곶포구를 그냥 지나친 것을 깨닫는다. 소래철교를 넘어 갔어야 했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대신 바다 반대편에서 월곶포구를 바라보며 걷는다. 20여분 단조로운 해안 트레킹로를 따라 걸었다, 아치형 인도교가 나타난다. 멀리서부터 시선을 끌던 해맞이다리 입구에 선다. 다리 난간에서 바라보는 먼 소래포구와 군자대교 방향의 갯벌 풍경이 근사하다. 뻘이 너무 넓어 아득했다.
배곧 신도시와 나란히 걷는다. 처녀길이다. 풍경은 한울공원 해안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가 떠도 대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바다 바람이 분다. 바다 건너 송도 신도시의 풍경이 아스라하다. 배곧마루에 오른다. 사방이 조망된다. 이 풍경을 끝으로 길었던 아침 트레킹은 마무리된다. 새로운 많은 것과의 만남이 기뻤다.
< 에필로그 >
무척 길게 걸었다 여겼는데 채 10km가 되지 않았다. 남동체육관~물빛공원, 월곶포구. 배곶마루~해수수영장까지의 약 5km를 걷지 않았다. 그래도 서해랑길 93구간의 주요 구간은 걸어서 다행이다. 기대 만큼 훌륭한 등로였다.
걷는 내내 마음을 비우려 했으나, 사진 욕심과 새로 걷는 새로운 풍경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추위에 산만했던 걷기 여행이었다. 오이도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의 온기가 무척 따스했다. 여행은 집을 떠나 뜻한 것과 뜻하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남은 일요일 오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