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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묘문화 현황과 발전방안
박복순(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 사무총장)
Ⅰ. 서론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다 죽는다. 죽음에 대한 예식과정이며 죽음에 대한 일련의 문화절차이자 처리방법에 관한 양식인 장례 또는 장묘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부터 주검의 처리방법이 매장 화장, 풍장등 각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요인등에 따라 유지, 발전되어 왔다. 현재의 매장위주 장묘문화는 조선시대 이래로 유교와 풍수지리사상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전통 장묘관행으로 고착화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화장위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사회에서는 음택인 묘지가 양택인 산자들의 주거지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었다.
즉, 조상이 묻혀있는 묘지가 대부분 마을 뒷산이거나 가까운 곳에 있어 후손들의 생활공간속에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죽은자(死者)의 공간과 산자(生者)의 공간의 분리현상이 심화되었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개발과 함께 대부분의 묘지들이 이장되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주택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경우 불과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도심 여러곳에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장묘정책의 고려없이 무분별하게 폐쇄되고 외곽으로 밀려나 장묘시설들이 주거지역과 분리되어 지역사회와도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무관심과 회피 대상의 시설이 되고 말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묘지와 관련한 제도가 오래전부터 엄연히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규제를 받지 않고 관행적으로 매장이 이루어져옴으로써 최근 몇 년동안 묘지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대부분 나라들이 원칙적으로 개인묘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묘지가 집단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묘지시설 내 개인이나 가족단위의 묘지를 허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국에 산재한 묘지(2,000여만기로 추정됨)들 가운데 70%정도가 개인묘지이고 이들 묘지들 중 70%정도는 불법묘지로 알려져 있다.
불법묘지란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 조성된 묘지 또는 묘지의 크기나 묘지내 시설설치 관련 법규정을 어긴 묘지들을 말하는데 지금 현재까지도 불법묘지가 전국적으로 계속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묘지들 중 40% 이상이 가족이 찾지 않거나 버려진 무연분묘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 변화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시대변화와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게 장묘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일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Ⅱ. 우리나라 장묘시설 현황과 문제점
‘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우리나라의 매장전통을 화장위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불과 몇 년만에 일어난 장묘문화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묘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린 관습이자 전통이므로 제도나 캠페인 등을 통해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변화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각 분야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변화와 함께 우리의 전통 상장례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그 기본적인 의미마저 많은 부분이 상실된 현대사회의 상장례는 특히 장법에 있어 짧은 기간 내 새로운 형태들이 많이 생겨났고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신체를 보존하여 매장해 왔던 우리의 문화적 정서가 화장으로 급격히 바뀌는 데는 90년대 이후 묘지로 인한 여러 사회적 폐해를 해소해 나가기 위한 국가정책의 변화 및 시민단체의 장묘문화 개선관련 활동 등의 영향도 컸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회적 변화라고 판단된다.
도시화, 핵가족화, 국제화 등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장묘문화전반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의 전통관습이었던 조상묘 돌보기를 통한 孝의 실천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는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평균과 비교해 보면 더욱 자명한 일이다.
유엔인구기금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2005 세계인구현황」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22명으로 전세계 평균인 2.6명의 절반을 밑돌았다. 즉, 조상의 묘를 돌볼 후손이 거의 없게 되는 이런 현실에서 과거의 장묘관행을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지키도록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요즘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와 같은 전통을 기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사회적,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장묘관행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화장위주로 급격히 바뀌게 되면서 화장, 납골시설의 공급부족, 석물위주로 조성되고 있는 납골묘의 문제점, 사설납골당의 난립으로 인한 제 문제, 장묘문화의 지나친 상업주의 등 매우 부정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장묘정책을 화장위주로 바꾸어 나가고자 묘지의 면적 축소 및 시한부 매장제도 등을 채택하여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장묘문화의 빠른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미비할 뿐만 아니라 법의 실효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는 2004년 7월부터 「장사제도개선추진위원회」를 구성, 현행 법률의 개정을 위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립묘지 운영도 화장을 원칙으로 하되 시한부 사용을 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최근 마련되기도 했다.
1. 화장시설의 문제점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 말 현재 전국 화장률은 46.38%인데 이는 5년전 ‘98년도 화장률 27.5%와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화장률 변화이다. 2005년도 현재는 전국화장률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제 화장은 모든 계층에서 , 그리고 모든 종교를 뛰어넘어 국민들이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은 화장예약을 못 할 경우 3일장을 못 치르고 장례기간을 연장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성묘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납골묘 조성이나 산골을 하기 위한 개장유골의 화장이 성행하고 있어 화장시설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4년도처럼 윤달이 든 경우 개장유골 화장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비한 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재 화장장을 신설하기 위해 추진 중에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확보의 어려움까지 겹쳐 빠른 기간 내 화장장 확충이 용이하지 않다.
2. 납골시설의 문제점
한편, 전국적으로 몇 년 전 부터는 가족, 문중 납골묘가 성행하면서 무분별하게 불법적으로 설치되고 있고, 특히 납골묘가 문제되는 것은 석물위주로, 또 대형으로 조성되고 있어 이 시설들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매장묘지보다 더 심각한 환경파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교시설을 빙자한 일부 사설납골당들도 운영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용자의 피해 및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최근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 중 기존의 공동․공설묘지 재개발을 통해 묘지확보 및 납골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사례가 눈에 띈다. 또한 화장문화확산과 함께 납골시설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는 봉분형납골묘나 건축물로된 납골당 이외에 구조물로된 옥외벽식납골시설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경남 남해군과 부산시의 경우, 공설묘지내에 평장식 납골묘를 조성하고 있어 다양한 납골시설의 개발 및 시설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3. 묘지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화장위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지역에 따라서는 매장관행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묘지의 확보도 필수적이다. 매장을 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설묘지나 재단법인 또는 종교법인 등이 운영하는 사설묘지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가족, 종중산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현재 서울, 부산등 대도시의 공설묘지내 매장묘지 공급은 중단되었으며 그 밖의 집단묘지들도 묘지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농촌지역에서는 벌초하기 쉬운 장소로서 도로변의 경작지를 묘지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불법묘지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 아니라 매장을 했을 경우 한달이내에 관할관청에 신고하도록 현행 법률이 규정하고 있으나 전국적으로 개별묘지의 매장신고 건수는 2~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거의 단속을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묘지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법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고 화장문화의 빠른 정착이 요청된다.
4. 최근의 경향
한편, 화장 이후 보다 빠른 자연회귀를 추구하는 장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최근에는 바다나 산 등에 화장유골을 흩어버리는 산골(散骨)이나 큰 나무 주변에 묻는 수목장(樹木葬) 등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러한 화장유골의 자연친화적 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제도의 보완 및 시설과 운영에 관한 보다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Ⅲ. 외국의 장묘문화
1. 일본
일본은 조상숭배사상이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나 불교와 유사종교의 영향, 그리고 철저한 법적 규제와 강력한 행정지도에 힘입어 화장률이 100%에 가까운 화장위주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불교가 서민층으로 확산되면서 장식(葬式)불교의 장례서비스가 크게 호응을 받아 불교신앙이 쇠퇴한 이후에도 사원 및 승려의 염불을 중심으로 장례의식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불교사원에서는 대개의 경우 묘지를 소유하고 있어 묘지와 불교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일본은 화장 후 화장유골을 주로 집단묘지 내에 매장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가족납골묘 형태가 일반적이다. 지금과 같은 묘는 에도(江戶 1603~1867)중기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묘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화장 후 산골하는 「자연장」, 「수목장」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집단묘지는 사원에 소속된 묘지 외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묘지와 종교법인, 공익법인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민영묘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영묘지의 경우 묘지 내에 화장장, 장례식장, 납골당 등을 함께 갖추고 있는 곳도 있고 묘지만 있는 곳, 또는 묘지와 납골당만 있는 곳도 있으며 동경 도심에 있는 아오야마영원의 경우 묘지와 장의소(장례식장)가 있기도 하다. 묘지 내 화장장이 있는 경우에는 묘지구역과 화장장구역을 철저히 격리 구분하여 둠으로써 묘역의 정숙함, 경건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묘지들은 허가된 구역 내 설치하여 묘지 1기당 2-3평을 초과하지 않으며 대부분 주거지역과 가까이 있어 산 者가 이용하는 공원역할까지 하고 있다.
일본 묘지행정의 주관부서인 후생성의 묘지에 대한 인허가 기본방침에 의하면 묘지사업의 영속성, 비영리성, 필요성이라는 3대 원칙하에 민간경영을 억제하고 공영을 원칙으로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영묘지 중심으로 묘지가 운영되고 있고 묘지문제와 관련하여 꾸준한 제도개선과 화장유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묘지경영의 주체로서 묘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일본의 집단묘지는 묘지참배자에게 특히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일본인들에게 있어 묘지는 조상추모의 공간이지 혐오시설이 아니다. 묘지는 도시의 미관을 살리면서 공간활용을 겸한 녹지공간으로서 적극 권장되고 있고, 묘지마다 참배자의 편의를 위한 각종시설이 잘 완비되어 있다. 일반적인 묘지형태는 석재로 된 평면에 탑식의 묘비가 설치되어 있으며 일부 공영묘지에서는 미국식 평장묘 형태도 있고 벽식묘 형태도 있다.
2. 미국
미국은 다민족 국가임에도 장례예식장 중심의 유사한 장례관행을 유지하고 있고,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매장위주의 관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는 하나 묘지 1기당 크기는 평장으로 1평 남짓한 공간을 지하 2-3층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시한부매장제도는 채택하지 않고 있어 묘지의 한계점을 들어 미국도 화장을 권장하는 추세이며, 캘리포니아주나 하와이주는 화장률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서 평장식의 납골묘나 다양한 납골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다. 과거에는 입석묘비를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묘비도 평장묘와 함께 동판의 판석을 묻어 잔디 등 묘지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집단묘지, 즉 공원묘지도 산 者의 주거지역과 가깝게 있으며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일부 묘지는 지역문화의 보고로 관리되고 있고 묘지 내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열리거나 주말에는 결혼식까지 열리고 있는 생활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미국의 묘지는 문화적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영구묘지로 지정된 Memorial Park와 일반묘지(Cemetery)가 있는데 국립묘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간주식회사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는 묘지형태, 환경기준, 방부처리 등 일부 필요한 규제사항만 관장하고 있다. 큰 규모의 Memorial Park는 대개 프렌차이즈 형식으로 민간기업에서 운영되면서 운영주체가 바뀌더라도 묘지의 안정성, 영속성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마련된 묘지관리기금을 통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 중심의 묘지는 묘지관리의 주체가 민간회사인 만큼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들은 다양하게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 제공으로 묘지가 주민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큰 규모의 공원묘지 내 시설들을 살펴보면 크게 매장시설, 납골시설, 장례식장(Chapel), 시신안치실(Mortuary), 화장장, 산골시설, 꽃가게, 박물관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한편, 미국의 국립묘지는 1998년 현재 38개주 및 푸에르토리코에 115개 국립묘지, 기타 33개 전적지 등을 국가보훈청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묘지크기, 면적 등에서 계급에 따른 차별이 없으며 매장묘 및 화장 후 묻은 납골묘도 있고 옥외 벽식 납골시설들도 설치되어 있다. 소박한 묘비를 통일되게 세운 경우도 있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펀치볼국립묘지처럼 묘비를 모두 눕혀 묻은 평장묘도 있어 아름다운 공원을 방불케한다. 또한 국립묘지에도 산골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시신이 없는 영령들을 모실 수 있는 추모물도 설치하여 경건함을 더해준다.
3. 프랑스
프랑스는 카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로서 매장위주의 장묘관행을 지키고 있는데 프랑스인에게는 묘지가 ‘마지막 주거지’로서 의미가 있으며 이 주거지는 생자의 주거지와 동등한 개념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세동안(5~19C) 교회 또는 성당 내 바닥에 시신을 석관에 넣어 묻는 관습이 있었으며 성직자, 귀족, 부유층 등 상류층들은 성당 내부에, 일반인들은 성당 주변에 시신을 묻었다. 따라서 프랑스는 성당이 성지가 되는 동시에 묘지가 되어 도시와 마을중심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파리와 같은 도시에서 묘지가 계속 늘어나면서 사회․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됨으로써 18세기 중반부터 묘지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세기 프랑스대혁명 이후 묘지대개혁으로 도시외곽에 대단위 공공묘지를 설치하여 성당, 기도원, 수녀원 등 종교기관의 건물 내 있던 묘를 이장하였으며 묘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생활공간을 그대로 표현한 평범한 주거형태의 묘(까보, 앙프 등)가 출현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현재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관할지역 내 묘지를 설치하여 주민에게 필요한 묘지를 제공해야할 의무를 지고 있으나 묘지확장 및 신설에 따른 부지확보가 어려울 경우 주변 지방자치단체들과 조합을 결성하여 장묘시설 수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범지방자치단체조합 공공묘지 또는 도시공동체조합 공공묘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묘지의 재사용을 위해 5~50년 단위의 시한부매장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묘지의 크기도 1평 미만으로 사용하고 있어 화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도 묘지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市의 경우 20개소의 공공묘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시경계 내 14개소, 시외곽 지방자치단체에 6개소이다. 파리시는 1929년에 개장된 띠에(Thiais)묘지를 끝으로 더 이상 묘지가 신설되지 않았다. 파리시는 최근 화장이 계속 늘고 있으며(약 30%) 파리시는 물론이고 프랑스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화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다양성을 지향하는 예술의 나라답게 공공묘지는 죽음의 존엄성과 평등이 지켜지고 있으며 국민의 욕구․기호․취향에 부응하는 다양한 시설을 제공해주고 있다.
4. 스웨덴
스웨덴은 한반도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국토를 가진 나라이면서 전체인구가 2,000만명에 채 못미치는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국민의 95%가 루터교를 믿고 있으며 전국의 화장률이 70%에 가까운 화장위주의 장묘문화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에서 화장문화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나라이다. 수도인 스톡홀름시의 경우 190만명의 시민을 위한 스톡홀름시립묘지는 10개소이며, 그 가운데 화장장을 갖춘 시립묘지는 2개소이고, 8개소의 시립묘지가 산골장소를 갖추고 있다. 스톡홀름시민의 90%가 화장을 하며 화장한 경우 50%정도는 산골할 정도로 화장문화에 있어 앞서나간다고 볼 수 있는데 스톡홀름시는 시의회 환경․체육국 산하에 묘지위원회를 두고 있고, 시청의 묘지관리국에서 장묘업무를 담당하며 묘지담당 부시장을 둘 정도로 묘지시설은 복지시설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웨덴에서도 기본적으로 개인묘지는 허용되지 않고 묘지는 집단화되어 있으며, 독일의 삼림묘지와 같이 스웨덴의 집단묘지들도 대표적인 삼림묘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나무숲을 그대로 살려 묘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집단묘지 내에 장례식장, 화장장, 매장묘지, 납골시설(납골묘, 옥외벽식 납골시설), 산골장소 등을 갖추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건축물로된 실내납골당은 많지 않으며 스톡홀름시에는 공공묘지 內 실내납골당이 1개소 밖에 없다. 장의용품(화장용관, 유골함 등)은 철저히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는데, 산골장소에 묻는 유골함의 경우 전분으로 만들어진 유골함을 사용하고 납골묘에 매장하는 경우에도 금속, 나무 등 썩는 재료로된 유골함을 사용한다. 매장․납골시설 사용에 있어서 유럽 각국과 마찬가지로 시한부 사용이 원칙이다.
5. 시사점
세계각국의 장묘문화는 각 나라마다 자연환경, 역사, 종교, 문화등 사회적배경이 다르므로 장묘관행과 시설, 제도등도 다양하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선진각국에 비해 특히 제도, 시설, 국민의식 등이 뒤떨어져 있어 선진국의 장묘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면에서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가장 보편적인 복지이념을 구현하고 있는 선진각국 장묘시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일반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장묘시설은 도시계획시 근본적으로 도시기반시설로 포함되어 설계되고 건립된다.
2) 장묘시설은 종합적인 장례서비스가 제공되는 편익시설이며 복지시설이다.
3) 외국의 집단묘지들은 주거지역 또는 도심 한복판에 입지하여 산 者와 죽은 者가 공유하는 공원으로 존재한다.
4) 외국의 집단묘지는 관광명소이자 지역주민들의 자랑거리이다.
5) 묘지들은 끊임없이 재사용, 재활용된다.
6) 묘지 조성시 자연지형, 숲 등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려 묘지를 조성하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여 환경친화적인 장묘시설로 설치된다.
7) 집단묘지 내 납골시설이 다양하다.
8) 외국 집단묘지 내에는 산골시설이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9) 미래의 수요에 대비하여 묘역을 확장할 수 있는 유휴지(遊休地)가 확보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외국의 집단묘지들은 수목과 수많은 꽃나무들 그리고 잔디로 된 전원묘지, 공원묘지 형태로 되어있어 외관상 일반공원과 다르지 않고 따라서 산 者와 죽은 者가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점이 우리들에게는 가장 부러운 점이다. 또한 외국의 집단묘지들은 다양한 개인적 자유를 묘지에도 적용함으로써 개인의 취향, 욕구 등을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시대흐름에 따라 묘지 내 시설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변화․발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Ⅳ. 결론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최근 들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죽음과 관련된 장묘문화는 그 나라의 복지수준 및 삶과 죽음에 대한 국민의식 수준과 상관관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일은 곧 죽음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삶의 질’ 못지않게 중요한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죽음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전환 및 장묘문화에 대한 선진시민의식도 특히 요구된다. 정부는 장묘복지 실현을 위해 장묘시설의 안정적 공급과 장묘관련 법률의 실효성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추진의지를 가져야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장묘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여 장묘시설을 생활필수시설로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전국 화장률은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서울, 부산등 대도시는 60~70%의 화장률을 나타낼만큼 화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장법(葬法)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화장이후의 자연친화적인 다양한 장법 및 시설을 개발하여 환경친화적인 화장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함께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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