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의 근접 조우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그것이 학점에 도움이 되거나 취업활동에 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고요해질 때까지 숨죽여 어둠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그저 하늘에 반짝이는 존재가 아닌 동경과 관찰의 대상으로서 별을 바라보는 것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별을 관측한다는 건, 차갑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과학과 기술의 뒷받침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다양한 별과 성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천체 망원경부터가 극도로 정밀한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계산 역시 수학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별을 보는 일이 결코 냉정한 이성에 기반을 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서강대 천체관측 동아리 SGStar 한수왕 회장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별을 볼 때면 다른 것을 접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생겨요. 수억 년 전에 만들어진 빛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를 달려와 파인더에 밀착한 눈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기분이 되거든요."
이런 매력 때문일까. 현재 SGStar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 공대는 물론, 경상계열과 어학계열 학생들도 함께 어우러져 해가 떨어진 이후 펼쳐지는 '억겁의 세상'을 거닐곤 하는데, 가끔은 20여 년 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감상을 느끼던 올드보이들도 자리를 함께 하는 게 SGStar의 특징.
해가 지면 펼쳐지는 '억겁의 세상' "작년에는 동아리 창립 20주년이 되던 해였던 터라 대대적인 홈 커밍 데이를 열었는데, 창립멤버인 86학번 선배님들도 가족을 대동해 참석해 정말 뜻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종종 만나서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요."
졸업한 선배들은 그저 방문만 하는 것이 아니란다. 동아리의 보물 1, 2호로 지정된 '본이'와 '베가'라는 이름의 천체 망원경은 각각 95학번과 02학번 선배들이 직접 제작해 기증한 것으로 지금도 관측회 때마다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는 빛나는 유산이며 96학번 선배가 기증한 LX200 천체 망원경은 더 많은 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단다. 대학 때의 전공과 달리 아이들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거나 천체망원경을 제작, 판매하는 선배들도 있다 하니 별의 세계가 발하는 매력은 얼마나 강한 것인가.
"평소 선배님들한테 '아는 만큼, 내가 마음을 여는 만큼 하늘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큰곰자리나 오리온자리 같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별자리들 외에도 공부를 함으로써 알게되는 새로운 별들의 세상을 발견할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유리별 천문대에서 진행되었던 지난 관측회에서 장미성운을 보았다는 한수왕 회장은 "정말 장미처럼 붉은 성운을 봤을 때 그 작은 뷰파인더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아직도 당시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별이 마음을 열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이렇게 낭만적인 일만 즐길 수는 없는 일. 특히 매년 여름 실시하는 지리산에서의 관측은 고생길이라 부를 만큼 힘이 든단다. 일반적인 천문대야 자동차를 이용하면 그만이지만 지리산에서는 모든 장비를 등에 지고 손에 들고 거친 산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 편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힘들여 산을 올랐다고 해서 언제든 별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름이 없고 달빛이 적은 맑은 하늘이 열려야 그제야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누구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지리산에서의 관측은 그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완벽한 어둠 속에서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각자의 생각과 고민, 그에 대한 격려와 조언을 나누기 시작한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빛도 없는 상태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그 동안 닫혀 있던, 그래서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별이 마음을 열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동아리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이런저런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든 곳이지만 결국엔 사람에 끌려 계속 인연을 만들어가는 거죠."
한수왕 회장의 말대로 동아리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성원들의 면면은 어디 하나 닮은 곳이 없었지만 그 사이를 엮고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은 더없이 견고하다. 아름다운 별자리를 잇는 별과 별 사이의 그것이 그러하듯.
친절한 별길 안내자가 되어 이렇게 강한 결속력은 별에 대해 생경한 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매주 운동장에 '본이'와 '베가'를 세워놓고 달과 목성, 금성 등을 관찰할 때면 호기심에 다가와 이것저것을 묻는 학생이나 인근 주민들에게 SGStar의 구성원들은 더없이 친절한 별길 안내자가 되곤 한단다.
"관측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뭘 하고 있는 건지, 서울 하늘에서도 별이 보이는지 신기하게 여기세요. 귀찮지 않느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렇게 먼저 물어보는 분들이 고맙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그 분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정보들이니까, 하나 둘 씩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별에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SGStar의 구성원들은 근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별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면 각 대학의 천문 동아리와 연계해 많은 행사를 치르고 있는데, 올 가을 역시 공개관측회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서강대에 재학 중이며 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는 SGStar.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대상이 된 별,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도 이름 모를 희뿌연 연기에 차단당해 빛을 잃은 그 별을 찾아 한 달에 한 번씩 하늘을 바라는 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SGStar 공식 홈페이지 : http://SGStar.net
은하수를 여행하려는 초보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 '관측'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물론 거대한 망원경과 그에 따르는 금전적, 시간적, 체력적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 초보자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성도(별이 움직이는 길)를 읽는 것과 망원경을 조작하는 방법이 전부. 장비는 꼭 개인이 소유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고 싶은 별이 있는 위치에 망원경을 향하게 한 후 초점을 맞출 수만 있다면 누구든 아름다운 별세상을 만날 수 있다. 단,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것은 필수. '원하는 별을 보기 위해서는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측에는 '하늘의 뜻'도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서강대 천문반 일원입니다.ㅋ 내용중에 틀린내용이 다소있어서.ㅋㅋ그림상 망원경 이름도 바뀌었고.. 궁금하거나 관심있는분들은 리플달아주세요...
천문반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게시판에 업로드해주셧으면 좋겠습니다.
아..공식적인 자료란게 없어서연..... 죄송 만드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04학번이라 시간이...ㅠ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서강대학교에 들어가면, 한걸음에 뛰어가서 들고싶은 동아리에요!
woalTrpT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