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녕의 물가 정자 시에 차운하다 병서〔次新寧水亭【幷序】〕
내가 정덕(正德) 무진년(1508, 중종3) 간에 부모님을 위하여 영양(永陽 영천(永川))의 수령이 되기를 청하였는데, 영양이 신녕 곁에 있고 또 겸관(兼官)으로 공문을 수령하며 왕래하지 않는 달이 없었다. 지금 신녕 현감 황군(黃君 황준량(黃俊良))은 나의 손서(孫壻)인데 조정에서 그가 쇠잔한 것을 우려하여 병부 낭관(兵部郞官)에서 이 고을에 임명하였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성들의 환심을 얻었고 백성을 보살피는 것 외에는 생각이 다른 데 미치지 않았다. 이에 대숲 앞에 시 읊는 곳을 만들어, 내가 젊을 시절 유람하여 이곳을 사모한다는 것을 알고 시를 지어 화답을 청하였다. 나 또한 잠시 인연 맺었던 그리움이 없지 않아 정자가 새로 세워진 것을 기뻐하며 졸렬함을 잊고 차운하여 사례한다.
구리 인장 허리에 찬 젊은 태수 靑春太守佩章銅
큰 재주 품고 작은 고을에 부임했네 割鷄牛刀十室中
한 구역에 정사 간소하니 마을 개가 졸고 政簡一區村犬睡
한 달 만에 교화 행해져 송사가 없어졌네 化行期月訟庭空
섬돌 따라 시냇물은 콸콸 옥 소리 울리고 循除㶁㶁溪鳴玉
언덕 너머 대나무는 소소히 바람 일으키네 隔岸蕭蕭竹引風
어찌 관사에 멋진 경관 보내 줄 뿐이랴 豈但鈴齋輸勝槩
맑은 그늘 나눠 주어 피곤한 몸 일으키네 淸陰分處起疲癃
관사에 나아갔던 일 분명하게 기억나는데 記得曾遊館舍明
빽빽한 대나무 숲에 작은 개울 소리 울렸지 竹林如束小溪聲
이 사이에 다시 냇물 가 누각을 지으니 此間更起臨流閣
태수는 속인의 마음 아님을 알겠네 知是遨頭不俗情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次新寧水亭 幷序
余於正德戊辰間。爲親乞符永陽。永於新旁。且兼官沿牒。往來無虛月。今新守黃君。乃余孫贅。朝家憂其凋弊。以兵部郞除此。下車未久。得民歡心。撫字之外。念不及他。乃作嘯詠之所於竹林前溪。知余少日遊歷。眷戀于茲。以詩求和。余亦不無桑下之念。喜亭之新。忘拙步謝。靑春太守佩章銅。割鷄牛刀十室中。政簡一區村犬睡。化行期月訟庭空。循除㶁㶁溪鳴玉。隔岸蕭蕭竹引風。豈但鈴齋輸勝槩。淸陰分處起疲癃 記得曾遊館舍明。竹林如束小溪聲。此間更起臨流閣。知是遨頭不俗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