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대〔利見臺〕
골짜기 건너 구름 뚫고 바닷가에 이르니 越壑穿雲到海頭
우뚝 솟은 정자 하나 꽃다운 물가를 지키네 巋然一榭鎭芳洲
거친 파도 만 리 멀리 유리처럼 푸르고 鯨波萬里琉璃碧
바람 물결 천 층 높이 옥설처럼 떠있네 風浪千層玉雪浮
느릿느릿 신선 새는 거울 속의 티끌이고 款款仙禽塵鏡面
나부끼는 고깃배는 사람의 눈을 가로막네 颺颺漁艇礙人眸
용이 날아 이롭게 본 분 지금 어디에 있는지 龍飛利見今何在
석양 속에 황량한 대만 시름겹게 서 있네 惟有荒臺落日愁
[주1] 이견대(利見臺) : 경주(慶州) 해안에 세워진 대명(臺名)인데, 속설에 의하면, 왜국(倭國)이 자주 신라를 침범하자, 문무왕(文武王)이 이를 걱정하여, 자신이 죽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고 도적을 방비하겠다고 맹세한 나머지, 임종시에 유언하기를 “나를 동해가에 장사하라.”라고 하였으므로, 신문왕(神文王)이 그 유언대로 장사를 지내고, 뒤에 그를 추모하여 그곳에 대(臺)를 쌓고 바라보았더니, 과연 큰 용이 바다 가운데 나타나 보이므로, 이를 인하여 그 대를 이견대라 명명했다 한다. 《주역》 〈건괘(乾卦) 구오(九五)〉의 ‘이견대인(利見大人)’의 뜻을 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