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반적으로 감독을 헤드코치(head coach)라고 부르는데 반해 야구는 매니저(manager)라고 호칭한다. “왜 그럴까”라고 자문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야구감독은 관리자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업무구분이 명확해져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감독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야구감독은 관리자로서 임무가 다른 어느 종목 지도자보다 많다.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의심이 나면 기용하지 말고 기용했으면 의심하지 마라.’ 야구감독이철칙으로 여기는 불문율 중 하나다. 감독이 믿고 있다고 확신하는 선수가120%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감독의 눈밖에 난 선수가제기량을 뽐내는 일은 거의 없다.
12.‘승리에는 불가사의한 승리가 있지만 패배에는 불가사의한 패배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시즌 중 국내에 복귀한 이상훈은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져 포스트시즌에서 위태위태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이상훈은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후 왼쪽 팔꿈치가 아파 볼을 제대로 던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상훈이 올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다.
13.야구는 센터라인이 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수-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수비의 축이 제대로 서야 팀이 산다는 말이다.
“좌익수 우익수는 가능하면 중견수에게 타구를 양보해야 한다”는 야구불문율도 그래서 생겨난 것 같다.
중견수는 외야수중 행동반경이 가장 넓은 중요한 포지션인데 좌익수나 우익수가 도를 넘으면 실책으로 이어질가능성도 있다.
흔히 ‘수비가 강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수비의 비중이그만큼 크다는 얘기이다.
14.LA 다저스단장을 지낸 프레스코 톰슨과 한 연습생과의 대화는 음미해볼만하다.
“톰슨씨 저스트미트가 안돼 공밑을 때리고 있습니다.”(연습생)
“도대체 어느 정도 밑을 때리고 있는가.”(톰슨단장)
“단지 4㎜정도라고 생각합니다.”(연습생)
“그런가 그 정도 두께의 받침대를 스파이크속에 넣고 친다면 어떻겠나.”(톰슨단장)
언뜻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화다.
하지만 연습생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단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장점 곁에 단점이 있다.
” 야구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불문율중 하나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진출을 노리던 국내 간판선수들이 줄줄이 망신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라면 누구나큰 물에서 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성공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남모르게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15.“도구를 손질하면 행운을 부른다.” 야구계에서 통용되는 불문율중 하나이다. 프로선수라면 도구를 손질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사용하는 도구의 손질을 게을리 하는 것은 좋게 볼 수가 없다. 일례로 일본의 유명한재벌기업 총수 혼다씨는 사람을 사귈 때 그 사람 집의 화장실을 가보면 알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은 그 사람의 인간성 및 성격을 잘 나타낸다고 한다. 실제로 도구를보면 그 사람의 생활을 알 수가 있다. 항상 새것과 같이 잘 손질해 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격렬한 연습 후에 잘 손질해 놓으면 언제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행운은 평소에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의미다.
세일즈맨의 경우 복장이나 몸 상태가 단정하지 못하면 결코 우수한 인재라고 말할수 없다. 평소부터 작은 것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습관이 행운을부르는 비결일 것이다.비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때때로 사소하지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말속에는 매사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용기는 준비를 제대로 한 사람에게만 샘솟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6.엉덩이 빼고 헛스윙하면 '편안'…삼진 각오 자기 스윙하면 '거북'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삼진을당할 각오를 하고 타석에 들어서 자기 스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홈런을 맞기도 했고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삼진을 두려워하면 삼진을 당한다.
’ 야구계에서 통용되는 불문율중하나이다.
무슨 일에 불안해 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실제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삼진을 두려워하면 삼진을 당한다는 것도 똑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과거를 빨리 잊는 것이다.
비단 야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사가 결과를 두려워 하면 좋은 결과를얻을 수 없다.
17.당시 나에게 큰 자극을 줬던 선수가 야마모토라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에이스였다.
직구최고구속이 133㎞에 불과했지만 매년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곰곰히관찰할 결과 100㎞대의 커브, 120㎞대 슬라이더와 섞어던지는 직구가 승부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구도 같은 직구가 아니라 속도에 변화를 줘 상대타자들을 혼란스럽게만들었던 것이다.
야마모토식 ‘속도의 변화’를 추구한 덕분에 97시즌에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변화구는 속구가 있어야 통한다.
’ 초등학교 투수라도 아는 야구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국내선수들중 여기에서 말하는 변화구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낙차큰 커브나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만을 변화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야마모토의 경우에서 보듯 직구에 속도의 변화를 주는 체인지업만큼훌륭한 변화구는 없다.
커브나 슬라이더는 제구가 안될 경우 장타로 연결될수 있다.
하지만 직구구속의 완급을 조절하면 타자의 타격타이밍을 손쉽게 빼았을 수 있다.
이같은 평범한 사실을 실천하느냐 마느냐가 1류와 3류의 차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시도하는 작은 변화가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단 야구에 한정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트렌드를 한발 앞서가는 사소한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을 잡은 사람들은 ‘변화’속에 담겨진 비밀을 알아챈 부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8.현역시절 ‘핀치(위기)는 초청하지 않아도 오지만 찬스는 붙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불운이나 핀치는 도망가려고 해도 쫓아 오지만 기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탕’이 ‘열탕’으로 변하는지 모르고 ‘온탕’에 안주해온 프로야구가 위기에 몰려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생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냄비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온 신경이 마비되기전 에 행동을 취하는 길밖에 없다.
19.야구용어중 와일드 피치(Wild Pitch)와 패스트볼(Passed Ball)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다. 투수가 잘못 던진 볼을 포수가 알을 까는게 와일드피치이고 반대의 경우가 패스트볼이다. 그러나 경계선이 애매모호해 일반팬들은 헷갈리기 일쑤이다.
기록원들은 일반적으로 타자앞에서 바운드된 볼이 포수뒤로 빠지면 와일드피치로 기록한다. 그외 경우에는 포수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패스트볼로 판단한다.
‘패스트볼의 8할은 투수의 책임이다’는 야구불문율도 투수가 원인제공자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패스트볼은 투수의 사인미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구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 갑작기 속구를 던지면 십중팔구 패스트볼이 된다.
20.전력 외적 요인인 팀웍의 붕괴는 감독의 선수관리잘못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때문에 그는 1군선수를 3부류로 나눠 관리한다. “주전 10명은 불만이 없다. 또 기량이 처지는 10명은 실력차를 알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관건은 나머지 5명이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의 5명은 주전보다 실력이 뒤처질 게 없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항상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그는 시즌 내내 다른 선수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이들 5명을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한다. 이들의 불평불만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면 십중팔구는 팀웍에 이상이 생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승리는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다’는 야구불문율도 팀웍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 팀마다 이런 저런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팀웍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