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
부모님이 어렸을 적 내게 항상 하신 말이 있다. ‘넌 다 잘할 수 있어!’ 어릴 적 내게는 자신감을 줬던 말이 지금 나에게는 부담처럼 들려온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새로운 물건을 보면 만지곤 했다. 물론 호기심 때문에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철부지 같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활동을 레고 조립과 퍼즐 맞추기였다. 내 손으로 상품 표지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 뿌듯했다. 또 한 가지 좋아하는 일은 동네에서 보드 타는 것을 좋아했다. 보드를 타면서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며 인사 잘한다고 칭찬을 받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모한 도전을 생각했다. 동네 내리막길에서 보드를 타고 오면 정말 끝내주겠다고 생각한 나는 내리막길에 올라 심호흡을 했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다치겠어.’ 또 다른 나는 ‘이거 하면 진짜 멋지겠는데? 두려워하지 마, 해보자!’라고 말했다. 30초, 남들에게는 고작 30초인 시간이 나에게 있어서 1분, 아니 1시간같이 느껴졌다. 생각을 마친 나는 보드를 잡고 속으로 초를 셌다. ‘3...2...1!’ 보드를 타고 내려갈 때 나를 반겨주는 바람과 풀내음이 나를 반겼다. 단 3초간 그동안 겪지 못해본 쾌락과 동시에 웃음이 났다. ‘이거 정말 끝내준다!’ 생각하던 찰나, 경사로 마지막에 균열이 있었다. 바퀴는 균열에 걸려 나와 보드가 붕 떠서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새들은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느끼며 옆을 볼 세도 없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아팠다, 부모님께 혼날 때보다도 훨씬 아팠다. 왼쪽 팔과 다리,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너무 아파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당시 11살의 나는 실패라는 열매를 삼켰다. 집에 와서 엄마를 보니 꾹 참고 있던 눈물이 났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괜히 했다.’라는 생각은 집을 가는 중에도, 집에 와서도, 다음 날 학교에 가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왼쪽 팔꿈치에 지우지 못하는 큰 흉터가 생겼다. 흉터를 볼 때마다 그 날 하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전을 좋아하던 내가 겁쟁이로 변했다.
중학생 때 나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어려운 것을 피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다른 애들이 공부를 더 잘해서 나를 이기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더 열심히 하지 않고, 포기라는 멍청한 짓을 했다. 익숙한 일만 좋아하고, 게임만 하며 즐기기만 하는 나태한 인간이 되어있었다. 어찌어찌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딱 어중간하게 공부하고 그 위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내가 공부했던 시간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공부하는 것을 피하고 다른 재밌는 것을 했다. 친구들은 공부를 할 때 나는 내가 재밌고, 즐거워하는 게임이라는 도피처에서 공부와 도전에 벽을 쌓았다. 게임 한 판이 끝날 때 마다 벽은 한 층씩 더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재밌던 게임도 싫증이 났는지 집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종종 나는 나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하고.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고 일어나면 금방 사라지고 다시 게임을 했다.
침대에 누워 평소와 같이 휴대폰과 게임만 하며 나태하게 생활하고 있던 어느 날, SNS에 올라온 하나의 문구를 봤다. 어렸을 때 즐겨보던 ‘스폰지밥‘ 만화의 바보 역할을 하는 뚱이의 대사 중 하나였다. 그 대사는 “인생이란 갖가지 재미들이 섞여 있는 환상 그 자체라고! 억지로 쓸고 닦고 청소하는 건 인생이 아니야! 재미없단 말이야!” 누구한테 머리에 꿀밤을 맞은 듯 휴대폰을 들고 벙쪘다. 초등학생 때 재밌게 보던 만화가 고등학생이 된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때부터 나는 달라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나는 새로운 도전은 싫어하고, 원래 하던 일을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저 대사를 보고 똑같은 일만 지긋지긋하게 반복 할 바에 새로운 걸 도전하고, 그 도전이 실패할지라도 실패를 발전의 기회로 삼아 나를 한 층 더 성장시키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전을 두려워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도전을 두려워했을까? 그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미지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나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기도 했다.
도전을 두려워한 나의 모습은 늘 안전지대에 머물고자 했던 모습이었다. 익숙한 환경과 일상에 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시도를 기피했다. 그런 나 자신을 바라볼 때, 나는 진정한 성장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은 본질적으로 도전의 연속인데, 나는 그 속에서 편안함만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한 나의 태도는 결국 많은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잠재력들을 미리 포기했던 것이다.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후회와 아쉬움을 느낀다. 도전은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성장과 성취를 가져다준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이상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들을 바탕으로, 나는 더욱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다짐한 지금, 나는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향해 문을 열어두려 한다. 두려움은 극복될 때 비로소 나에게 성장과 발전을 선물해줄 것이다.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시작은 지금 이 순간부터다.
브레이크보다 액셀을 더 많이 올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