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지금의 나
인간은 누구나 선택을 한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과 후회를 해왔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책임이 모두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선택과 후회가 내가 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과거엔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결과 어떻든 누구나 나를 존중해주고, 탓하지 않았다. 심지어 잘못이 있어도 그저 어리다는 이유로 잘못은 용서되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선택과 후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고 하고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나'라는 존재의 독립적인 성격이 더욱 강해짐에 따라 내가 하는 모든 선택과 후회, 즉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선택과 후회, 그것들의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은 제법 큰 영향을 가져왔다. 특히 선택의 영역에서 두드러졌는데, 이제는 선택뿐 아니라 그에대한 결과도 생각하고 행동해야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를 사소하다 치부하고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선 무언가를 할때 내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선택을 회피하게 만든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는 곧 도전한다는 개념을 반쯤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과 같았다. 가령 내가 공부를 해도 성적이 좋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나는 공부 하기를 포기했다. 도전하지 않은 것이다. 또 후회의 영역도 제법 영향을 받았다.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나태하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때 그것이 내 목전까지 오지 않으면 거들떠도 안 본다. 그런 게으른 선택을 하면 결과는 당연지사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는 후회를 하게 되고 다음엔 미리 닥칠 일을 준비하며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후회를 할때도 그 책임이 모두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언제부턴가 나는 후회를 통해 성찰하여 나를 발전 시키기 보단 단순하게 '후회'에만 몰두하였다. 이는 곧 자기혐오로 진화하고 나를 발전시키기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시간을 피했다. 무슨 말이냐고? 선택과 후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 내가 학생 신분으로서 근본적으로 해야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다. 하고싶은 것도 해보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해보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나름 무언가를 했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나를 채워줄 공부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은 거의 안하다 싶히 했다. 왜냐하면 즐거웠으니까.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것들만 신경쓰다 보니 자연스레 괜찮은 선택만 하게 되었고, 비교적 후회를 빙자한 자기혐오도 줄었다. 그 과정에서도 선택과 후회는 있었다. 그러나 그 선택과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질 뿐이였다. 마치 해변 위에 써놓은 글씨가 얼마나 깊고 진하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가둣이 말이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친구들은 자신의 목표까지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이 된 순간부터 지금껏 해온 선택의 파장이 밀려오고 덩달아 후회도 밀려왔다. 공부를 피하고 잠깐의 쾌락에 심취 해던 선택이 나의 대학진학에서 선택의 폭을 좁혔고, 나를 돌아볼 시간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따금씩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중학교 땐 잘했는데", "하면 잘 할것 같은데" 와 같은 말들을 해주면 기쁘면서도 가슴에 바늘 만한 작은 비수가 박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선택과 후회를 회피해 오던 나라도 이제는 해야할 때라고 느꼈다. 그래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공부도 그냥 해보고 수행평가도 그냥 했다. 뭔갈 하지만 열정이 없는 김 빠진 콜라같은 느낌이였다. 그러던 중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주었는데, 그것을 알게된 후로 나는 계속해서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만사가 귀찮고 하기 싫었던 나지만, 그것을 알게 된 후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지고 내가 자꾸만 무엇을 하게 만들었다. 얼마 안가 그것은 나에게 있어 어느순간 동기부여를 넘어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 목표는 작은 불씨가 되어 내가 여태 피해오던 선택과 후회를 재도 안남게 태워버리고선 용기를 탄생 시켰다. 매순간 소극적인 선택과 후회를 빙자한 자기혐오를 해오던 내가 무언가를 할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뭐든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무언가 거창한 목표는 아니였지만 사소한 목표가 나로 하여금 다시 선택을 하고 다시 후회하며 나를 세워주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지만 그만큼 나에겐 강렬한 동기부여였다. 그 목표는 나를 상당히 바꿔주었다. 내가 피해만 오던 공부를 하는 선택을 하게 하고, 내가 후회만 해오던 일그러진 관계에게 다가가게 만들고 여러모로 내가 나로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목표에 가까워지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토록 희망적인 상황이지만 여전히 나는 지난날의 선택과 후회를 반성한다. 조금더 빨리 그것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학생으로서 해야하는 일들에 대한 선택과 후회만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고싶은 걸 하는 것, 뭔가를 좋아해 보는 것, 친구와 노는 것 조차도 나에게 의미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암울하게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워 진다.
나에게 있어 선택과 후회는 희망이였으며, 한때는 절망이였고, 어느 순간엔 용기가 되어 내가 원하는 미래로 향하는 이정표로 자리잡았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 모든게 선택이고 후회였으며, 나를 위한 것이 아니였을까 한다. 어떤 마음가짐이냐가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선택을 한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나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과 후회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