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성돔 채비와 달리 벵에돔 채비는 다양성과 운용성 면에서 많은 묘미를 갖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 손톱보다 작고 귀여운 소품들은 앙증맞은 크기와는 달리 저마다의 막중한 역할을 갖고 있다. 벵에돔낚시 소품 가운데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제로찌와 찌멈춤봉의 구입 요령 및 활용법을 살펴본다.
제로찌의 범주와 활용법
제로찌란 찌의 부력이 0(제로)로 표기된 찌를 말한다. 제로란 의미는 숫자가 의미하는 그대로 여부력(餘浮力)이 없다는 뜻이겠으나, 대부분의 제로찌는 실제론 수면에 뜨는 플러스 부력(여부력)을 갖고 있다.
결국 제로찌란 명칭은 여부력이 미약하게 존재하나 여기에 약간의 무게만 더해지면 가라앉는 ‘아주 민감한 찌’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처럼 벵에돔낚시에 있어 민감한 찌를 사용하는 이유는 벵에돔의 변화무쌍한 입질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즉 제주도와 같이 수온이 높고 활성도가 높은 곳에선 찌의 부력이 다소 강해도 벵에돔이 끌고 들어가는 데 큰 지장이 없는 반면, 남해안처럼 평균 수온이 높지 않은 곳에선 아주 미세한 입질만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으론 벵에돔의 활성도를 정의할 순 없다. 제주도라도 계절과 수온ㆍ일기에 따라 남해안 벵에돔 못잖게 미약한 입질을 보이는 때가 수두룩하고, 남해안이라도 제주도 못잖은 활성도로 수면까지 떠올라 미끼를 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벵에돔낚시에 있어 제로찌가 필요한 이유를 요약해 보자면 ①수면 밑 두서너 발 수심층을 공략하는 특성상 당연히 고부력찌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며, ②벵에돔의 활성도가 극도로 나빠지는 이상 조건에 대비키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벵에돔이 10m 이상의 깊은 수심에서 입질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이때는 고부력찌 또는 잠수찌를 사용해 깊은 수심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나 지역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평소 두세 발 수심에서 입질하던 벵에돔이 갑자기 깊은 수심에서 입질한다면 낚시 당일의 벵에돔 조황은 부진을 면키 힘들다. 활성도를 떨어뜨릴 만한 악조건이 갑자기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제 아무리 고부력 채비로 바닥을 ‘박-박-’ 긁어도 입질을 받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그림1> 참조).
따라서 벵에돔낚시에 있어 찌의 선택 기준은, 일단 벵에돔의 활성도가 최악은 아닌 상태로 가정한 뒤 수시로 변화하는 활성도와 취이 패턴을 고려한 선택이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만 한다.
단순 부력보다 현장조건이 좌우
제로찌를 구입할 때는 크게 0ㆍG2ㆍB 정도로 부력을 세분화 하는 것이 유용하다. 같은 0부력이라도 지역에 따라 여부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염분 농도에 따라서 제주도에선 잠방잠방 잘만 떠 있던 찌가 남해안 어느 곳에선 ‘사르르-’ 잠길 수도 있고, 두발 수심을 준 상태에선 잘 떠 있던 찌도 두 발 정도를 더 주면 잠겨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두 번째 경우는 수면 아래 있던 채비가 속조류의 영향을 추가로 받으면서 ‘무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림2> 참조).
따라서 0부력만으론 시인성을 확보할 수 없거나, 수심은 더 깊게 주되 민감성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선 G2나 B 정도로 찌의 호수를 올려 사용하는 것이 제로찌의 적절한 사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0이상 B 이하 부력 내의 찌들을 크게 제로찌의 범주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 겨울철 거문도나 추자도에선 0.8호나 1호 채비를 써야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특정 지역의 특색’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모든 구멍찌가 마찬가지인 것처럼 제로찌 역시 부력에 관계없이 적당히 무거운 제품이 활용도도 높은데, 통상 10g 이상을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찌멈춤봉은 제1의 어신찌
벵에돔 제로찌낚시의 일등 소품으로 찌멈춤봉을 꼽을 수 있다. 원줄과 목줄의 직결 부위 상단에 위치하면서 구멍찌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 동시에 자유자재로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찌밑 수심을 변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찌멈춤봉을 30cm만 더 올려 고정시키면 자연스럽게 찌밑 수심 30cm가 확보되는 것인데, 불과 10~30cm 수심 차만으로도 조과차가 현격히 발생하는 벵에돔낚시에 있어선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과도하게 올렸다간 캐스팅과 채비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한정 올릴 순 없다.
또 다른 주요 기능은 어신 판별 기능이다. 활성도가 높을 상황의 벵에돔은 채비가 미처 자리를 잡기 전에 떠올라 입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림>에서 보듯 벵에돔이 미끼를 물고 좌우로 이동하거나 미세한 움직임만을 보일 때는 어신이 실제보다도 늦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는 찌멈춤봉의 물속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입질 여부를 감 잡을 수 있는데, 착수 직후 옆으로 누웠던 찌멈춤봉이 수직 방향으로 섰다면 채비가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이며, 서서히 가라앉던 도중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면 벵에돔이 미끼를 물고 내달린다는 뜻이 된다(<그림3> 참조).
따라서 구멍찌에 어신이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더라도 찌멈춤봉만 예의 주시하고 있으면 한 박자 빠른 챔질 타이밍을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 시중엔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찌멈춤봉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제품이 성능과 품질엔 큰 차이가 없으나 일부 제품들은 너무 유연한 나머지 구멍찌의 무게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그다지 오래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멈춤고무가 헐거워지거나 찢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적당히 탄력도 있으면서 ‘하-드’ 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단 ‘하-드’ 한 제품은 위치를 옮길 때 강하게 밀어버리면 마찰열로 인해 원줄이 손상 받을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위치 이동 시마다 찌멈춤봉을 분리한 뒤 다시 결합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그림4> 참조).
바다의 물색에 따라 찌멈춤봉의 시인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기왕이면 상하에 고정시키는 멈춤고무를 서로 다른 색으로 짝을 맞춰 사용하면 어떤 상황이라도도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그림5> 참조).
최근 국내외 유명 메이커 제품 중에는 재질은 부드럽지만 원줄이 삽입되는 구멍을 비좁게 만들어 밀림을 방지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부피를 키워 수중찌와 찌멈춤봉을 겸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도 시판 중이다.
제로찌 모음.

다양한 호수의 제로찌를 두루 갖추면 수시로 변화하는 입질 패턴 대용에 용이하다.
제주 우도는 제로조법의 경연장이라고 할 만큼 민감한 채비가 요구되는 낚시터다.
각기 다른 색의 찌멈춤 고무로 짝을 맞춘 채비.
찌멈춤 고무를 이중으로 결합해 밀림을 방지한 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