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밀어붙이던 기업 임금피크제 도입이 요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총선에 눈귀가 쏠려 민생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 일자리 창출을 깡그리 삼켰으니 이 보다 더 큰 일은 없다. 갈수록 태산인 게 지난 2월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수십만 명인데 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보류할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들에게 일자리를 몇 개라도 더 주려면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적극적으로 도임해야 하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딴전을 피우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청년 취업난의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기성세대들의 일자리 점유다. 이전 같았으면 벌써 퇴직했을 사람들이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활 수준향상과 건강유지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 내년부터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들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문제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진다. 정년 연장으로 생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고임금자는 더 증가하게 된다.
정년을 연장하는 만큼 임금을 줄이고 그 돈으로 젊은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성세대들의 양보가 절대 필요하다. 아버지가 일자리를 고집스레 차지하고 있어 자식들이 구직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까지 연장하려 하니 젊은 층의 취업이 바늘구멍이다. 자신들의 임금을 줄여 후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
선진국에선 이 제도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금은 시간선택제로까지 발전해 있다. 젊은 층이 주요 시간에 근무하고 중장연층은 해당시간에만 출근해 일함으로서 전체적인 조화를 꾀한다. 젊은 세대가 필요할 때 기성세대가 이를 일부 보충해 줌으로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령화 세대의 취업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기성세대의 통 큰 양보와 협조 못지않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사기업들을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가닥을 잡고 해법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정신이 엉뚱한 곳에 가 있다. 누가 국회의장, 부의장을 맡을 것인지 ‘전리품’ 가르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또 정부는 어떻게 하면 현 정권 남은기간 동안 ‘레임덕’을 피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는 사이 애처로운 우리 젊은이들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숨을 헉헉 거리는 중이다. 기사입력: 2016/04/21 [18:33]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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