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내가 도쿄에서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글을 쓰게 된 것은 여행을 하며 스쳐지나간, 또 잠시 머문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만나던 스타벅스와 많이 달랐고 또 그들의 스타벅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여행 첫날 롯본기힐스의 모리타워를 방문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카페를 발견하고 방향을 돌려 내려갔다. 스타벅스였다. 지하층의 통로 한켠 좁은 공간에 긴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오가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오직 바의 안쪽 만이 폐쇄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보며, 현장에서 지켜보며 나는 개방적인 공간을 얼마나 아름답게 쓰고 있는가 감탄했다.
모리타워를 나와 아래로 내려가면 서점이 나온다. Tsutaya Tokyo Roppongi 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1층에서는 책을, 2층에서는 CD, DVD와 블루투스 스피커등 음향장비 들을 팔고 있다. 아주 크고 잘 정돈된, 품격있는 매장이다. 그런데 1층 서점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역시 개방된 곳이다. 서점에서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며 볼 수 있다, 1층 뿐만아니라 2층 창가에도 안락한 의자를 놓아 커피를 마시며 편히 쉴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다.
나는 이들 스타벅스를 보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실감했다. 건물 한편 개방된 공간에 스타벅스를 초청할 수 있는 여유와 그러한 공간에 스타벅스 매장을 만들 수 있는 그들의 사고와 여유, 멋이 부러웠다, 눈물이 날 만큼.
여행에 동행한 친구는 우에노공원의 스타벅스를 방문해 아메리카노를 마셨지만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데 시간과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날 스타벅스로 커피를 마시러갔다. 새벽에 히비야공원을 산책하면서 제국호텔 옆 건물에 스타벅스가 있으며 아침 7시 반에 오픈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여행이지만 오전에는 할 일이 없었다. 11시나 되어야 카페들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아침 9시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 매장에 들어갔다. 규모가 예전 한국의 이디야 커피 매장과 같았다. 건물 한켠 조그마한 공간에 카페를 만들었다. 열명 정도 들어갈 만한 공간이다.
그런데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대신 드립커피가 있었다. 에스프레소커피는 모두 우유가 가미된 것이었다. '스타벅스역시 일본인의 취향을 무시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며 드립커피를 주문했다. 종업원은 파이크 플레이스 로스트, 에티오피아, 컬럼비아 등 세 종류가 있으니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파이크 플레이스를 선택했다. 앞서 말한 그러한 드립장비로 추출한 커피를 잔에 담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