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 머리말
이사야에게 말이란, 참된 것과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만들어 내는 물감이요
멜로디요 조각칼이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죄와 악과 반역을 부서뜨리는
망치요 창이요 메스가 되기도 한다. 이사야는 그저 정보만을 전달한 예언자가 아니다.
그는 비전을 창조하고 계시를 전하고 믿음을 세워준 사람이다. 그는 실로 근본적
의미에서의 시인, 곧 장인이다. 신의 현존을 우리 피부에 와 닿게 하기 때문이다.
이사야는 히브리 민족이 낳은 최고의 예언자요 시인이다.
믿음으로 사는 이들, 신의 말로 빚어지고자 늘 자신을 드려 거룩을 추구하며 사는
이들에게, 이사야는 실로 우뚝 솟은 산이다. 그렇다, 거룩. 이사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신의 호칭은 다름 아닌 “거룩하신 분”이다. 이 광대한 책은
고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진 메시지 모음집으로, 읽는 이들을 거룩하신 분의
현존과 役事속에 빠뜨린다.
“만군의 하나님께서 정의를 행하심으로, 산이 되실 것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의를 행하심으로, ‘거룩’이 무엇인지 보여주실 것이다”
(사 5:16)
이사야의 말은 ‘거룩’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지금까지 거룩이 그저
경건한 말, 별다른 감흥 없는 민숭민숭한 말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사야의 설교는 그 단어를 불덩이 같은 그 무엇으로 바꾸어 놓는다. 거룩은
우리가 삶에서 가져 볼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강렬한 체험이다.
그저 겉핥기 식이 아닌, 삶의 진수를 있는 그대로 맛보는 것, 그것이 바로
거룩이다. 우리는 신이 직접 행하고 계신 일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저 그 일들에 대해 입으로 떠들거나 책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거룩은 거기 들어오는 자들을 완전히 녹여서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어 내는
용광로이다. 그래서,
“누가 이 불폭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랴?
누가 이 대숙청을 모면할 수 있으랴?”
하고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의롭게 살면서 진실을 말하며,
사람을 착취하는 일을 혐오하고
뇌물을 거절하여라.
폭력을 거부하고 악한 유흥을 피하여라.
이것이 너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길,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길이다.
(사33:14-16)
‘거룩, 거룩, 거룩’은 장식용으로 수놓은 레이스가 아니다.
그것은 혁명의 깃발이다. 진정한 혁명이다.
이사야서는 실로 광범위한 책이다. 이 지구 행성에서 신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포함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이사야는 신이 우리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때로는 실망스러운 경험을 들어, 창조와 구원의 희망의 일들을 이루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특징이다. 이 방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우리는 깨닫는다. 이 세상과 우리 인생에, 신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당신의 일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시며, 우리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삶을
다시 고쳐 사용하신다.
“두고 보아라. 너를 푸대접했던 자들, 천대받게 될 것이다.
실패자가 될 것이다.
너를 대적했던 자들,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아무것도 보여줄 것 없는 신세가 될 것이다.
네가 옛 적들을 찾아보려고 해도 찾지 못하리라.
너의 옛 원수들,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는 자 하나 없으리라.
그렇다.
나 너의 하나님이,
너를 꽉 붙잡고, 결코 놓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네게 말한다.
‘겁먹지 마라. 내가 여기 있다.
내가 너를 도우리라.’”
(사 41:11-13)
‘교향곡’은 단순성과 복잡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사야서의 특징을 묘사할 때
많이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이사야서의 중심 주제는 뚜렷하다.
‘하나님이 이루시는 구원’, 바로 이것이다. 이사야서는 ‘구원 교향곡’이다.
(이사야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님이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이 웅장한 교향곡에는 작품 전체에 걸쳐 반복되고 발전되는 주된 주제 셋이
있으니, 바로 ‘심판’과 ‘위로’와 ‘희망’이다.
이 세 가지 주제는 거의 모든 장에서 발견되는데, 하나하나가 신의 구원역사를
힘 있게 펼쳐 놓은 세 ‘악장’의 주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사야서는 ‘심판의 메시지’(1-39장),
‘위로의 메시지’(40-55장),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56-6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유진 피터슨, 메시지 성경
[입력] 22년 11월 13일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