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궁 책봉 옥책문〔中宮冊封玉冊文〕
왕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주역》에서 곤상(坤象)을 드러낸 것은 위대한 건원(乾元)을 짝하기 위한 것이고, 《시경》에서 〈관저(關雎)〉가 맨 앞에 있는 것은 진실로 풍속과 교화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왕이 치세를 이룩할 적에 반드시 부부(夫婦)에서 단서를 시작한 이유이다.
생각하건대, 어린 나는 다행히 어진 배필이 있도다. 아, 너 왕비 김씨는 상서로움이 사록(沙麓)에 징험되었고, 경사로운 명문가에서 길러졌도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위의(威儀)는 항상 여자의 법도에 부합하였고, 우아하고 정정(貞靜)한 덕은 진실로 천성으로 타고났도다. 오랫동안 부족한 나를 세자 시절부터 도왔고, 참으로 선왕〔寧考〕의 명철한 간택에 들어맞았도다. 중전의 정위(正位)에 올라서는 더욱 보필하는 정성을 지극히 하였고, 동조(東朝)의 뜻을 잘 받들어 모시고 효성으로 즐거움을 함께했도다.
돌아보건대, 책호(冊號)의 예식은 대체로 즉길(卽吉 상복을 벗는 것)의 시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삼년상이 이미 끝났으니 어찌 대를 잇는 감회를 견디리오. 만복(萬福)이 시작하는 바이니, 당연히 임금의 배필로 높여 맞이해야 한다. 이에 신(臣) 의정부 영의정 정태화(鄭太和)와 형조 판서 조계원(趙啓遠)을 보내 부절을 가지고 예를 갖추도록 하면서 옥책(玉冊)과 보장(寶章)을 주노라.
아아, 오직 효도와 근면으로 종묘 제사를 받들고, 오직 예의와 법도로 빈어(嬪御)를 거느려라. 계명(鷄鳴)의 경계를 올려 한결같이 경외하는 마음을 변치 말게 하고, 〈인지(麟趾)〉의 아름다움이 널리 펴져 백세(百世)토록 본손과 지손이 길이 이어 가게 하라. 공경히 총명(寵命)을 받아 휘음(徽音)을 크게 밝히도록 하라.”
中宮冊封玉冊文
王若曰。予惟羲易之著坤象。用配乾元。周詩之首關睢。寔基風化。所以帝王之致治。必由夫婦而造端。念予沖人。幸有良佐。咨爾王妃金氏。祥徵沙麓。慶毓名門。淑愼柔嘉之儀。動合女則。幽閒貞靜之德。亶自天成。久相寡躬於儲闈。允協寧考之睿簡。逮中壼之正位。愈殫裨贊之誠。侍東朝以承顏。克諧怡愉之樂。顧玆冊號之典。蓋待卽吉之期。三年旣終。曷任繼序之感。萬福攸始。宜膺儷極之尊。玆遣臣議政府領議政鄭太和,刑曹判書趙啓遠。持節備禮。授以玉冊寶章。於戲。惟孝謹以奉宗禋。惟禮法以率嬪御。鷄鳴獻戒。毋替敬畏之一心。麟趾衍休。永綿本支於百世。祗服寵命。丕闈徽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