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매운탕>
대청호 옆에서 민물매운탕을 먹는다. 개운하고 풍성하고 맛있다. 쏘가리매운탕, 도대체 얼마만인가. 아득하다. 아니 기억에 없다. 그만큼 귀한 쏘가리를 탕으로 먹는다. 무주 등지에 가면 회로도 먹을 수 있다지만, 이것만으로도 황제 부럽지 않다.
1. 식당얼개
상호 : 신선매운탕
주소 :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만로 822
전화 : 043) 297-4320
주요음식 : 자연산 민물고기 요리
2. 먹은 날 : 2020.10.6.점심
먹은 음식 : 쏘가리매운탕 (소) 50,000원
3. 맛보기
빠르고 맑은 물에 사는 쏘가리, 어릴 때는 동네 개천에서 쉽게 걷어올리던 민물고기다. 한반도 전체와 중국에 분포하는 육식성 어족이다. 잡으려면 가시를 세워, 서로 가시 조심령을 내리던 고기였지. 조선 땅 어디에나 지천이었지만, 남획과 환경변화로 줄어들어 만나기 힘든 귀한 물고기가 되었다.
가시도 없는 것이 맛까지 좋아 민물돼지 수돈이라 불린다. 담백하고 쫄깃한 육질은 단연 민물고기의 제왕이다. 맛도 좋은 것이 깨끗하기까지 해서 민물매운탕 먹을 때의 찝찝함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어디 천하일미 민물매운탕 한번 제대로 먹어보자.




다른 찬 없이도 한 끼 식사로 온전하도록 탕 안에 별별 것이 다 들어 있다. 우선 커다란 쏘가리가 두 마리, 수제비, 새우, 민물게, 시레기, 깻잎, 무 등등 다양한 재료가 다 들어 있다. 쏘가리탕이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가지가지 재료를 넣어 고급스럽고, 속깊은 음식으로 만들었다.
짜지 않고 맵지 않다. 국물은 걸죽하다. 쏘가리와 새우와 민물게가 국물맛을 내는 공신이다. 쏘가리의 신선도와 통통한 육질은 본령의 맛을 머금었다. 비리지 않고 깊은 맛이다.
동네 맛집이다. 두 시가 다되도록 몰려드는 손님, 차림새로 보아 먼 곳에서 온 거 같지 않은 가족단위 손님이 주류를 이룬다. 대청호가 키우고, 동네 사람들이 키워온 동네맛집이다. 식당이야말로 동네 버리고 대처에 나가 성공하기 어려운 직종이다. 식당에 모여드는 동네 인심을 보면 맛이 보인다.

매운탕치곤 곁반찬이 제법 쏠쏠하고 깔끔하다.

그중 압권은 부추미나리전. 거섶이 별로 많지 않은데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거기다 더 일품은 부치자마자 내오는 타이밍, 맛이 최고조일 때의 부께미 맛을 그대로 보게 해준다. 전 다 부치고 부친 전 이쁘게 놓고 식탁에 앉으면 맛이 절반은 달아나버린다. 집에서 전부칠 때의 가장 큰 함정이다. 식당에서는 맛 있을 때 제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식당 음식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 내왔다.
먼저 나오는 부께미 한 입 먹고 바로 알아봤다. 음식 제대로 하는 집이라는 거, 역시 매운탕도 부께미 수준을 제대로 보여줬다. 먼저 나오는 반찬은 위도 입도 준비하는 기회지만, 맛의 가늠자로 입맛을 살리는 전채요리 역할도 한다.


또 하나 히든 카드는 고추찜무침, 찜인데 어떻게 이런 탱탱한 식감을 내는지,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통통한 고추가 식감을 제대로 갖췄다. 입안에서 고추 육질이 탱글거리는 맛이 좋아 자꾸 손이 간다. 그러다 매운탕 못 먹을라.



쏘가리 살코기의 탱탱한 식감이 시각적으로도 느껴진다. 퍽퍽하지 않고 탄탄한 느낌이 생선이 아닌 육류를 먹는 것처럼 밀도높다. 살이 잘 부스러지지 않는다. 꼬리 지느러미에서 검은색 무늬가 보인다.


게가 살이 꽉찼다. 알도 꽉 찼다. 맛도 꽉 찼다. 매운탕도 태반은 식재료 감식안이다. 어쩌면 이런 게를 부재로 쓸 수 있을까. 대단한 맛이 그냥 나는 것이 아니다.
게 알 맛이 쫀득쫀득, 주황주황하다. 식감도 맛도 간도 좋다. 황후의 식탁도 이보다 나을 수는 없다.

밥, 말 그대로 따신밥이다. 쌀알이 찰기와 윤기를 제대로 갖추었다. 매운탕 국물에 말면 제맛과 국물맛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매운탕에는 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4. 먹은 후
1) 대청호구경, 더대청호 커피숍
식당에서 큰길을 건너면 대청호다. 대청호를 낀 커피숍이 하나 있다. 얼결에 시간여유를 누리려고 들어간 커피숍 '더대청호' 가 전망의 명당이다. 빵집과 겸한 커피집, 차를 대는 것이 관건이다. 쏘가리탕 후의 커피에 대청호를 안고 있으니, 미각에 후각에 시각에, 오감으로 느껴지는 충족감이 이만한 사치가 있을까 싶다.






4. 먹은 후
2) 쏘가리 잔상과 매운탕
토종 어종은 어느것이나 이름이 많다. 쏘가리도 마찬가지다. 궐어(鱖魚), 금린어(錦鱗魚) 등으로도 불리고, 살 맛이 돼지고기 같다고 하여 수돈(水豚), 맛있어서 맛잉어라고도 한다.
물이 맑고 바위가 많아 물살이 빠른 곳에서 산다. 물살이 빠른 곳은 대개 맑은 물 아닌가. 흐르지 않는 물이 썩고 부유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 사니 탄탄한 육질을 갖출 수밖에 없다. 깨끗한 곳에 사니 쏘가리야말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서 회로도 먹는다. 깨끗한 데다가 맛있는 어종이어서 최고의 매운탕 식재료라 할 수 있다.
남획 방지를 위해 산란기는 금어기로 설정했고, 18cm 이하도 포획금지다. 지느러미에 검은 체색이 없는 것은 황쏘가리로 천연기념물로 정해 보호한다. 2018년 4월에 최초로 쏘가리 양식에 성공했다.
어족보호를 위해 문경, 인제, 광양, 산청 등 전국 곳곳에서 치어를 방류한다. 특히 단양은 쏘가리를 집중적으로 산란시키고 키워 내륙어촌을 만들어 낼 것을 희망하고 있다. 쏘가리 캐릭터를 발굴하기도 했다. 단양의 쏘가리매운탕도 유명하다.
중국에서 쏘가리가 난다지만, 쏘가리요리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중국은 바다생선보다 민물고기를 더 많이 먹는데, 특히 초어를 많이 먹는다. 더구나 어디에도 한국식 매운탕 요리방식은 없으므로 쏘가리매운탕은 식재료와 요리법이 모두 한국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브이야베스 하나로 마르세이유 음식과 지역음식의 성가를 높였는데, 우리 생선매운탕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식재료로 조리하는 가장 보편적인 생선요리이다. 바닷가, 호수, 강가에 가면 으레 찾는 요리다. 한식의 주요 항목으로 일취월장한다. 퇴색해가는 브이야베스 요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식의 성장과 불란서요리의 퇴색이 대비되는 거 같다. 민물탕의 으뜸인 쏘가리매운탕을 먹으며 한식의 밝은 미래를 점쳐본다.
거기다 쏘가리는 배스나 블루길등 외래 어종과 천적관계여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어종 퇴치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쏘가리매운탕의 한식 한류의 공헌을 점치게 하는 증표같다.
#청주맛집 #대청호맛집 #쏘가리매운탕 #더대청호
첫댓글 쏘가리매운탕 이름만 들어도 목젖이 벌름거립니다. 저도 내륙지방에 태어나 청년시절까지 보낸 덕에 민물고기매운탕을 아주 좋아합니다. 여름 장마철에 족대를 들고나가 도랑을 훑으면 대체로 미꾸라지, 붕어, 피라미, 모래무치가 깡통에 가득 찼지요. 한 사람은 적당한 곳에 족대를 잘 대고, 한 사람이 도랑 구석구석을 위쪽부터 아랫쪽으로 내려오며 밟아대면 고기들이 튀어나와 족대로 모입니다. 어떤 때는 손바닥만한 놈도 걸리고, 어떤 때는 자잘한 녀석들만 잡히고, 어떤 때는 썩은 풀잎과 떠다니는 부유물만 담겨 김이 새기도 했지요. 한겨울엔 논바닥 구석 얼음을 깨고 물을 퍼낸 후 삽으로 진흙을 한 삽씩 떠서 헤치면 살찐 미꾸라지들이 꿈틀거렸지요. 잡고기민물매운탕도 맛이 그만이고 미꾸라지매운탕도 맛이 좋아 보통 두 사발 정도는 거뜬히 해치웠던 것 같습니다. 교사발령을 받고나서 인천에 살면서 처음 해물탕을 먹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막걸리에 물 탄듯 밍밍하고 찝찝한 맛이 영 입에 맞지 않아, 몇 숟가락 뜨다가 말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아직도 이걸 기억하고 있을까요. (1)
민물매운탕 생각이 간절해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만사 제껴놓고 청주로 달려가겠습니다. 부추부치기는 우리집에서 자주 해먹는 음식입니다. 밀가루에 부추를 썰어넣고 계란과 깻잎과 양파와 청량고추를 약간 집어넣어 버무린 후,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 소당씩 부쳐냅니다. 금방 부친 것을 앉은 자리에서 입에 넣으면 너무 뜨거워 제대로 삼키지도 못합니다. 부추는 주말농장을 하면서 밭에서 가져옵니다. 그제 밭에 가서 무청과 상추와 부추를 뜯어왔습니다. 지난 주 장모님댁에 갔다가 가지찜무침과 고추찜무침을 먹었는데, 천하진미였습니다. 청주 매운탕집 고추찜무침도 기대하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오늘 연경선생의 문장은 맛이 도달할 수 있는 극상의 맛이었습니다. (2)
좋은 곳에서 자라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고기잡는 소년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런 시절이 계속될 줄 알았습니다. 그 시절이 행운인 줄 모르고 자라고, 이 시절이 어려운 시절인 줄 모르고 자라니 대등하다고 해야 할까요? 단양 매운탕이 유명하다는데 아직 못 가봤습니다. 전라도도 지역마다 댐이 있는 지역은 다 매운탕이 맛있습니다. 민물매운탕을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데도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해 내니 별미로 즐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집 매운탕도 숨은 보고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쏘가리니 가서 한번 맛보실 것을 권합니다. 맛집을 다니며 어디든 숨은 고수가 있는 음식 지형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야말로 복받은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합니다. 부침개(일부 지역 부께미) 먹는 맛은 개평입니다. 음식을 통해 문화를 추적하는 것도 개평입니다. 읽기로 동참해주셔서 적막하지 않습니다. 문장 칭찬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오묘하고 편안한 맛을 재현해내려 편안한 문체를 구사하려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