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책임 교육의 허실
새해 벽두인 지난 7일 이천 냉동물류창고 지하에서 폭발과 화재로 40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는 후진국형 대참사가 또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화약고 같은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의 위험한 작업, 축구장 2배에 이르는 면적에 출입구가 단 2곳인 점, 관련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온통 편·불법의 건축물 등 화재 시 대형 사고가 될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2007년 11월 24일 충남 태안앞바다에서 해상 크레인 예인선단이 정박 중인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된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 정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태라서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예인선단은 해상교통안전센터로부터 새벽 3시를 기해 서해 중부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출항했으며, 새벽 4시 45분께 기상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자 때늦은 피항을 결정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거짓 기록해 놓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 쪽으로 밀리자 무리하게 예인 와이어를 작동시킨 것도 조사 결과 나타났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충남 태안, 보령, 서천, 서산, 홍성, 당진 등 6개 시·군 외에도 전남 신안, 진도까지 피해가 확산됐다. 회복에 10년이 걸린다는 환경오염과 양식업, 관광업 등 피해액은 수천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광역시 지하철 중앙로역 구내에서 12량의 객차가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타버리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역 구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원인은 50대 중반의 한 정신지체장애인이 자신의 신병을 비관하다 판단 착오로 저지른 방화로 밝혀졌다. 사고 직후 대구 지하철 직원들이 사고를 축소·은폐하고, 현장을 훼손하는 등의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줬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정부 수립 이후 가장 큰 인적 재해로 기록됐다. 건물 5층에 건축주가 무리하게 수영장을 설치해 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건물이 붕괴된 것이다. 즉 설계와 다른 시공, 구조 계산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증·개축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5층의 구조가 심각하게 변형됐고 여러 불길한 징후들을 오랫동안 무시한 결과 결국 참혹한 재난을 맞게 된 것이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 시간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상판 48m가 붕괴해 차량 6대가 한강으로 추락하며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철제 구조물)의 연결이음새 용접을 규정대로 하지 않았으며, 볼트 연결핀도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는 형식적인 안전 점검으로 관리에 소홀했고, 부식된 철제구조물에 대한 근본적인 보수 없이 녹슨 부분을 페인트칠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수많은 작은 사고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들 굵직한 몇 가지 사고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이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관계자들은 한 결 같이 각자 맡은바 직무에 성실하지 못했거나 책임감이 부족했으며 안전 불감증의 만연에서 기인했음에 허탈감과 한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유치원의 창시자인 독일의 교육학자 프뢰벨(Froebel)은 ‘세상의 모든 문제는 결국 교육의 문제다’라고 했으며 ‘모든 교육의 근본은 가정 안에 있다’고 했다. 성실과 책임감 등 인성의 기본 사항은 영·유아기 가정에서부터 길러지며 유치원과 학교 교육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더하게 한다.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것 없어, 모두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야”라는 어느 퇴임 교장 선생님의 자조적인 말씀을 이 땅의 부모들과 교사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무책임에서 비롯되는 인위적 재앙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2008년 01월 30일 (수)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