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서면에서 레스토랑 운영을 시작한 이홍재 대표는 200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엔젤호텔 내에서 2개 층을 합해 600㎡가 넘는 대형 일식당 어부야를 운영했다. 서면 일대에서 꽤 자리 잡은 일식집이었는데 갑자기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달 2000만 원 적자를 보고는 바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싼 메뉴도 있지만, 법이 정한 상한선을 넘는 메뉴를 접대받는 것으로 오해를 살까 봐 공무원과 교사 등이 아예 출입을 피하게 됐고, 각종 단체 회식도 구성원 중 몇 명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것이다.
그는 고심 끝에 기본으로 돌아가 집밥을 내놓는 '미밥'을 열었다. 어느 한 요리만 내세우지 않고, 집에서 먹는 것처럼 반찬을 골고루 준비해 정성껏 내놓는 '정식' 말이다.
오징어 젓갈, 열무김치,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꼬시래기 무침, 참나물 무침, 해파리냉채, 잡채, 부추전, 감자 샐러드, 불고기, 상추·배추·다시마 쌈, 어묵 조림, 애호박 무침, 그리고 콩나물 북엇국. 8000원짜리 미밥정식을 주문하니 이 많은 반찬이 한꺼번에 나왔다. 이 대표가 매일 오후 2시면 부전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 재료를 사고, 김치나 젓갈 외에는 매일 새로 만든다고 했다. 나물이나 찌개 종류도 수시로 바꾼다. "매일 매일은 물론, 점심 저녁도 다른 반찬으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미밥을 집밥처럼 자주 찾아도 싫증 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특정 취향에 호소하지 않는 수더분한 맛도 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중적으로 찾을 수 있는 비법일 터. 가능하면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고 밥 한 젓가락에 반찬을 3~4가지 먹다 보니 밥과 반찬의 위상이 역전된 느낌이었다. 의사들이 권한다는 '건강 식사법'이 저절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밥이 후줄근한 것도 아니다.
가게 이름에 쌀 미(米)를 쓴 데서 보듯 이 대표는 김이 설설 오르는 군침 도는 밥을 지향하고 있었다. 미리 스테인리스 공기에 밥을 담아두는 일반 식당과 달리, 미밥은 8대의 최신 압력밥솥에서 방금 한 밥을 바로 퍼 테이블 위에 가져왔다. 쌀 씻기와 불리기에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다. "제가 이 가게 차리려고 고민할 때 '밥장사는 돈 남길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인이 조언해주더라고요. 손님들이 저희 집 밥 기분 좋게 드시고 건강하게 생활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위기가 왔을 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베테랑 이 대표로부터 배운 교훈이다.
미밥정식 8000원, 보쌈정식 1만 원, 김치전골·닭볶음탕 각 2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680번길 49(부전동). 051-803-3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