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줘! 제니퍼(Jennifer's Body, 2009)

[유령작가]

죽여줘! 제니퍼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표지

오스카상 수상에 빛나는 <주노>(Jono)의 시나리오작가 디아블로 코디(Diablo Cody)와 <걸파이트>(Girlfight, 2000)의 감독 카린 쿠사마(Karyn Kusama)의 합작품. 도발적 유혹이거나 외설적으로 음탕한 코미디 호러 <죽여줘! 제니퍼>(Jennifer's Body)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속편까지, 육감적인 몸매로 수컷들의 음흉한 동심을 사로잡은 여배우 메간 폭스(Megan Fox)가 주연했다. 죽여주는 “섹시바디 포스”와 더불어 제대로 된 연기력을 발휘한 폭스의 '제니퍼'는 일견 <트와일라잇>(Twilight)의 여성버전처럼 보인다.

발랄한 성격의 고교미식축구팀 치어리더인 제니퍼는 어느 날 화제사고 직후 필연적 우연으로 록 밴드 멤버들을 따라갔다가 사악한 운명을 맞게 된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영화는 학교 남학생들을 매혹해 욕구를 채우는 맨-이터(Man-eater) 제니퍼와 그녀의 엽기적 절친 니디(아만다 시프리드) 간의 이상야릇한 스토리를 비밀스럽게 펼쳐낸다.

두 여자 친구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영화는 으스스한 악마숭배주의나 마법, 험악하고 위협적인 희극조의 하이스쿨 풍자, 다소의 고어(gore), 돌진하는 로큰롤(rock 'n' roll)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감정이입에 입각한 괴짜로서 관객의 공감을 살 관능적인 여배우 아만다 시프리드(Amanda Seyfried)와 오늘의 핀-업 걸 메간 폭스(Megan Fox)의 알몸수영을 관음할 수 있는 기회의 장면들로 충만하다. 여성버전으로서 <트와일라잇>의 대척점에서 혈기왕성, 감정적이란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위한 음악은 시어도어 샤피로(Theodore Shapiro)와 스티븐 바튼(Stephen Barton)이 공동작곡했다. 음악의 비중을 크게 다루는 각본가와 감독의 합작품에 가세한 두 작곡가는 자의식 강한 최신유행 스타일의 영화 자체에 채널을 맞췄다. 그렇게 완성된 스코어는 실제 상투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만큼 독특한 방향성을 추구했다.

주제곡과 변주에 의해 의식되는 음악이라기 보다 극적인 분위기를 내는 수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영화의 동시대적 스타일과 함께 엣지(edge) 있는 록의 터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인디 록 밴드의 등장이 영화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스코어에서도 현저한 록음악의 요소들은 제니퍼의 캐릭터 성향과 맞물려 음산함과 괴이함을 한층 더 증폭시킨다.

제니퍼! 죽여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듣기

전기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록밴드 악기구성을 특징적으로 내재한 사운드 질감은 'Devil's kettle'(데블스 케슬-악마의 구혈), 'Sandbox love'(모래통 사랑), 수수께끼 같은 'Scrubbing the floor'(바닥 문지르기), 공격적인 'Death of colin'(콜린의 죽음) 그리고 'Levitation'(공중부양), 매혹적인 'Pulling hair'(머리채를 잡아채다), 은밀히 도취감을 일으키는 'The pool'(작은 연못), 달곰씁쓸한 'Chip dies'(칩이 죽었어)와 같은 큐, 지시악곡들에서 증폭된다.

역동적인 액션과 지속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는 서스펜스음악의 대부분은 그런지 록사운드, 대기를 감돌며 분위기를 내는 전자배음, 극소량의 오케스트라가 삼투되었다. 'The Fire'(화제), 'Swing Shift'(야근교대), 그리고 'Ritual Sacrifice'(의식제물)와 같은 지시곡들은 앰비언트(ambient) 신서사이저 톤과 화음이 조금 더 현저하다. 리듬적인 'Library'(도서관)가 흥미를 자극하는 새로운 기조의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특별히 흥미를 배가시키지는 않는다.

공포음악의 대가 크리스토퍼 영(Christopher Young)스타일 오싹한 피아노 모티프는 오프닝 'Hospital'(병원)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Swing Shift', 'Finding Jonas' Body'(조나스의 신체 발견), 'Out the Window'(창문 밖에) 등에서 재연되지만 샤피로의 재능을 감안하면 이러한 전래적 답습의 발현은 다소 아쉽다.

전반적으로 흐리고 칙칙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스코어는 사실 마음을 끄는 주제적인 선율이나 핵심적인 악상의 음악이 부재하다. 영화 내에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외적 대중성과는 결연된다. 대중적 차원에서 보면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록음악이 더 끌린다. 영화 내에서 문제의 가상밴드로 등장하는 인디 록밴드 로우 숄더(Low Shoulder)의 'Through the trees'에 대략 만족할 수 있다면 감성적인 터치가 있는 모던 록 송들을 찾아듣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장면에 맞게 사운드트랙에 실린 전곡 -

■졸업앨범/모임: 'I'm Not Gonna Teach Your Boyfriend How To Dance With You'(너와 어떻게 춤추는지 네 남자친구에게 안 가르쳐줄테야)–Black Kids(블랙 키즈)
■나갈 채비를 하는 니디: 'Little Lover's So Polite'(어린 연인은 너무 공손해)–Silversun Pickups(실버선 픽업스)
■바로 걸어 들어가 바에서: 'Urgent'(긴급한)–Foreigner(포리너)
■밴드에게 말을 거는 도중 배경음악: 'Two Tickets To Paradise'(천국으로 가는 2장의 티켓)–Eddie Money(에디 머니)
■불에 앞서 연주하는 밴드: 'Through the Trees'(숲을 헤치고)–Ryan Levine(라이언 레빈)(Low Shoulder-로우 숄더)
■경기장에서 풋볼선수를 만나는 장면: 'Sacred Heart'(신성한 또는 바쳐진 심장)(Sacre Coeur)–It Dies Today(잇 다이스 투데이)
■라디오를 타는 로우 숄더: 'One More Night'(하룻밤만 더)–Ryan Levine(라이언 레빈)
■라디오를 들으며 샌드위치를 만드는 : 'Teenagers(십대들)–Hayley Williams(헤일리 윌리엄스)
■호수에서 수영하는 제니퍼: 'Celestial Crown'(천국의 왕관)–The Sword(더 소어드)
■전화통화 중: 'New In Town'(마을에 낯선)–Victoria Hesketh(빅토리아 헤스케스)(Little Boots)
■작은 피아노를 치는 남친의 여동생: 'The Celebrated Chopstick Waltz'(유명한 젓가락 왈츠)–Traditional(전통민요)
■내가 신이라고 말하는 제니퍼: 'New In Town'(뉴 인 타운)–Victoria Hesketh(Little Boots)
■학교로 걸어 들어가는 제니퍼/심야: 'Through the Trees'–Ryan Levine(Low Shoulder)
■성애장면의 시작: 'Time'(시간)–Cute Is What We Aim For(큐트 이즈 왓 위 에임 포)
■제니퍼의 집으로 운전해 가는 녀석/니디 남친 칩과 성애를 나누는 장면: 'I Can See Clearly Now'(이제 확실히 볼 수 있어요)-Screeching Weasel(스크리칭 위절)
■촛불로 장식된 방: 'I Wanna Love You'(사랑을 나누고 싶어)–Snoop Dogg and Akon(스눕 독과 에이콘)
■차를 탄 니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Through the Trees'–Ryan Levine(Low Shoulder)
■제니퍼, 밴드 로우 숄더와 함께 밴에서: 'Finishing School'(교양/신부학교)–Dashboard Confessional(데시보드 컨페셔널)
■제니퍼를 죽이기 전 노래하는 밴드: '867-5309/Jenny'–Alexander Call and James Keller(알렉산더 콜과 제임스 켈러)(원곡 토미 튜톤(Tommy Tutone))
■제니퍼가 악마라고 니디가 남자친구 칩에게 말한 후/헤어짐: 'Kiss With A Fist'(주먹쥐고 키스)–Florence and the Machine(플로렌스 앤 더 머신)
■춤추기 전 준비 장면: 'New Perspective'(새로운 시각)–Panic At The Disco(패닉 엣 더 디스코)
■춤추는 장면: 'Death'(죽음)–White Lies(화이트 라이즈)
■춤추는 동안 로우 숄더 공연: 'Through the Trees'–Ryan Levine(Low Shoulder)
■히치하이킹/종영인물자막 밴드 몽타주: 'Violet'(바이올렛)–Hole(홀)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밴드의 죽음/증거 장면들: 'In The Flesh'(살아서)–Ryan Levine (Low Shoulder). 오리지널: 블론디(Blondie).
■흑색바탕에 종영인물자막 첫 번째 노래: 'Ready For The Floor'(공연을 위한 준비)–Lissie Trullie(리시 트룰리)
■두 번째 종영인물자막 송: 'Chew Me Up And Spit Me Out'(날 씹고 뱉어줘)–Cobra Starship(코브라 스타쉽)
■세 번째 종영인물자막 송: 'Toxic Valentine'(중독성 발렌타인)–All Time Low(올 타임 로우)
■오리지널스코어–시어도어 샤피로(Theodore Shapiro )와 스티븐 바톤(Stephen Bar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