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년 봄 설날에 대선생께서 고부 경무청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행법하시고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때에 날씨가 혹독하게 춥고, 상서로운 눈이 크게 내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지금 큰 공사가 하늘로 올라가노라. 너희들은 화액이 풀릴 때가 가까워졌고, 나 또한 조만간풀리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관액을 없애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하필 관액만이겠느냐?
그 뒤에 경무청 관원이 한 사람씩 자세히 조사하고 행적을 조사해보아도 의병의 혐의가 없는지라, 곧 석방하려고 음식을 잘 차려 먹이니 제자들이 말하기를, 한국 조정이 예로부터 장차 죽이려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음식을 먹이는 전례(前例)가 있으니, 죽을 날이 멀지 않았도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더니, 그날로 모두 풀려나니라.
옥에 갇혔던 스무 사람 중에서 형렬과 자현 이외에는 다시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 없고 원망하는 말을 많이 하였으니, 선경세상을 열어 평생동안 영화를 누리게 해준다고 하더니, 그 사람에게 속아서 거의 죽을 뻔하였다 하니라.
그 중에서도 세 사람이 가장 심하여 조사관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어 입에 담지못할 험담을 하더니, 한 사람은 신벌을 받아서 죽고, 한 사람은 신벌을받아 폐인이 되니라.
대선생께서 경칩절에 정해진 운수를 달게 받으시어 마침내 화액을 푸시니라.
하루는 한 사람을 불러오게 하사 말씀하시기를, 공신아. 내가 천지 사이에서 다시 무엇을 바라겠느냐? 하늘의 신선과 부처와 성인의 신명들이 백성들의 삶을 슬퍼하여 정성을 다해 빌고 바라므로, 나는 차마 물리치지 못하여 세상에 내려와 도를 세웠노라.
무릇 천지의 이치가 일이 있으면 운수가 있나니, 영원한 세월의 억조 백성을 생각하여 그 액을 순순히 받았으나, 천지만신이 내가 혹시라도 다칠까 두려워하고 내 마음이 아플까 두려워하여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나니, 네가 어찌 감히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내가 너를 버리면 너는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노라. 천지에 죄를 빌고 나에게 돌아와 영화를 얻으라. 나는 너를 버리지 않으므로써 내 덕이 상하지 않게하리라. 화춘은 이미 죽었으니 신명으로서 영화를 누리게하고, 장근은 폐인이 되었으니 또한 구해주리라.
하루는 장성 백양사에 계시며 밤새워 칙령을 내리시니라. 중들이 명을 받들어 법당의 문을 모두 열어놓으니, 담뱃대를 들어 모든 부처의 머리를 세 번씩 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내려가 아내 얻고 자식 낳아 인생을 즐기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부처의 머리를 때리시고 아내 얻어 자식 낳으라 명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미륵은 세상에 머무는 부처이므로, 모든 부처를 해원함이니라.
돌아오시는 길에 길 중간에 이르시니, 어떤 사람이 앞에서 오니라. 그 사람은 술법으로 이름을 얻어 세상에서 정선생이라 부르니, 인근에서 받드는 사람이더라.
가까이 왔을 때 명령을 내리시니, 올려 바치라. 그 말씀이 너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엎드려 대답하니라.
조금 지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올려 바치라. 그 사람이 다시 바삐 엎드려대답하니, 그 뒤에 길을 가시니라.
이 뒤에 같이 다니던 사람이 이상히여겨 정선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니, 이미 폐인이 되어있거늘 그 원인을 물으니 그 사람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하느님이 아니시면 어찌 그러하리오. 처음 명령하심에 천둥소리가 들려 정신을 잃고, 다시 명령하심에 벼락을 맞아 혼이 떨어지니, 가진 재주가 모두 없어지고 정신과 혼이 떠나가 버려서 마침내 폐인이 되었노라. 그때 나에게 명령하시던 나그네의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하느님께서 내려오신 바가 아니라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으리오 하니라.
무신년 봄 삼월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는 태인에 가서 내성과 경원을 데리고 창조를 만나라. 내가 중춘(이월)에 태인 백암리에 있으면서 창조에게 명령해둔 것이 있노라. 창조가 모든 일을 준비하여 내 명령을 기다리리니, 너는 절차를 자세히 일러주고 바로 돌아오라.
세 사람이 이날 명을 받들어 일을 행하니, 대선생의 옷이 한 벌이요, 화로 한 개와 청수 한 동이와 삶은 돼지 한 마리와 술과 과일과 나물과 포를 약간씩 준비하였더라. 밤이 깊어 사람이 다니지 않을 때를 기다려 정문 앞에 구덩이를 파고, 옷은 세 사람이 하나씩 나누어 입고, 음식 담은 그릇들은 법에따라 만들어 법에맞게 두었다가 법에따라 옮겨서 법에맞게 묻기를 가르치심에 맞추어 정성껏 실행하여, 일이 끝나니 맑은 하늘이 갑자기 바뀌더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큰 비가 쏟아져서 지척을 분간치 못하게하고, 천둥 번개가 크게 일어나니라. 형렬이 그 전에 급히 돌아와 간신히 복명하였더니, 그때 비와 천둥번개가 크게 일더라.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세 사람의 일이 이때쯤이면 되었겠느냐?
말씀드리기를, 꼭 그럴 시간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에 불덩이가 있어서 변산과 같이 크나니, 만약 세상에 나와서 구르면 온 세상이 잿더미가 되리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 불을 묻었노라.
2 장
무신년 여름 사월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나는 구릿골에 약국을 차리노라.
약국을 차리시니, 약국의 좌향은 오좌자향(북향)이요, 약방은 한 간이요, 방의 길이와 크기는 동서로 ○자에 남북으로 ○자요, 위아래 높이가 ○자라. 앞쪽에 마루가 있으니 길이가 ○자에 넓이가 ○자이며, 나무 판자가 스물한 개이니 시천주 스물한 자에 응하였더라.
약장은 나무이니, 높이가 ○자에 넓이는 ○자이고 옆은 ○자이니, 위는 세로가 셋에 가로가 다섯으로 열다섯 간이요, 가운데가 둘로 나뉘어 두 간이요, 아래는 큰 간이 하나더라. 열다섯 간 한 가운데에 목단피를 넣고 단주수명이라 쓰시고, 다음 간에 열풍뇌우불미라 쓰시고, 약장 뒷면은 양지에 칠성경을 내려쓰시고, 그 다음에 우보상최등양명을 가로로 쓰시고, 그 다음에 양력유월이십일과 음력유월이십일을 가로로 쓰시니라.
궤는 나무이니, 높이가 ○자에 길이가 ○자이며 넓이가 ○자이니, 궤 안에 팔문둔갑이라 쓰시고 글자 위에 설문을 불지짐 하시고, 가장자리에 붉은 점을 스물네 개 찍으시니라.
그에 앞서 목수를 시켜 약장과 궤를 ○일 기한을 정해주시며 마치도록 명하셨는데, 그 목수가 기한을 넘기도록 일을 끝내지 못하거늘, 목수에게 명하사 재목을 한 곳에 모으고 그 앞에 꿇어앉게 하사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는고.
글쓴 봉지 하나를 주시므로 그 목수가 불태우니, 문득 맑은 하늘에 번개가 일어나 목수의 몸을 치려고 하니라. 목수가 혼이 몸에 붙어있지 못하도록 놀란 나머지 수전증이 나서, 한 달을 넘겨서야 일을 마치니라.
목수에게 명령하시기를, 약장과 궤에 번개불을 집어넣으리라. 너는 목욕재계하고 의관을 정제하여, 약장 앞에 청수 한 그릇을 올리고 성심으로 절을 올리라. 목수가 명령대로 정성껏 행하니 그 즉시 맑은 하늘에 번개가 크게 치니라.
약국의 시설을 갖추시니, 약장이 하나에 궤가 하나요, 책이 한 질에 약은이하나요, 절구가 하나에 약써는 칼이 하나요, 그밖에 약방에서 쓰는 여러 도구가 모두 갖추어지니라.
제자 한 사람이 명에 따라 매일 새벽 약방을 깨끗이 쓸고, 문을 꼭 닫아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시더니, 무릇 이와같이 스무하루를 지낸 뒤에 문을 열고 방을 쓰시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약국 벽 위에 사농공상과 음양을 비롯한 많은 글자를 쓰시고, 흰 종이를 그 위에 붙여 가리시고 자현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뜻가는 대로 사기그릇으로 그 위를 덮고 잘라내어 글자가 나오게 하라.
자현이 시키신대로 하여 음자가 나오니 기쁜 얼굴로 말씀하시기를, 천운에 바로 맞추었도다. 시속에 사람들이 음과 양을 함께 말할 때 꼭 음양이라고 말하나니, 이는 지천태니라. 종이를 뗄 날이 빨리와야 천하의 백성이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시키신대로 하여 음 자가 나오거늘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운수에 맞는다고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천지비의 운수요, 후천은 지천태의 운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종이를 떼는 날이 빨리와야 천하의 백성들이 그 삶을 즐기는 것은 어떤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뒷날 이 종이를 떼는 사람이 있으면 천하의 운수가 오게 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깨끗한 종이에 약국에 비치된 물품의 목록을 모두 쓰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세계의 있음이 이 산으로부터 나오니
화려한 문물을 갈무리한 가을의 운이 일어나노라.
모름지기 으뜸가는 조상은 태호복희여야 하거늘
도닦는 사람들은 무슨 일로 부처 노래만 부르는가.
제자 두 사람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금산사 미륵전 앞에 지장각이 있어서 불편하니, 너희 두 사람은 그 절에 가서 지장각의 석가불상을 향해 마음으로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며 이 종이를 불사르라.
제자가 여쭈기를, 약국에 비치된 물품의 목록을 쓰신 것과 칙령을 석가불상 앞에서 불사르면, 지장각이 옮겨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석가불에게 명령하니 옮아가느니라. 금산사는 이제부터 미륵도량이 되노라.
4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용머리고개를 지나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올해 보리농사가 이삭이 잘 패지않고 말라죽는 것이 많아 크게 흉년이 들것이라 하오니, 온세상 민심이 물끓듯 시끄러워 앞으로 가난한 백성들은 많이 굶어죽게 되고, 난을 일으키고 숨어있던 사람들이 다시 세력을 얻을 것이라 하오니, 불쌍하고 어여삐 여기시고 하늘의 덕을 내리시어 백성들의 목숨을 구해주소서.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지난 이월에 보리밭을 지날 때 너희들이 나에게 아뢰기를, 보리가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거친 음식이 되었으니 세상에 보리밥이 없어야 옳다고 하므로 내가 너희들의 말을 들었는데, 이제 어찌 그리 헛말들을 하여 이같이 삼가지 못하느냐? 나는 농담으로 하더라도 천지공정에서는 천지공사가 되나니, 헛말을 할 수가 없노라. 다시는 이런 잘못을 범하지 말라. 오늘은 특별히 용서하여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노라.
제자가 명에따라 거친 보리바블 지어 된장국을 반찬으로 받들어 올리거늘, 된장국에 보리밥을 말아 다 드시고 말씀하시기를, 가난한 농민의 밥이 이러하도다. 말씀이 떨어지니 상쾌한 바람이 연이어 불면서 단비가 때맞추어 오더니, 그 뒤에 보리농사가 크게 풍년이 들어 만백성이 기뻐 춤추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말 한마디를 잘못하여 천하의 농사가 좌지우지 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 모든 나라의 한해 농사의 풍흉이 오로지 내 명령에 달렸노라.
말씀하시기를, 대인을 배우는 이는 천지의 마음을 마음으로 삼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사시를 순환시켜 천지의 화육을 돕나니, 그러므로 먼저 천하의 이치를 살펴 한 번 말하고 한 번 침묵하는 것까지 도리에 들어맞은 뒤에라야 덕이 이루어 지느니라.
사람이 만약 사사로운 욕심에 얽매이고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르게 처세하고 들Em고 조급하여 가벼이 굴면 이루는 바가 클 수 없느니라.
사시의 운행이 봄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 보리농사가 귀중하고, 천하의 형세가 앞으로 큰 굶주림이 있으므로 백성의 목숨을 건지는데 보리가 소중한 곡식이 되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중천신은 본디 자손이 없으므로 선천에 황천신에 빌붙어서 얻어먹더니, 나의 세상에는 이를 원망하는 고로 나는 복록을 그 신명에게 맡겨 모든 성씨에 고르게 나누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중천신이 복록을 맡아 만백성에게 고루 나누어주면, 세상의 복록이 크고 작고 엷고 두터운 차이가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공덕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복록의 두텁고 엷음이 정해지나니, 사사로운 치우침이 없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가뭄이 오래 이어지고 모든 곡식이 말라 죽사오니, 단비를 내리시어 백성들의 녹줄을 구해주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오늘 내가 너와 함께 기우제를 지내리라.
제자가 명에따라 소주와 삶은 돼지 한 마리를 받들어 올리거늘, 여러 제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고기를 드시니, 미처 상을 물리시기도 전에 큰 비가 쏟아지니라.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하나 있어 문 밖으로 나가더니 말하기를, 만백성이 모두 살아나겠도다. 만약 상제님의 권능이 아니라면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더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여러날 동안 칙령을 쓰사 종이가 상자에 가득 차니라. 그 칙서(勅書)로 권축을 만드시고 여러 제자에게 명령하시기를, 방 안에 있으면서 밖으로 나오지 말라. 칙서를 태우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사 하는 사람은 화지진(火地晋)도 하노라. 제자 두 사람은 숨을 쉬지 못하여 먼저 나가고, 나머지 제자들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칙서를 불사르시고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런 일이 있으니 때가 오면 알리어니와, 천하사를 하는 이는 남이 참지 못하는 바를 참아내고, 남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하여야 하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는 좌불이 되어라. 나는 유불이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유불과 좌불의 뜻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좌불은 지방을 잘지켜 덕을 세상에 펴고, 유불은 천하를 대순하여 덕을 세상에 펴노라.
제자 두 사람이 명을받고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이레 동안 청나라 장래를 깊이 생각하여 대답하니라.
제자 한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청나라 정국이 어지러워서 서양 세력이 쳐들어오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 앞으로 동양 여러 나라의 재앙이 되오리니, 그 나라를 차지하시고 임금이 되시어 만백성을 구하소서.
대선생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라.
한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한족의 땅에 만주족이 왕노릇 하므로 한족이 원망하오니, 한족으로 왕이 되게하여 그 원을 풀어주소서.
대선생께서 무릎을 치시며 칭찬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나의 세상에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제나라 사람으로 임금을 내고, 벼슬은 바꾸어 해도 되느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이 뒤에 청국 보은신이 이 나라로 넘어오노라.
무신년 여름에 전주 청도원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청국공사를 보려하는데 그 나라로 가려 하나 멀어서 가기 어렵고, 청주 만동묘가 그와 가까운 듯하여 될 수는 있으나 역시 가기가 쉽지 않으니, 청도원을 택하여 청국공사를 보노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오랫동안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이 공사를 가르쳐 주시지는 않으시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천도교주 손병희가 교인들의 신심을 북돋우기 위해 순회하며 연설하는데, 이제 전주에 와 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내일 전주에 가서 손병희를 쫓아내라.
제자가 여쭈기를, 손병희가 전주에 와서 강연하면 안되는 것이 무엇때문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바로 내 옆의 땅을 침범하고, 삿된 말을 세상에 퍼뜨림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손병희가 어떤 삿된 말을 하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비단 하나 둘만이 아니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사람의 삿된 말 중에서도 어떤 것이 가장 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것이니라. 하늘은 하늘이요 사람은 사람이니, 사람은 하늘이 될 수 없느니라. 덕에 있어서는 사람이 그 마음을 잘 닦으면 천지와 더불어 한마음이 되고 같은 덕이 될 수 있거니와, 지위에 있어서는 하늘이 만백성의 임금이 되고 아버지가 되노라. 그러므로 옛 성현의 하늘을 섬기는 도리가 지극히 엄하고 공경하여 한결같이 성실하며, 수운의 하늘을 모시는 가르침이 지극히 밝고 정성스러우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을 하늘을 때리는 것이라 하였으나,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를 때리는 것이지 하늘을 때리는 것이 아니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을 하늘의 아들을 때리는 것이라 하면 맞다고 할수도 있으려니와, 감히 하늘을 때리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느니라.
모든 법이 하늘에 있고 모든 권세가 하늘에 있어서, 살리고 죽임과 가르치고 이끔과 복주고 화내림과 주고 뺴앗음이 하나같이 하늘에 다렸으니, 어찌 감히 하늘을 떄리리오. 큰 근본이 어지럽혀지면 모든 덕이 그르게 되어지노라.
그 밤에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공우에게 다시 명령치 않으시더니, 다음날 손병희가 일정을 바꾸어 서울로 돌아가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태을주는 천지에서 가장 존엄하니 반드시 영원토록 읽게되리니, 동리마다 읽고 학교마다 읽어서 천하가 모두 읽으리라.
하루는 전주에 계시는데 어떤 사람이 도를 받들고자 하거늘 허락하사 설법하시니, 그 사람은 청수를 향해 네 번 절하고, 제자 두 사람이 시키시는 대로 그 사람과 함께 태을주 스물한 번을 읽으니, 읽는 법이 염불하는 듯 하니라.
하루는 용머리 고개를 지나시는데 어떤 맹인이 길 옆에 앉아 구걸을 하거늘 물으시기를, 네가 구걸한 돈으로 내가 술 한 잔 사마시면 어떻겠느냐?
그 맹인이 쾌히 승낙하여 말씀드리기를, 어찌 한 잔 뿐이오리까? 있는 돈으로 다 드시옵소서.
대선생께서 칭찬하시고 한 잔을 드시더니, 그 뒤에 부자 과부가 있어 그 맹인과 함께 사니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 지니라.
6 장
무신년 여름 유월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광찬아. 내가 너와 더불어 스승과 제자의 분별을 떠나 그냥 친구사이로 지낸다면, 너는 나를 어떻게 부르겠느냐?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촌양반이라고 부르리이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를 무엇이라 부르겠느냐?
말씀드리기를, 읍 아전이라고 부르리이다.
말씀하시기를, 지금 세상에 덕이 박하여 촌양반은 읍아전을 말할 때 반드시 읍아전놈이라고 부르고, 읍의 아전은 촌양반을 말할 때 반드시 촌양반놈이라 부르나니, 나와 너가 좋게 지내면 천하가 태평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세상 풍속이 덕이 엷어 양반과 아전이 귀천을 가려 서로 험한 말로 시비하거늘, 이제 광찬과 서로 좋게 지내시면 천하에 이런 폐단이 없어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광찬과 서로 좋게 지내면, 모든 신명이 법으로 삼아 사람사는 세상에도 저절로 예의가 행해지느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사람에 두 등급이 있는데, 복록은 고르게 누리느니라.
하루는 태인 신리에 계시는데 제자들이 주문을 읽는데, 숟가락 여러 개로 장단을 맞추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밤새워 주문을 읽으라. 밤을 새워 주문을 읽는데, 읽다가 말다가하면 죽으리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밤을 새우니라. 다음날 아침에 마당을 빨리 달리시며 말씀하시기를, 도망치는 걸음이 이러하니라.
그 앞에 응종이 백암리에서 명을 받으니, 벼 서 말에 재를 섞어 자루에 넣어 창조로부터 받아오니라. 물을 가득 채운 큰 독에 넣고 소금 일곱 그릇을 넣어 하루에 한 번 씩 젓기를 사흘 동안 하니 물빛이 잿빛같고, 하늘빛도 또한 잿빛이 되어 햇빛이 사흘동안 나오지 아니하더라.
명을 기다리더니, 여러 날 동안 칙령을 쓰시니 한지가 백이십 장이오, 양지가 넉 장이라. 그 칙서에 소금을 먹이사 밤중에 삼경이 되기를 기다려 도랑 흙에 묻으시고, 응종이 명에따라 종이 고깔을 쓰고 벼 서 말을 옮겨와 그 집 문앞에 사방으로 흩어뿌리고, 모자를 쓴 채로 세수하니 양미간에서 손에 만져지는 것이 있거늘, 살펴보니 콩알 만한 크기의 검은 사마귀가 생겨났더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산하대운을 거두어 들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벼를 재에 섞으시고, 칙서를 소금에 넣으시어 뿌리시고 묻으시며, 모자를 쓰고 낯을 씻으니 문득 검은 사마귀가 생겨나고, 밤사이에 세 말 곡식이 한알도 땅에 남아있지 않으니 어찌그러합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가까운 곳에 어떤 젊은 아낙이 범에게 물려가 인근이 놀라옵니다.
마루에 누우셨다가 급히 일어나사 목침으로 마룻장을 치시며 소리높여 크게 꾸짖으시기를, 충성아. 네가 어찌 감히 내가있는 바로 옆에서 사람을 해쳐, 나쁜 소문이 들리게 하는고? 조금 있다가 한 곳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목숨은 상하지 않았노라.
여러 사람이 가서 구해 오니, 옷만 찢어졌을 뿐으로 몸은 상하지 않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모든 짐승을 모두 충성이 다스리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이 지방에 호환이 자주 일어나서 백성들이 두려움에 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백성을 위해 폐해를 없애리라. 호랑이를 그리사 호랑이 눈에 점을 치시고 명령을 내리시니, 그 뒤로 호랑이의 폐해가 없어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호랑이를 그리시고 호랑이 눈에 점을 찍으시매 호환이 그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호환이 없으니 좋으니라.
7 장
무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이십사 장과 이십팔 장이라. 공우의 손을 잡으사 흥겨이 마당을 거니시고 큰 소리로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만국대장에 박공우.
공우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다 하며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리고, 경석은 그 곁에 있으면서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신대장에 박공우.
공우가 생각하기를, 혹시 죽어서 대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여 근심하니라.
경석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병부에 임명하노라.
경석이 아뢰기를, 땅을 나누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곧은 신하가 아니면 병권을 맡길 수 없노라. 나는 네가 곧은 신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네가 곧은 신하가 되기를 바라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공우에게 만국대장을 시키시고 경석에게 병부상서를 시키시니, 사람을 얻었다고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공우는 사람됨이 충직하고 공정하니 만국대장의 그릇이 될만하고, 경석은 맡은 일이 무거우니 착하게 만들고자 함이니라.
이로부터 공우가 드나들 때마다 문득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디서 나는지를 알수 없더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내가 앞으로 너에게 군사 천만을 주어 너의 덕을 시험하리니, 힘쓰고 또 힘써서 그 영화를 이겨 받도록 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경석에게 군사 천만을 내리시니, 그것이 신명 군사입니까, 사람 군사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신명 군사가 곧 사람 군사요, 사람 군사가 곧 신명 군사니라. 때가 오면 천하가 모두 알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만 군사가 적지 않거늘, 어찌하여 경석에게만 그리 많이 내리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먼저 그 덕을 시험함이니, 덕을 이루면 크게 성공할 것이요, 이루지 못하면 크게 망하노라.
어느날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접주가 되어라. 나는 접사가 되어 너를 위해 일을 꾀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어찌 감히 접주가 되며, 접주와 접사의 뜻이 무엇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경석에게 명하여 편안히 지내며 지방을 지키게 하고, 나는 천하를 떠돌며 인연있는 선비 천만 인을 가려 경석에게 내리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편애를 받아 은혜를 독차지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경석이 그 덕을 새로이하여 어진 장수가 된다면 나의 기쁨이 천지에 넘치느니라. 앞으로 너희들이 거느릴 숫자는 천만 명으로 따질 수 없느니라.
하루는 형렬과 경석에게 물으시기를, 만약 하늘이 너희들에게 많은 아내를 거느리도록 허락한다면, 아내 몇이 좋겠느냐? 각기 자기의 뜻을 말하라.
형렬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아내가 병이 많아 아이를 얻을 희망이 없고 잠자리를 감당하지 못하오니, 만약 허락하신다면 한 사람을 얻어 아내로 삼고자 하나이다.
대선생께서 길게 탄식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무 악하면 고치기가 어렵도다. 내 덕이 크게 상하리니, 천운은 어쩔 수가 없는가?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에게 수를 내려주려 하니, 각자 그 뜻을 나에게 말하도록 하라.
경석이 말씀드리기를, 십오를 내려주시기 바라나이다.
문득 얼굴빛을 바꾸시고 크게 꾸짖으시기를, 도적놈이로다.
제자가 아뢰기를, 시속에 십오 수를 진주도수라고 말하니, 경석이 분수에 맞지않는 욕심을 품어 끝내 마음을 고치지 않으니 버리는 것만 못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마음을 다해 이끌어도 끝내 고치지 못하면 운수라, 어쩔수 없노라.
하루는 경석이 아뢰기를, 세상 사람들이 제자의 걸음걸이를 일컬어 용과 호랑이의 걸음걸이라 하나이다.
기쁜 얼굴로 그 뜻을 풀이하여 가르치시되, 경석아. 용행호보가 분수를 알면 나라와 집안을 흥하게 하고, 용행호보가 분수를 잊으면 집안과 나라를 망치느니라. 나는 천지의 복을 가졌나니, 마음을 잘 닦아 내 명령에 따르라.
제자가 아뢰기를, 지금 경석이 걸음걸이를 아뢰니, 사람들의 평판이 아니라 제자랑일 뿐이옵니다.
말씀하시기를, 욕심을 가지더라도 분수만 알면 또한 착해지고 공을 쌓는 길이 되느니라.
8 장
무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실 때, 제자들이 명에따라 스무하루를 기한으로 삼아 매일 새벽에 한 헌씩 한 시간씩만 잠자고 밤낮으로 잠자지 않았더니, 기한이 차매 모두가 피로한데 그 중에서도 경석이 가장 심하여 마당 앞에서 거꾸러지거늘, 바라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천자를 도모하는 자는 모두 죽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앞으로 역모를 하나이가?
말씀하시기를, 천자를 섬기면서 천자가 되기를 도모한다면 반드시 역적이라, 그러므로 깊이 경계시키노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수운의 글에 '분합무두당일사(分蛤無頭當日寺)'라는 말이 있느냐 하시니, 경석이 대답하기를 수운이 상제의 가르침을 받을 때 이 말이 있었다 하는데, 풀이한 사람이 없나이다하니, 마음에 꼭 새겨 두어라.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회문산에 이십사 혈이 있고, 변산에 이십사 혈이 있어 사람의 이십사 추에 응하나니, 이제 회문산을 산군도수로 정하고 변산을 해왕도수로 정하여 공사에 쓰노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명으로 만국의 제왕신명을 모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무슨 제왕이 이리 많으냐? 이제 그 기운과 운수를 꺾어 버리노라.
제자가 명에따라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장엄한 모습을 지어 제왕들이 모인 자리처럼 보이더니, 천천히 없어지니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설법하시니, 활이 하나이고 화살이 아홉이라. 제자가 명으로 천정을 향하여 연거푸 쏘니라.
말씀하시기를, 구천을 쏘아 맞혔도다.
말씀하시기를, 약방을 수리하는데 돈을 고부에서 가져옴은 고부 선인포전기운을 씀이니라.
하루는 길을 가시며 물도랑 곁을 지나시더니, 갑자기 위태로운 소리를 지르시고 고의로 도랑 속에 빠지시니, 옷이 모두 더럽혀지니라. 바삐 대흥리로 돌아오사 고씨 사모께 물으시기를, 새로 지은 옷이 있느냐고 하시니라.
대답해 여쭈기를, 바빠서 아직 다 짓지 못하였나이다.
크게 책망하여 말씀하시기를, 지어비가 천하사를 하여 나그네 길을 떠나면 돌아올 때를 알 수 없으니, 어떤 때는 몇 달만에 돌아오고, 어떤 때에는 해질 녘에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새벽에 돌아오기도 해서, 몇일 동안 묵기도 하고 바로 떠나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아내된 사람은 갑작스런 일에 대비하여 지어비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때를 당하여 낭패당하지 않게 해야하나니, 어찌 소홀함이 이럴 수 있으리오.
책망이 매우 심하시니 고씨 사모께서 깊이 사과해 마지않으시고, 다시 이같은 일이 없을 것을 약속하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새 옷으로 갈아입으시니, 경석 부부가 정성들여 지은 옷이더라. 밖으로 나가시더니 더러운 흙탕물을 묻혀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이 옷은 더러워 입을 수가 없는데 내일 아침에 일이 있으니, 밤에 빨리 빨아놓으라.
경석이 아뢰기를, 새로 만들어놓은 옷이 잇사오니 바꾸어 입고 일을 보심이 어떠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아니되노라.
경석이 식구들을 독려하여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깨끗이 빨아서 다려 올리거늘 갈아입지 않으시고 두셨는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없었더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녹이 하늘에 달렸으니 큰 녹은 내가 손수 결정하고, 다음 녹은 아래에서 정해 나에게 아뢰나니, 덕에 힘쓰면 녹이 넉넉하려니와 재물에 힘쓰면 녹이 손상되노라.
하루는 경석을 불러오라 하시니, 경석이 와서 방안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니라. 종일토록 주무시고 아무런 가르침이 없으시니, 경석이 감히 자리를 옮기지 못하니 그 어미가 미음을 먹이니라.
해질녘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어찌 불러서 깨우지 않고 오랫동안 고생하였느냐 하시고, 물러가라 명하시니 경석의 다리 아래가 조금 부었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경석을 부르사 종일 세워두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크게 경계시키는 길이니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장차 교만한 자는 패하리니, 기미를 보아 일하라.
10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신데 내성이 와서 뵈오니, 이보다 먼저 시키신대로 방에서 홀로 지내며 여러 날 동안 가난하게 지내고, 여러 날 동안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목소리가 모기소리 같고, 간신히 걸음을 걸으니라. 슬피 울며 애원하여 아뢰기를,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사오니, 불쌍한목숨을 구하여 주소서.
건너다 보시고 슬퍼하사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굶주림이 심하냐?
말씀드리기를, 굶어죽겠나이다.
불쌍히 여기사 허락하여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네 몸에 두터운 녹을 넉넉히 내려주노니, 이 뒤로는 잘 먹고 잘 입으라. 조상의 제사에 정성을 다하고, 오로지 농사에 힘쓰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고, 남의 자녀를 유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고, 진실을 지키라. 서출과 상민을 천대하지 말고, 백정과 무당을 공경히 대하라. 네가 죄를 짓지 않으면, 너 또한 영화가 있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내성이 명에따라 여러 날을 굶주리며 홀로 지내니, 내성이 앞으로 대도를 따르며 폐를 끼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성의 바라는 바가 먹는 것과 입는 것과 여색에 있으므로, 그 녹을 내려줌이니라. 내성이 어질어진다면 대도에도 또한 다행이리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들이 명으로 스물여덟 사람을 뽑으니 이십팔장을 정하시고 각기 주머니 하나씩을 주셧는데, 왕량신장에게 내리시는 칙령에 씌어있기를, 장령이니라. 물에 들어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도타지 않아서 수륙만리에 가는 동안에도 평안하고, 오는 동안에도 평안하라.
다른 신장의 칙령은 제자들이 얻어보지 못하엿고, 이 공사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공우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마음으로 육임을 정하라. 공우가 명에따라 속 마음으로 육임을 정할 때, 차례가 한 사람에게 미치니 말씀하시기를 불가하니라. 공우가 이에 다음 사람으로 고쳐 정하니라.
이 밤에 명에따라 여섯 사람을 부르사 방의 불을 끄고 시천주를 읽으며 방안을 돌아다니게 하더니, 문득 한 사람이 거꾸러져 죽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놀라고 겁먹어 주문 읽기를 멈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계속하여 주문을 읽으라 하시니라.
다른 사람들이 주문을 읽어 밥먹을 시간쯤이 지나서 불을 켜고 보니, 죽은지가 오래 되었더라. 명에따라 물을 얼굴에 뿌리니 점차 정신이 돌아오거늘 말씀하시기를, 나를 부르라.
그 사람이 간신히 살려달라고 빌었더니, 바로 생기를 얻어 보통 때와같아지니라.
말씀하시기를, 네 몸이 깨끗하지 못하니, 시천주에 큰 힘이 들어있어 죽음에 이르렀느니라. 내가 너를 버리고 구해주지 않았다면, 너는 뒷날 소와 말에게 밟혀 죽게되고, 밭두둑에 엎어져 죽게 되었으리라.
앞으로 천하의 형세가 괴질이 온 세상을 덮쳐 살아날 방법이 없거든,나를 불러 삶을 구하라. 나를 부르는 사람은 사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문득 한참동안 신음하시며 말씀하시기를,내가무슨 죄가 있어 장님이 되는고 하시니라. 제자들이 놀라서 살피니 백태가 눈을 가려 눈이 머시니라.
제자들은 당황하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대선생께서 오랫동안 괴로이 앓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내게 무슨 죄가 있어서 눈이 못쓰게 되는고 하시며 눈물을 줄줄 흘리시니라.
옆에있던 어떤 사람이 손을 눈에 대려하니 문득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누구의 몸이라고 함부로 손을 대려 하느냐 하시더라. 한참을 지내신 다음에 몸소 백태를 힘들게 떼어 내시는데, 두께가 한 치가 넘고 떼어낼 때에 소리가 나니 보는 사람들이 두려워 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백태가 눈을 가려 오랫동안 신음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천지를 다스리는데 백성들이 해와 달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어찌 차마 보고만 있으리오. 나의 세상에는 앞못보는 사람이 없느니라.
11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대흥리 길을 지나시는데, 농부들이 길 옆 나무 아래 앉거나 누워서 가뭄으로 일할 마음을 잃고 탄식하다가, 대선생의 행차를 보고 일제히 일어나 그 앞으로 와 서서 아뢰기를, 하늘이 비를 주지않아 천하의 농사를 크게 망치게 되었사오니, 만백성의 목숨을 구해주소서.
제자들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가뭄이 아주 심하구나.
제자가 아뢰기를, 가뭄이 혹독하여 농사 꼴을 어떤 말로도 말할 수 없고, 천하의 백성들이 목마른 듯 비를 기다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백성을 위해 근심을 풀어주리라. 여러 제자를 거느리시고 피난골에 이르사 대나무 가지로 우물을 저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음양이 고르지 못하도다.
제자 한 사람이 명에따라 제각에 가서 물어서 제직이가 사흘 전에 죽은 것을 알아내어 복명하거늘, 말씀하시기를 새 기운이 하나 있도다.
제자 한 사람이 시키신대로 다시 물어서 행랑에 손님 부부가 있음을 알아내어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일을 할 수 있노라 하시고 제각 마루 위로 오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우수 신명이 서양에 가 있으니 너희들은 함께 소리질러 부르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마루 위에 나란히 서서 한꺼번에 부르기를, 만수야. 연거푸 세 번을 부르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가운데 동학가사를 가진 사람이 있느냐? 제자 한 사람이 받들어 올리니라. 책을 펼쳐 한 구절을 읽으시니 가사에 말하기를, 시경에 이르기를 도끼자루를 찍음이여, 도끼 자루를 찍음이여. 그 가늠이 멀지 않노라. 내 앞에 보는 바는 어길 바 없건마는, 이는 모두 사람일 뿐이요, 가까움이 아니니라. 눈앞의 일을 쉽게 알고 깊이 헤아리지 않고 해나가다가, 끝에 닥치는 일이 그렇지 않으면 그 아니 내 한일런가.
처음에 가는 소리로 읽으시니 하늘에 천둥이 조금 치다가, 두 번째는 큰 소리로 읽으시니 큰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크게 일어나 번개불이 마루 위로 쳐들어오며, 천지가 뒤흔들리며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지진이 세게 일어나 모든 제자들이 마루 위에 거꾸러지니라.
제자 한 사람이 명을받아 먼저 정신을 차려서 여러 사람을 불러 깨우니라. 제자 한 사람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산등성이에 올라가서 멀고 가까운 곳의 물이 많은지 적은지 살피고 오라.
제자가 복명하여 아뢰기를, 가까운 곳은 때맞추어 적당히 내렸고, 김제와 만경 등에는 흙탕물이 들을 가로지르니 많은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좀 많은 것이 조금 적은 것보다는 나으리니, 크게 나쁠 일은 없으리라.
이때에 어떤 사람이 이름난 선비임을 자랑하여 (대선생의) 재주와 배움을 시험코자하여 인사를 청해오는데, 행동거지가 교만하더라. 응하지 않으시고 비내리는 공사를 계속 보시더니, 그 사람이 보고있다가 혼비백산하여 정신을 잃고 기어다니며 연방 소리치기를, 하느님, 하느님이시여. 저를 살려주소서 하더라.
밥한끼 먹을 시간이 지나도록 하는 모양이 매우 불쌍하니 이에 조용히 타일러 말씀하시기를, 내가 여기 있으니 너는 놀라지 말라. 네가 세상에 살면서 지극한 소원이 있으리로다.
말씀드리기를, 아들을 하나도 얻지못하여 꿈속에서도 후사가 끊어짐을 한스러워 하오니, 하늘의 은혜를 내리사 불효의 큰 죄를 벗겨주소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아들을 얻으면 삼천 금을 바치라.
그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비록 집안 살림을 모두 팔아 바치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의 뜻이 독실하니, 아들 두 셋을 내리노라.
그 사람이 뒤에 아들 두엇을 얻어, 언제나 하늘의 은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어떤 사람이 아들을 원하매 허락하시며 삼천금을 바치도록 명령하시고, 그 돈은 받지 않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뒤에 요긴하게 쓸 사람이 있노라.
뒤에 그 사람이 아들 두엇을 얻거늘, 경석이 말을 꾸며내어 거짓말을 하여 받아 쓰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경원이 태인으로부터 사람을 보내 대신 아뢰기를, 요사이 한국 관원의 조사가 날로 심해져서 대선생께서 계신 곳을 캐어 물으니, 앞날의 형세가 아주 심상치 않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하늘이 비와 이슬을 인색하게 쓰면 반드시 모든 곳에서 원망이 있고, 땅이 흙과 물을 엷게 쓰면 반드시 만물의 원망이 있으며, 사람이 덕화를 박하게 쓰면 반드시 모든 일에 원망이 있나니, 하늘과 땅과 사람의 씀씀이가 모두 마음에 있느니라. 마음은 귀신이 드나드는 돌저귀이며 문이며 길이니, 돌저귀를 열고 닫고, 문을 드나들고, 길을 오고 가는 신은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니, 악한 것은 고치고 착한 것은 본받으면 우리들 마음의 추기문호도로는 천지보다 크니라.
경원이 명에따라 한 번 읽고 불사르니, 그 뒤로 관원의 폐해가 없어지니라.
12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고부 학동에 계시다가 밖으로 나가려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길에 한 사람의 절을 받으면 장차 천하 사람의 절을 받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평소에 제자들이라도 절을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일이 되기전에 큰 영화를 누리면 운수가 깍이느니라. 너희들은 뒤에 크게 경계하라.
하루는 백암리로 시가는 길에 공우를 되돌아 보시며 물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관운장과 같으냐?
공우가 이 사이에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으리라 여겨 말씀드리기를, 감히 알 수가 없나이다.
또 조금 지나서 다시 돌아보시며 물으시기를, 내가 관운장과 같으냐?
공우가 여기에 반드시 허락받으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말씀드리기를, 꼭 닮았나이다 하니, 이에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시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며 세면을 하시고, 그 물을 버리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이 물로 세면하라.
공우가 명에따라 세면하고 하루 동안 나돌아 다니다 들어왔는데, 가는데마다 남들이 모두 대선생으로 모시니, 생긴 모습과 말과 행동이 하나도 다름이 없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공우가 같은 물에 세면하고 명을 받들어 길을 가니,말과 풍채가 꼭같으니 어쩐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기가 같아지면 모습도 같아지느니라. 때가 오면 너희들이 모두 환골탈태 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가난하던 사람이 갑자기 부유해지면 잘 입고 잘 먹어서 마음 씀씀이가 커지는 것을 사람들이 환골탈태라 말하는데, 제자들이 뜻을 얻으면 이렇게 된다는 말씀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그것은 환형탈태요 환골탈태가 아니니, 너희들은 나의 세상에 모두 환골탈태하여 선풍도골이 되노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는데 제자 한 사람이 와뵙거늘 몸소 술을 따라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어젯밤에 나를 위해 힘을 썼도다.
제자가 어리둥절하여 말씀드리기를, 힘을 쓴 바가 없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그럴 리가 없다 하시니라.
제자가 문득 전날 밤의 꿈이 생각나서 아뢰기를, 꿈에 한 일도 또한 일이옵니까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다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어젯밤 꿈에 천하의 호구를 장부로 만들라 명하시거늘, 오방신장을 거느리고 자세히 작성하여 바쳤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바로 이 일을 이름이니, 너의 수고를 치하하노라 하시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꿈에 한 일이 참으로 쓸모가 있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몸으로 천하를 돌아다니면 불편하고 신으로 천하를 돌아 다니는 것이 편하니, 그러므로 꿈에 일을 보기도 하노라.
하루는 길을 가시는데 앞 마을의 한 집에 불이나서 바람을 맞아 기세가 커지거늘, 슬피 바라보시며 말씀하시기를, 한 마을이 모두 타버리겠도다.
제자가 두려워하여 아뢰기를, 백성들의 삶을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센 바람이 크게 일어나 순식간에 불을 끄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더니, 폭우가 쏟아지는데 어떤 사람이 가슴을 치며 통곡하여 말하기를, 내가 짓는 농사가 담배농사 밖에 없는데 쏟아지는 비에 비탈진 산밭에 사태가 져서 쌓이면 담배농사는 완전히 망치리니, 식구는 많은데 살아날 가망이 없도다. 울음소리가 슬프고 애절하여 구천에 사모치는듯하니 듣는 사람들의 낯빛이 변하니라.
들으시고 매우 불쌍히 여기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농사를 구해 주리니 근심치 말라.
그 사람이 반신반의 하며 날이 개기를 기다려 엎어지고 자빠지며 달려가서 보니, 가까운 당의 담배농사는 모두 사태로 못쓰게되고 자기 밭에 기르던 것은 생생하게 잘 자라서 하나도 상한 것이 없는지라. 그 사람이 뛰고 솟으며 돌아와 땅에 엎드려 은혜를 감사하며 말하기를, 하느님의 돌보시고 보살피심을 입어 다시 살아난 은덕을 기리고자 하나이다.
그 모양이 지극히 정성스럽고 간곡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모시고 따라 다니는 이들에게 대접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폭우가 쏟아지는데 한 농사만 상하지 않았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의 슬픈 울음소리를 내가 차마 듣지 못함이니라.
13 장
무신년 가을에 대선생께서 백암리에 계시더니, 순창 사람 김영학이 제자가 되고자 하거늘 이렛 동안 허락치 않으시니라.
영학이 마음속으로 분해 하다가 여러 제자들이 권하는대로 정성을 다해 빌었더니, 느닷없이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되, 이 놈을 목을 베고 배를 가르리라. 영학이 목소리에 질려 떨면서 물러나오니라.
조금 있다가 불러오게 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에게 공손히 사배를 올리라. 절을 받으시니, 제자들에게 운수를 깎아먹는다하여 절을 못하게 하시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절을 받으심이더라.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라의 큰 양반이요 나는 시골의 가난한 양반이니, 네가 나에게 절하는 것이 마음에 거리끼느냐? 나는 너에게 사배를 받고도 남느니라. 오늘 너의 목을 베고 배를 가르라고 꾸짖은 것은, 이전에 네가 두 사람을 죽였기에 그 척신을 위로하여 네 목숨을 구하려 한 것이니라.
영학이 아뢰기를, 어찌 감히 사람을 죽이오리까? 그런 일이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깊이 생각해보라. 너는 열여덟 살에 살인한 적이있고, 금년에도 사람을 죽였노라.
영학이 환히 깨달아져서 아뢰기를, 이런 일이 있었사오니, 열여덟 살 때에 남원에서 아전이 세금을 독려하러 왔는데 말과 행동이 너무 무례하기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저도 모르게 화로를 던졌더니 그 사람이 머리를 다쳐 다음 해에 죽고, 금년에 의병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하기에 대장을 찾아가 꾸짖었더니, 뒤에 들리는 소문에 그 졸병을 쳐죽였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바로 그 일을 이름이니라.
영학이 이에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큰 은혜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니라. 영학이 다시 아뢰기를, 몇 년 전에 최면암과 더불어 의병을 일으킨 적이 있었더니, 이제 일본군이 의병의 거두라고 하여 수사가 날로 심해지니, 목숨을 구해주소서.
말씀하시기를, 영학아. 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으리라. 너는 지금부터 최익현 등과 함께 꾸미던 일은 인연을 끊으라. 내가 오늘 일본군 대장에게 칙서를 써 주리니, 너는 자수를 하라.
영학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형세가 저들에게 잡히기만 하면 반드시 죽으리니, 자수하는 것이 불가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거늘 그가 어찌 감히 못된 짓을 하리오. 너를 잡아 가두기는 고사하고, 일이 저절로 풀리노라.
영학이 칙서를 청하매 칙령을 써 보여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일본군 대장이 이 글을 보면 감히 너를 해치지 못하고 너를 반겨주리라. 이어 칙서를 태우시고 말씀하시기를, 칙서가 먼저 그에게 닿았으니 너는 근심치 말고 다녀오라. 일본군이 지금 순창에 주둔하였으니, 너는 먼저 군수를 만난 뒤에 일본군 대장에게 통지하라.
영학이 두려움과 의혹이 번갈아 일어나되, 순창으로 가서 명을 받들어 행하니라. 일본군 대장이 영학이 왔다는 말을 듣고 크게 위세를 떨쳐 영학이 있는 곳을 수백 명 군사로 에워싸더니, 먼저 심문을 하고난 다음에 구류간에 가두니라.
영학이 대선생께서 갇히지 않으리라 하신 말씀을 생각하여 큰 소리로 저항하니, 마침내 여러 장수들을 권하여 항복시키겠다고 약속케 하고 석방시키니라.
영학이 돌아와 뵈오려 할 때, 마당 앞에 이르자마자 먼저 위로하여 말씀하시기를, 네가 이번 길에 많이 놀랐도다. 일본군 대장이 어찌 감히 너를 가두리요. 칙명을 어긴 죄를 다스리리라 하시더니, 그 뒤에 일본군 대장이 순창에서 즉사하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며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물을 머금어 종이에 뿜으시니 바로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라.
제자가 명으로 청수 한 동이를 받들어 올리거늘, 대선생께서 한 그릇을 떠서 반은 마시시고 나머지는 도로 동이에 쏟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각자 한 그릇씩 마시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마시니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이 공사는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남의 장점을 취하기에 힘써 사람을 사랑하고, 남의 단점을 취하여 남을 미워하지 말라. 너희들이 사람을 사랑하면 천하가 태평하고, 너희들이 남을 미워하면 천하가 어지러워 지노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 중에서 네 사람에게만 서울 경(京) 자 붙은 이름을 내리사, 윤홍(輪紅)에게 경석(京石)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학(敬學)에게 경학(京學)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언(敬彦)에게 경원(京元)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수(敬守)에게 경수(京洙)란 이름을 내리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모든 법이 서울에서 나오나니, 이제 일소삼궁(一所三宮) 공사를 네 사람의 집에서 보았노라.
15 장
무신년 가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여러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내가 오늘 화둔을 묻으리니 불을 조심하라. 오늘 너희 집에 불이나면 불기운이 널리 퍼져나가 천하를 모두 태우리라.
형렬이 놀라고 겁내어 화롯불까지 끄고, 하루종일 찬밥을 먹으며 집안 사람들을 단속하니라.
무신년 가을에 구릿골에 계시며 제자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마당에 나가 동쪽 하늘에 별이 나타났는지 숨었는지 살펴보라.
제자가 복명하여 말씀드리기를,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별 하나도 보이지 않나이다.
이에 문을 열고 한 번 부시니 구름이 흩어지고 별이 나타나, 맑은 하늘에 별무리가 반짝이니라.
무신년 가을에 구릿골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양지 일곱 장에 각기 글을 쓰시니 병자기이발이라. 장사병쇠왕관대욕생양태포라. 형렬에게 명하사 사람을 정해주시고 이름을 가르쳐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 전주로 가서 일곱 사람에게 각기 한 장씩 전하라.
형렬이 복명하여 말씀드리기를, 여섯 사람에게는 명령대로 전하고, 한 사람은 사방으로 돌아다녀도 만날 수가 없어 그냥 돌아왔나이다.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면 이는 천지공사이니, 반드시 시행해야 옳거늘 어찌 감히 명을 어기느냐 하시고, 밤이 오매 오랫동안 칙령을 내리시니라.
설법하시어 종이를 잘라 긴 줄을 만들어 여러 곳에 그물처럼 갈아두고 행법하시니, 마치 기차 선로 같더라. 방 가운데로 이끌어 들이시고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 집이 뒤흔들려 기차가 달리는 것과 같아 제자들이 놀라고 겁나서 모두 밖으로 나가니라.
제자가 명에따라 공사에 쓴 물건을 자리를 가려 불사르니 말씀하시기를, 남은 것이 있느냐?
제자가 살펴보니 남은 것이 있으므로 불에다 던져넣으니 말씀하시기를, 빠르다 하시니라.
제자가 명으로 하늘을 보니, 햇무리가 둘렀는데 한 곳이 끊어졌더니, 타서 없어짐에 따라 이어지더라.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는 천하에 기차기운을 돌리는 것이니라.
하루는 용머리 고개를 지나시는데, 어떤 아낙이 가슴을 치며 통곡하니 그 모습이 차마 보기 어렵더라.
말하기를, 온 집안 식구들이 내가 술을 팔아서 간신히 연명하는데, 전주에 관으로부터 술도가 허가를 받은 사람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술빚는 것을 금지하니, 나 같은 사람은 어찌 살아가리오. 죽을 수밖에 없도다. 정신을 잃고 슬피우니, 보는 사람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더라.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난국에 있으면서 만세의 도덕정사(道德政事)를 세우려면 황극신을 옮겨와야 하느니라.
황극신이 이 나라에 올 운수는 청주에 만동묘를 세움으로부터 비롯되었노라. 지금 황극신은 광서제에게 응기되어 있으니, 불러 오리라. 제자들은 명에따라 매일 밤마다 시천주를 읽고, 몸소 행법하시니라.
하루는 운상하는 일을 명령하시더니 무릎을 치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지금 넘어가노라. 조금 지나서 말씀하시기를,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 어로 하나니, 어로는 임금의 행차라. 이제 황극신이 넘어 왔노라.
이때에 대선생께서 윗자리에 단정히 앉으시고 여러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그 앞에 줄지어 서서, 백의군왕백의장상봉조공사를 공경히 집행하니, 위의가 엄숙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황극신이 명을 받들어 이땅으로 오매 광서제가 죽으니, 그 이치가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청나라의 제운(帝運)이 광서제에 이르러 끝남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황극신이 동쪽으로 오면 천하의 대중화가 이 땅이 되리니, 청국은 앞으로 어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있는 곳이 천하의 대중화가 되나니, 청은 앞으로 여러 나라로 나누어지노라.
하루는 새올에 계셨는데 제자 한 사람이 와서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여기 오는 길에 일본군의 조사를 받았느냐?
말씀드리기를, 오는 길에 일본군 여러 명이 진을 치고 거주성명과 출행하는 사유를 꼼꼼히 조사하여 심히 엄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는 오늘 밤에 담장 안을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살펴 보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그대로 행하니라. 닭이 울자 애흥리를 향해 떠나시더니, 한 곳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잠시 쉬도록 하라. 반 시간이나 지나서 다시 떠나시니라. 노송정에 이르사 수백 명의 일본군이 오다가 여기서 되돌아갔다는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대인의 행차를 어찌 감히 범하리오. 이 길에는 일본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옳으니라.
한 곳에 이르러 제자가 아뢰기를, 앞길에 크고 작은 두 길이 있는데, 어떤 길로 가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대로로 다니느니라. 정읍을 지나시는데 일본인 집이 많이 있었으나, 모두 문을 닫고 집안에 들어가있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길에 많은 일본인들이 하나도 밖에 나와있지 않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명령이 있거늘 어찌 감히 한 사람이라도 밖으로 나오리오 하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셨는데, 명에따라 버드나무 아래 제자들이 늘어서서 이십사 절후문을 읽으니라. 북쪽을 향하여 휘파람을 한 번 부시니, 방장산 중턱에 문득 한줄기 구름이 띠처럼 일어나 문지방 모양을 이루니라.
말씀하시기를, 문지방 안은 짐이 단속하고, 문지방 밖은 장군이 단속하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각자 만고명장을 죽 벌려 적어오라.
제자가 여쭈기를, 나라를 세운 임금도 또한 만고명장에 들어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제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적어서 바치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어찌하여 명숙을 맨 끝에 썼느냐?
경석이 바로 물으시는 뜻을 미루어 살피고 급히 둘러대어 말슴드리기를, 왼쪽에서부터 보시면 전대장이 첫머리에 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명숙은 만고명장이니, 벼슬없고 가난한 선비로서 천하를 움직인 사람은 천하에 오로지 명숙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전대장이 일으킨 난이 천하에까지 미치지는 못하였사온데, 지금 어찌하여 천하를 움직였다는 말씀을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일본과 청이 이로써 서로 싸우고, 일본과 러시아가 또한 이로써 서로 싸우고, 앞으로 천하의 다툼이 모두 이에서 비롯하여 일어나리니, 옛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하를 움직인 사람은 명숙 뿐이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여러 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니라. 홀로 방 가운데 앉으사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시더니, 공중에서 군사들이 행진하는 말굽소리가 들리니 말씀하시기를, 무슨 나라 신명이 오노라. 여러 시간동안 분부를 하시는데, 어떤 나라 말인지 알수가 없더라.
다음에 다시 공중에 행군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니 말씀하시기를, 무슨 나라의 신명이 오노라. 한참 동안 분부하시는데, 역시 어떤 나라 말인지 알수 없더라.
이와같이 여러 날을 계속하시는데, 분부하시는 말씀이 모두 달라서 제자들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모든 나라의 신명이 차례로 찾아 뵈오매 많은 일을 분부하시니, 자세히 가르쳐 주옵소서.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나라들이 백 곳도 못되거늘, 이번에 나라 이름이 어찌 그리 많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천하의 나라 수가 삼천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이 성도하는 날에는 모두 만국의 언어에 능통하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무슨 못할 것이 있으리오.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장수된 사람은 술을 취하도록 먹지 못하나니, 너는 반드시 반주 한 잔씩만 마시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전에는 네가 내 말을 들었거니와 지금부터는 내가 네 말을 들으리니, 서양에서 온 기계와 문물을 쓰는 것이 옳으냐, 버리는 것이 옳으냐?
경석이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쓰는 것이 옳을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서쪽에서 온 기물이 천상 신선 세계의 제도를 본뜬 것이니, 우리 세상에서 쓰게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집에서 쓰는 모든 도구가 모두 새로 바뀌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라. 묵은 것을 지키면 몸이 망하고, 새것을 취하면 몸이 영화롭나니, 새 것에 나의 운이 있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양지에 우리나라의 땅이름을 벌려 적으사 먹으로 점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배를 매노라.
천원이라고 쓰시고 점을 치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바쁘노라. 이어 점을 치려고 하시다가 담뱃대에 담배를 두세번 갈아 피우시고 마침내 점을 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배를 맬 수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원에 배를 매는 것이 늦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원에 배를 매면 세상 일을 알수 있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제령봉을 가리키시고 말씀하시기를, 제령봉의 흙을 열석 자 깎아내고 천하의 교당을 짓나니, 이때가 되면 모든 나라 사람이모두 와서 일하고 너희들은 힘을 쓰지 아니하노라. 하늘이 옥 기둥 일곱 개를 숨겨 두었으니, 기둥이 되느니라.
제자가 기뻐하여 여쭈기를, 제령봉이라는 이름이 이로써 지어졌으며, 천하 사람들이 와서 일하는 때는 언제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때는 멀지 않으나 마음 닦는 일이 급하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셨는데, 마침 그 때 경석이 그 마당을 지나가거늘 바라보시며 탄식하사 말씀하시기를, 숙살지기가 몸에 가득차서 뿌려지니 백성을 많이 상할까 두렵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백성을 많이 상하면 하늘의 덕이 상하지 않읍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운수가 험한 것을 한탄하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짚으로 인형 하나를 만들게 하사 머리에 침을 가득 꽂으시고, 공우에게 명령하시기를 버드나무 앞 도랑에 묻으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짚인형을 만들어 머리에 침을 많이 꽂으시고 도랑에 묻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릇된 만이 옳은 하나를 범하지 못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 앞으로 하나만 옳고 모두가 틀리는 일이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운수라 어찌할 수 없으니, 나의 덕이 크게 상하노라.
18 장
무신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다가, 들로 나가사 제자들을 벌려 세우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오늘 진을 구경하리니, 장차 천만 군사가 있어 진을 치리라.
한 곳에 자리를 잡으시어 엄숙히 앉으시고, 여러 제자들은 마음을 바로하여 때를 기다리니라.
조금있으니 문득 깃발과 창칼이 삼엄한 가운데 천만 군대가 산과 들을 가득 채우고 다가오더니, 대선생의 앞에 이르러 여러 가지 동작법을 행하니 절도있는 거동이 말할 수 없이 엄숙하더라. 제자들이 너무나 놀라서 넋을 잃고 멍하니 보고있더니, 행진한지 몇시간이 지나니 물러가게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 신명 군대가 사람과 꼭같은데, 어찌 이렇게도 웅장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어찌 이만큼만 웅장하리오. 내가 만약 명령만 하면 천하의 모든 나라에 군사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모두 한꺼번에 쳐부수어지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오늘 밤에 너희들을 데리고 행군을 하리라.
군대에서 쓰는 물건을 약간 준비하시고 줄지어 행군하시니, 여러 제자들이 명에따라 군량과 기물을 운반하는 소리를 내어 기세를 돋우고, 행군할 때 지휘명령하는 소리를 내어 장령을 세우며, 행군할 때 복창하는 소리를 내어 군대의 규율로 삼으니, 행진이 엄숙하여 한밤중이 시끄러우니라.
천원에 이르러 일본군 병참기지를 지나는데, 당시 형세가 의병을 내걸고 무리를 지으면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고 총부터 쏘고, 민간인이라도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제멋대로 총살하여 제자들이 두려워 하더라.
행군하여 돌아오는 길에 또한 병참을 통과하여 대흥리에 이르러 마을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밤에 행군을 잘 하였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적지않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움직이며 행군하여 갔다가 돌아오되 일본군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 또한 그러하오니 어찌된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일이 있으면 백만대군이 적군의 앞에 있을지라도 남의 이목을 벗어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하늘이 큰 운수를 내려주어도 그 운수를 이겨받지 못하면, 혹은 본래자리로 돌아가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빼앗기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오늘 천제를 지내리라.
제수를 약간 준비하사 상위에 벌려놓으시고, 사람 모양을 그려 벽에 붙이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목욕재계하여 정성스런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각자 제 소원을 하늘에 아뢰라 하시매,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행하니라.
사람 모습 앞에 앉으사 제수를 맛보시고 즐거이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산 제사를 받았노라. 이어서 물으시기를, 너희들은 누구에게 심고를 하였느냐?
말씀드리기를, 대선생께 지성으로 소원을 빌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이 뒤로는 반드시 이렇게 하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양지 몇 조각에 각기 옥황상제라고 쓰시고, 뒤간에서 휴지쓰듯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옥황상제라고 쓰사 휴지로 쓰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어떤 사람이 감히 이런 일을 하리오. 천지만신이 머리를 자르고 몸을 찢어발기리라. 이 뒤에 하늘을 거스르고 도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있어 제 자신과 집안을 망치고 세상을 속이고 백성을 상할까 두려워하여 분명히 보여주어 경계시킴이니, 나의 근심걱정이 이러하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경석과 광찬 두 사람이 명을받고 마당 앞에 꿇어 엎드려 가르침을 기다리니라.
공우와 윤경 두 사람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큰 몽둥이를 들고 경석과 광찬의 왼편에 서고, 너는 큰 칼을 차고 경석과 광찬의 오른쪽에 서라.
명령을 마치시자 마루위에 바로 앉으시더니 엄히 물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천하사를 위해 장차 떠나게 되나니, 다녀 오는 동안에 시간이 걸리느니라. 너희 두 사람은 내가 없을 때에 감히 변심하여 나를 배반하겠느냐?
두 사람이 대답하기를, 어찌 감히 변심하며, 어찌 감히 배은망덕 하리이까? 천지와 같은 은덕을 임금으로 모시고 스승으로 섬기오리니, 이런 잘못은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것임을 맹세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광찬아. 천지대운에 나만 영화를 얻고 너희들이 망하면 내 마음이 즐겁겠느냐? 삼가고 삼가라. 만약 너희 두 사람이 배은망덕하는 일이 있으면, 이 몽둥이로 너희들의 머리를 부수고, 이 칼로 너희들의 배를 가르리라. 훈계를 마치시고 담배를 마루 위에 던지시며 길게 탄식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팔자대로 이루어라.
제자가 여쭈기를, 두 사람이 앞으로 배은망덕한 짓을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경석이 옳지 못한 일을 하거든 너희들은 가까이 하지말라.
어느날 말씀하시기를, 정읍에 먼저 어지럽고 뒤에 다스려지는 운수가 있나니, 옳은 사람은 가까이하고 옳지못한 사람은 멀리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옳고 그름을 또한 어찌 알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긴 세월 바람 서리를 밟으며 일편단심을 지닌 사람이 그 때를 기다리니라.
19 장
무신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내성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 몸을 묶으라.
내성이 두려움에 땀을 흘리며 아뢰기를, 설령 죽을 죄를 지었더라도 어찌 감히 지극히 존귀하신 분을 묶으리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는데 어찌 감히 어기려 하느냐?
내성이 지엄한 명령을 감히 어기지 못하여, 몸을 떨며 가까이 가서 겨우 모양만 내어 묶으니 크게 꾸짖으시기를, 너는 내가 너하고 장난치는 줄 아느냐? 단단히 묶으라.
내성이 울먹이며 명령을 받들어 단단히 묶으니,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큰 몽둥이로 내 몸을 세게 때리라.
내성이 눈물을 흘리며 아뢰기를, 제자가 대신 맞겠사오니, 이런 못된 일을 제자에게 시키지 마시옵소서.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너는 여러 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여라.
내성이 지엄한 명령을 어기지 못하여 벌벌 떨면서 겨우 모양만 내니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유가 있어 너에게 시키거늘 어찌 이리 말을 듣지 않느냐? 세게 때리라 하시니라.
내성이 엄명이 떨어지니 어쩔수없이 울음을 삼키며 때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으려면 일등방문을 써야 할 것이요, 이등방문은 쓸 수 없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이등방문을 폐하시는데 어ㅉ하여 내성을 쓰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안씨 성을 씀이니라.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하는 일이 느려터져서 진전이 없는데, 하늘이 정한 운수는 때가 급하고, 백성들은 느린 것을 원망하노라.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시더니, 이날 명에따라 제자들이 버드나무 아래 자리를 마련하여 고씨 사모께서는 춤을 추시고, 대선생께서는 몸소 장단을 맞추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재인이 되고 그대는 천하의 무당이 되라. 이는 천하 만세에 억조 백성의 복을 구하는 천하의 큰 굿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고씨 사모께 춤추게 하시고 몸소 장단을 맞추시니, 보고 듣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기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일을 사람이 어찌 알겠느냐? 천지의 큰 운수가 열림에 모든 신명이 기뻐 춤추고, 만세의 백성들이 모두 그 복을 누리면, 하늘과 땅과 사람과 신명이 모두 나의 노고를 감사하여 장차 노래로써 기리리라. 세상에서 무당 무당 하여 당파가 없는 것이 좋다고 하나니, 천지의 무당을 따르면 천하에서도 가장 좋으리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만고의 세월에 으뜸가는 아방궁이요, 천년의 낮과 밤에 빛나는 동작대라. 제자가 명에따라 경석의 방 벽에 붙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아방궁과 동작대는 신시황과 위무제가 지은 것인데, 앞으로 대도 아래에 이와같은 사람이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이 뒤에 혹시 환부역조하는 사람이 있거나, 역적을 도모하는 사람이 있거나, 법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해치는 사람이 있을까 두려워 그 한 끝을 보여 경계시키고 반성하게 하려함이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들이 명에따라 큰 짚 방석을 만들어 모래를 많이 쌓아서 긴 새끼줄을 달아 매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오늘 너희들과 더불어 운상하리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운상하는 소리를 내고, 끌어다가 앞 내에 버리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짚방석에 모래를 담아 운상하시고 냇물에 버리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오면 어찌 모르리오.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고씨 사모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 두 사람이 경석에게 큰 폐를 끼쳤으니, 두터이 갚으리라. 이어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후히 갚으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경석이 도를 받든 이후로 하늘같이 큰 은혜를 받았고, 살림살이로 말하더라도 얻은 것이 크고 잃은 것은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이 나 때문에 고생이 없지 않으리니, 두터이 갚으리라.
20 장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시며 양지로 책을 만드시니, 양지가 모두 설흔 장이더라.
앞의 열다섯 장은 한 장 두 쪽에 가로로 배은망덕만사신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분명일양시생이라 쓰셨으며, 뒤의 열다섯 장에는 한 장 두 쪽에다가 가로로 작지부지성의웅약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음시생이라고 내려Tm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살고 죽는 두 길이니, 어찌 하여야 살며 어찌하면 죽겠느냐? 잘 생각하여 말하라 하시니라.
광찬이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선영에 소홀하고 선영신을 박대하면, 이런 사람은 복을 누릴 수 없겠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한참 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노라. 종이로 질그릇을 둘러싸시더니 경명주사를 바르사 각 장의 두 쪽에다가 찍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마패가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 앞으로 배은망덕하는 사람과 성의웅약 하는 사람이 있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나를 등지는 사람은 망하고, 나를 섬기는 사람은 창성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제자가 대답하거늘 한동안 잠자코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다고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모든 성씨의 선영신이 나의 공사를 받들어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책을 세우나니, 나를 등져서 망하는 사람은 선령을 소홀히 하고 박대함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배은망덕만사신 아래에는 일분명이 있고, 작지부지성의웅약 아래에는 일분명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배은망덕은 일분명이 있어서 세상이 모두 알게하고, 성의웅약은 하늘이 숨겨두어 때가 와야 천하가 알게 하노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방탕신도통이니, 봄의 기운은 방(放)이요, 여름의 기운은 탕(蕩)이요, 가을의 기운은 신(神)이요, 겨울의 기운은 도(道)이니, 통(統)은 기운을 주장하는 것이니라.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이니, 무신 년 십이 월 이십사 일 좌선(左旋)이니라.
설법하시니 절차가 엄숙하고, 행법하시니 이치에 알맞아 정돈되고 가지런하니라. 밤낮을 이어 여러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니, 종이가 언덕같이 쌓이니라.
이 공사는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공사가 무신납월공사이니, 무신납월공사가 천지대공사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북방의 현무는 돼지를 쏘아 없애고 동방의 청룡은 쥐로부터 오는구나. 말없이 앉아 고금을 꿰뚫으니 천지인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때로다. 송이송이 날리는 눈은 바둑 한 판이요 집집의 등불로 천하가 꽃이로다. 가는 세상은 가고 오는 세상은 오니 만방의 봄은 그 때가 정해져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