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밝아진 혈색으로 우리를 맞이하십니다. 다소 쌀쌀한 바람에 먼저, 선생님을 뵙습니다.
가져온 책 “더 마더”로 먼저 얘기를 시작합니다.
저 여자가 원래는 벨기에 사람이, 프랑스 사람인가? 그래, 어려서부터 영성에 관심 있어 가지고 인도로 왔다고. 와서 크리스 아무르티라고 하는 사람하고 아니야 그리스 아무르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아니야. 오르빈도, 성자 아들 그 사람과 인연이 닿아서 평생을 같은 아쉬람에서 살아. 본명이 미라 알파 사. 8살 때 자기 친구가 자기한테 자기를 비판하는 안 좋은 말을 하는 거 알았어. 그런데, 그때 자기가 어떻게 생각했냐 하면 걔가 나에 대해서 하는 말이 옳을지도 몰라. 그러면 내가 날 고치면 되고, 근데 걔가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도 있지. 그건 걔 잘못이지, 나하고 관계없어. 그렇게 생각했대. 8살짜리가. (웃음) 그리고 80이 되기 지금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산다. 그런 여자야. 왜 보통 사람은 그것이 안 될까? (웃음) 넌 되니? 오랫동안 속상하고, 이해가 안되고, 잠 못 자고.
내가 40되었을 때 바람을 피웠잖냐. 그래 나는 한 석 달 하다가 그건 아니다 싶어서 이제 사귀다 본 여자한테, 그만 만나자. 여기까지 하고 더 관계를 계속하지 말자. 그렇게 얘기했어. 근데, 이제 그게 내 말이지. 상대방은 내 말을 들을 이유가 없잖아. 그렇지, 안 된다는 거야. 내가 도망 다니고 그랬어. 그 무렵인데, 권정생이라고 있어. 나보다 6살 많은 형인데, 민들레 교회 주보에다가 그때 민들레 교회 주보가 전국적으로 독자가 있어서, 유명해서 사람이 많았어. 보통 잡지보다 더 많은 사람을. 거기다 뜬금없이 이현주는 그 놈은 자기 집에 뺑덕이만도 못한 놈이다. 그렇게 썼어. 그 뺑덕이가 뭐냐 하면, 잡종 개야 뭔 얘기 듣고 그랬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뭐 추측해 보니까, 이제 스캔들 얘기 듣고, 그랬었는 것 같아. 그 지 집 개 만도 못하대. 내가.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형이. 내가 아주 상처가 컸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 같으면, 전화도 있고 있잖아. 그래서, 야 인마 이런 소문이 들리던데, 어떻게 된 거냐? 그럴 수 있잖아. 한 번 물어보면 다 하잖아. 형인데. 사실이냐? 사실은 왜 그랬어? 너 인마 제정신이야? 이럴 수 있잖아. 단 한마디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고, 뺑덕이만도 못한 놈이라고. 충격을 받았어. 사흘 동안 울었다. 죽은 집사람이 사흘째 되는 날, 그 스캔들 때문에 제일 속상한 게 그 여자잖아. 내 상대방 여자하고 내가 왜 관두자고 그러는 고 하니 간단해. 저 친구는 나보고 이혼하래. 자기하고 함께 살재. 돈 많아서. (웃음) 그때 벌써 자가용, 그리고 그때가 80년대 초인데, 기사도 두고, 젊은 과부지만, 아주 나보다 훨씬 유명하고, 이름도, 재산도 여의도에도 아파트 하나 있고, 별장도 있고 그런 여자였어. 그러니까, 이혼하고 나하고 살재. 근데, 우리 정향은 여보,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내 애들 데리고 그냥 살 테니까 가서 사쇼. 그 말 듣고, 누가 날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지. 그만 만나자. 일방적인 선언을 했어. 그때 난리가 났지. 매스컴에 공개하겠다. (웃음) 그 여자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 나는 바짝 쫄아가지고. (웃음) 그리고, 충주로 도망가서, 내가 그때 8군데 연재를 했어. 신문, 잡지, 8군데를 연재했는데, 하루아침에 그거 다 끝내고, 그리고 진짜 그냥 백수가 돼서 충주로 도망을 간 거야. 근데, 그때 권정생이가 나보고 뺑떡이만도 못한다고. 사흘을 울었더니, 집사람이 뭐라 하냐면 이제 그만하셔. 이현주는 뭐 좀 억울한 소리 들으면 안 돼요? (웃음) 뭐 이현주는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더라. 그 한 마디가 나를 아주 편안하게 해줬어. 맞아. 나도 억울한 소리 들을 수 있지. 얼마든지. 뭐 니가 대단하다고. 그래서 이제 사흘 만에 울음을 그치고. 그리고, 권정생한테 편지를 썼어. 그러다가 찢어 버렸어. 그러고는 연락을 끊었지. 근데, 마음에 이 정도로 인연을 마쳐도 좋다. 당신 그런 사람이라면, 더이상 당신하고 인연을 맺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그쪽에서도 나한테 연락이 안 오니까. 그렇게 해서 그냥 지냈어. 1년 지나서 아무 소식이 없이 그렇게 지냈어. 얘길 내가 왜 하냐 참. (웃음) 주책이다.
종로 서점의 사장인 이철지라고 있었어요. 출판사 종로 서적이라고 종로에 큰 책방. 그 형이 차를 가지고 충주로 왔어. 그리고, 타래. 그래서, 탔지. 자기가 마음을, 어디로 가나 봤더니, 안동으로 가. 그러니까, 뭐 이 형이 날 이제 권정생하고 화해시키려고 그러는가 보다. 속으로. 화해 좋아하네. 마음속으로. 어차피 차를 타고 중간에 내릴 수 없으니까. 갈 때까지 가긴 간다. 그러나, 난 권정생 당신 난 안 만난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먹고 갔지. 혼자 집에 있어. 그러니 이제 우리 둘이 가니까, 나는 안 봤어. 얼굴. 일부러 안 봤어. (웃음) 방으로 들어가대. 나보고도 들어오라고. 막 이철지가 막. 그 안동가면, 지금도 있지만. 그냥 요만해. 두 사람이 들어 자면 딱 맞아. 그런 스페이스인데, 제일 구석에 있었지. 중간에 권정생, 문간에 이 현주, (웃음) 난 문걸이만 쳐다보고. (웃음) 둘이서 뭔 얘기를 주고받고 해. 뭐 나 관심도 없고. 얘기해라. 언젠가 가겠지. 가면서 따라가면 되는 거야. 안 쳐다봐. 의식에서. 그런데, 슬그머니 손 하나가 와서 내 손을 잡는 거야. 손 내밀어 봐. 이게, 이게 나야. 이게 권정생 손이고, 잡아, 잡아. 야, 이제 그만하자. 이 자식아, (웃음) 형은 말 좀 잘못하면 안 되냐? 그렇게 들렸어. 그래서, 깨어났지. 말 한 마디 없었어요. 내가 겪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에 하나다.
이 여자가 안 떨어져. 안 떨어져. (웃음) 도망가도 소용없어. 원주 장선생님을 찾아갔지. 이거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랬더니, 어깨를 툭 치면서, 일 저질렀구먼. 수습 잘해. 그럼 안 저질르는 것 보다는 낫다. 그게 이제 무위당선생님이셔. 일 저질렀구먼. 수습 잘해. 안 저지른 것보다 낫다. 근데 수습을 하려면, 돼야 하지. 안되는 걸. 계속 전화하고, 연락오고 어떡해? 참 난감하더라. 그때 목포 디아코니아 와 있었어. 거기도 도망간 거야. (웃음) 그래도 또 연락이 와. 어느 날, 산책 하려고 하는데, 목포 디아코니아 나오면 바닷가야. 지금은 포장돼 있는데, 그때는 포장이 안 되는 지역 길인데, 거길 걷는데, 떠날 때는 멀쩡했는데, 거기 가니까 비가 와. 내려, 중간에 뭐 우산도 없고. 잘 됐다. 이참에 비 맞으면서 걷자. 비를 맞으면서 바닷가를 걸어. 재미있어? (웃음) 걷는데, 빗물이 흐를 거 아니야? 눈물이 섞여서. 빗물 반, 눈물 반이 흘러가지는 그때, 하나님께 기도했어. 아버지, 아버지, 일은 제가 저질렀습니다. (웃음) 수습은 제가 못하겠어요. 내 실력으로는 수습이 안 됩니다. 이래도 보고, 저래도 봤지만, 일은 제가 저질렀지만, 수습을 아버지가 좀 해주세요. 그 문제가 아주 처음으로 기도했어. 내가 해보려고 그랬지. 지금도 거기만 가면 생각나. (웃음) 거기만 가면. 나한테 아주 유서 깊은 길이야. (웃음) 그래 왔지. 그다음 날인가? 충주 집에 일이 있어서 충주 갔어. 여자가 연락이 왔는데, 충주에서 만나재. 그래서, 나하고 그 여자하고, 집사람하고, 셋이 다방에서 민났어. 지금까지 힘들었는데, 여기서 그냥 정리합시다. 그 여자가. 그래서 정리가 됐어. 기도한 지 사흘 만에. 그때, 또 나는 배웠지. 그래. 자식이 남의 집에 가서 유리창 깨면 아버지가 물어주잖아. 그래서, 수습은 일을 저지르는 놈은 수습할 자격이 없어. 그건 내 말이 아니라, 그건 저 아이슈타인의 말이야. 일을 저지른 자, 그 일을 해결할 실력이 없다. 그래서, 책임은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아니라, 상관이 지는 거다. 왜냐하면, 상관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단 말이야. 일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한 수위인 사람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지금 세상은 어디 그러냐? 당사자 보고 책임지라고 그러니 참.
말씀을 듣고, 선생님은 쉬시고, 하사마을부터 와온 논길을 걷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곧 시원해짐으로 느껴지는 햇살을 만납니다. 선생님과 만나고, 바람과 만나고, 백로와 만나고, 물을 댄 논의 못자리와 만나고, 나와 너를 만나고, 너인 나를 만납니다. 그리고...나를 만납니다.
첫댓글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