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왔다.
그의 이름은 앙트완, 한국에 사는 프랑스 인이다. 모 대학에서 영화를 강의하고 있다.
내가 리장으로 떠나오던 날 공항까지 동행한 친구.
여름에 한 번 다녀간다는 약속을 지켜주었다. 단 혼자가 아니라 그의 여자친구랑 함께. 이런..씨...ㅋ
우리는 꼭 뭘 해야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4박5일의 짧은 시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피로만 더하는 것보단 최소한의 이동으로 잔잔한 여행이길 바랬기 때문이다.
우리의 특별하면서도 별 것없는 여행을 소개한다.

<옥호촌 전경>
옥호촌 산책
공항에서 리장 시내를 지나쳐 곧바로 옥호촌으로 들어왔다. 옥호촌은 달빛나비가 있는 동네.
친구의 객잔을 가장 먼저 보고싶다고 했던가? 리장에서 약 25분정도 차를 달렸으니 공항부터 총 1시간 10분정도 걸린 셈이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뒷 동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설산 자락에 자리잡은 첫 마을이며 완만한 경사의 평원이 펼쳐져 있다. 매번 구름 사이사이로 눈 덮인 산 봉우리를 볼 때마다, 그 봉우리가 생각보다 더 높이 솟아 있는 것에 놀라곤 한다.

해발고도 2900미터. 백두산 정상보다 더 높은 곳을 산책하고 있다는 것에 놀란 앙트완. 그들만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도록 나는 멀리 떨어져 걷는다. 그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문 곳, 바로 산 자락에 자리잡은 존재하지 않는 자의 존재. 이름 모를 생의 흔적이 주는 그 평온함에 마음의 매듭이 풀린다.


마을 뒷쪽을 돌아 도착한 옥주경천이다. 고대 나시왕가의 화원이었다 한다. 옥빛 물 속으로 송어가 투명하다.
수면위에 잠긴 거대한 설산위로 송어가 뛰어 논다.



어느 덧 해가 산으로 넘어가고 객잔으로 돌아와 그가 좋아하는 아주 쎈 술을 나누어 마신다. 이름하여 "따마이주"52도.
이 곳의 돼지고기는 한국에서 먹던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종임을 앙트완이 눈치 챘다. 삽겹살도 굽고, 돼지고기 숭숭 썰어 카레도 끓이고, 무우생채도 담그고, 그리고 된장찌개도 빠질 수 없지.


앙트완이 기타를 잡는다. 왕년의 프렌치락의 전설적인 베이시스트(자칭). 지금은 코드 이동이 잘 안되는.
그가 세르쥬 갱스부르의 곡 " je suis venu te dire je m'en vais " 해석하자면, "나 있잖아 너 한테 바이바이 하러 왔다"
이정도.(?)

연회(?)를 마친 후 달빛나비 객잔의 필수 놀이 " 마작"을 빼놓을 수 없었다.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태생인 그가 자신의 인생에서 중국 운남 리장 옥호촌이란 시골 동네까지 와서 마작을 하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려 2시간 동안 마작을 했다. 그녀의 여친은 의외로 빨리 원리를 터득하여 앙트완으로부터 약 500위안(한화 10만원)가량을 절취하였다.

따마이주의 취기와 마작의 열기가 더해진 뜨거운 옥호촌에서의 첫 밤이 지나고 있다.
첫댓글 뚜안형..ㅋㅋㅋ 저 있을 때... 함 다시 오세요..^^
마치 옥호촌을 함께 산책하는 느낌이네, 계속 연재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