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을 만들고 닭을 들여 놓았으니 다음에 할 일은 내가 기거할 움막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움막만들기는 그리 만만한 노릇이 아니었다.
대충 닭장만들던 경험을 살려 나무를 기둥삼아 비만 가리고 살 적당한 움막 하나 만들어 보자, 호기를 부렸지만
막상 움막을 만들어보자고 찬찬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뭐라할까.. 엄두가 안난다 할까??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아 있음 아무것도 되는 일은 없을 터인 즉, 일단 움막을 어디다 지을 것인지부터 정해야 했다.
닭장 아래 평지가 있지만 그곳은 아무래도 닭똥냄새 등, 그닥 좋은 후보지는 아닌 것 같아 안으로 좀 들어간 지점에 터를 잡았다.
닭장과 내년 봄에 세워질 표고장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고 행동반경이 좁은 지점이어야 했다.
일단 대충 나무를 잘라내고 나무를 기둥삼아 벽을 설치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규모를 대폭 줄였다^^;;
확보되어 있는 판넬 2장 크기로 움막크기를 줄이기로 하고 다시 재어보니 애초에 구상하여 나무벤 면적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게 내 수준에 맞는 공사인 것 같다. 일단 수평을 잡아 바닥을 어느정도로 해야 할지 보았다.
완만해보이는 경사면인데도 불구하고 수평을 잡아보니 아랫부분은 내 키보다도 더 기울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장난 아니다^^;;
판넬 크기에 맞춰 파이프 등 자재 구입하여 잘라 놓고...
마침 작은형이 잠시 휴가를 내어 귀국한다기에 바쁜 일정이더라도 하루 정도 시간을 빼서 도와달라 염치도 없이 SOS를 날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원의 손길, 작은형이 왔다^^
친구에게 발전기도 빌려 놓고 용접기도 빌려놓고....
전기도 없고 움막지을 장소까지 차도 들어갈 수 없으니 천상 긴 작업선이 필요한 데 내겐 작업선도 없었다.
희국이에게 작업선을 빌리러 가니 용접기는 있느냐 묻는다. 용접기는 사실 그 전날 관장님에게 미리 부탁을 해 놓았기에
작업선만 있음 된다 말했더니 뭐하러 작업선 따로 용접기 따로 빌리느냐며 걍 용접기까지 다 가져가란다. 고마운 노릇이다.
겨우 일주일 휴가 기간 중에 자기 볼일 보기도 바빴을텐데 시간 쪼개어 와주신 형님도 고맙고...
용접, 이게 내가 아직은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난관이었는데..., 언젠간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낙엽이 쌓여 있어 용접할 때 불을 가장 조심해야 했다.
실제로 불똥이 튀어 낙엽에 불이 붙은 게 몇 차례였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아차 하는 순간에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바닥 골조가 완성 되었다. 이럼 일단 가장 어려운 관문은 넘은 셈이다^^
판넬을 깔고,
드릴로 피스를 박아 고정시키는 것도 아직은 내겐 너무 어려운 난제이다.
한두번 드릴을 사용해 보았는데, 힘이 딸려 그런지 요령이 부족해 그런지 영 힘만 들지 구멍 자체를 뚫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았다.
아래쪽으로는 내가 똑바로 서서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었다.
경사면 아래쪽에서 바라보는 경사도는 비교적 완만해보이는데도 막상 수평을 잡아 바닥을 놓으니 이렇게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이었다.
벽면이나 천정을 어찌할까 며칠 고민하다가 일단 천정에 비가림만 하고 텐트를 치면 가을까지는 무난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기진이 정호 대호 셋이서 일손을 덜어주러 왔다. 친구들아 정말 고맙다^^
사실 천막 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나무 위로 올라가 무거운 천막을 당겨서 묶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녹녹치않은 일이었다. 때 맞춰 달려와 준 친구들이 아니었음 마눌님과 둘이서 종일 고생해도 될까말까할 노릇이었다.
천막을 치고 내려와 간단히 막걸리 한 잔 하기로 했다^^
연고 하나 없는 타향에 이사와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마실가
부담없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담소 나눌 수 있으니 나는 이곳이 타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 난 행복하고, 또 복받은 귀농인이다^^
기진이 정호 대호 희국이 모두 너무 고맙다.
이렇게 나의 움막은 여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성원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진심과 사랑이 보태진 보금자리에서 나는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지만 결코 서둘지 않으며 차분히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곁에서 응원해주고 정을 나누어주니 내가 가는 그 길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어제, 텐트를 치고 있다.
닭들을 어제부터 방사하기로 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곳에서 밤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 저물면 닭들은 자연스레 닭장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혹시라도 그렇지 않고 날 저물기 전에 놈들을
닭장 안으로 몰아넣지 못하는 '돌발상황'을 맞는다면, 부득불 이곳에서 잠을 자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렌턴을 확인하고 건전지도 갈아 끼우고, 침낭에 이불에... 나름 야영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닭들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자 시키지 않아도 집으로 들어가 주었고,
우리 이쁜 고양이 짱이는 닭들을 해치지않아 묶어두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묶여 있는 우리 발발이 삼총사도 하나 하나 닭들과 대면시켜 공격하지 못하도록 훈련을 시켜봐야 할 일이다.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비피할곳 마련했으니 신선이 부럽지 않겠네요. 부럽다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