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 승리의 조건-북아현2구역의 사례에 비추어
2023. 10. 1. 18:59
얼마전 북아현 2구역 공사비 협상 타결에 대한 포스팅을 했습니다.(하단참조) 글의 말미에 '북아현 2구역이 시공사에 승리할 수 있었던 속사정'에 대해 포스팅한다고 해놓고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에야 씁니다. 사람은 역시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북아현 2구역vs 삼성의 공사비 줄다리기 요약
조합과 시공사의 줄다리기를 요약을 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공사: 야! 북2조합~요즘 시공비 비싼거 알지? 평당 859만원에 하자! 그리 알어~
▶2023년 6월에 시공사에서 조합에 평당 859만원 시공비 일방 통보
2. 조합: 야! 삼성~ 너 지금 장난하냐? 다른데 공사비 봐라. 이게 말이나 되냐? 해도 너무한거 아냐? 그리고, 안그래도 비대위들이 얼마나 날뛰는데, 지금 조합 엿맥이는거야? 당장 공사비 20%깎아서 다시 공문 보내.
3. 시공사: 아 우리사정 아니니까 모르겠고, 그냥 859만원에 하든지, 싫으면 깡통으로 719만원에 하든지~
▶ 시공사는 조합의 시공비 20%하향요구 거절
4. 조합: (와,, 열받네...)야 니네들 자꾸 그딴식으로 나오면 그냥 계약해지로 간다.
▶ 2023년 7월, 조합요구에 응하지 않을시 계약해지 진행하겠다고 통보
5. 시공사: 미안하지만 우리도 사정상 더이상 내릴 수 없다( 조합 니네들이 뭘 할 수 있는데? 할테면 해봐라ㅋㅋㅋ)
6. 조합: (하아,,, 이 ㅅㄲ들이)....내말이 장난같냐? 시공사 해지총회 진짜 간다.
▶ 9월 5일 시공사 해지 임시총회 개최 공고
7. 시공사: 어? 이것들 봐라...야! 그냥 4% 깎아서 825만원에 해줄테니까 이걸로 서로 좋게좋게 마무리 하자. 이게 우리 최선이다. 더 이상은 우리도 곤란해.
▶ 9월 초 859->825만원으로 4%할인조건 제시.
8. 조합: 그걸 제안이라고 하냐? 그 제안 거절한다. 시공사 해지총회가 장난인줄 알았지?
9 시공사:.하아...그래도 너의들이 진짜 우리 '갓성'을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도 다 방법이 있다고
▶OS를 활용해 시공사 해지는 악수라며 조합원을 설득하기 시작
10. 조합: 니들이 그래봤자 9월 23일이면 느그 해지 확정! (단, 지금이라도 무릎 꿇으면 봐준다)
▶ 9월 19일(D-4) 해지총회 과반 이상의 시공사 해지 의결정족수 확보
11. 시공사: (하아...)
12. 시공사: 안되겠다! 항복. 니들 하라는 대로 할게.
▶ 9월 21일(D-2): 조합요구 전면수용 공문 전달(공사비 하향 및 마감재 조합요구안 수용)
▶ 더 깎으라는 조합의 요구에 조합원에게 비스포크 냉장고도 하나 주기로 하고 합의 봄
13. 조합: 그래~ 그정도면 봐준다.
▶ 긴급이사회 개최 및 시공사 해지 건 총회상정 취소 결의
▶ 시공단과의 합의 사항 조합원에 통보
대략적으로 저런 스토리로 진행되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간에서 평가한대로, 이번 협상은 조합이라는 다윗이 시공사라는 골리앗(그것도 삼성)을 이긴 희귀한 사례입니다. 북아현 2구역은 무엇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는지, 다른 구역들도 북아현2구역처럼 시공사를 해지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조합승리라는 해피엔딩을 쟁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삽화: 파이낸셜 뉴스
북아현 2구역이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북아현 2구역이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구역의 조합원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승리의 배경을 몇가지 써보겠습니다.
1. 시공사의 과도한 공사비 요구
실제로 조합이 시공사 해지총회까지 가려면 시공사에서 조합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얼토당토 않은) 공사비를 요구해야 합니다. 애매하게 비싸면 '그냥 이대로 가자'와 '바꾸자'의 비율이 비슷해지면서 조합의 내분이 심해지고 시공사 교체의 동력이 약해집니다. 북아현2구역의 경우 삼성이 평당 859만원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공사비를 요구했기에 조합에서도 미련없이 시공사 교체카드를 들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애초에 859만원이 아니라 799만원을 제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재개발 재건축」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 승리의 조건-북아현2구역의 사례에 비추어|작성자 복덕방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