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3일째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표정은 전보다 한결 가벼워보인다. 다만 아직은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고결한 모습을 유지하며 책상의자에 앉아있으리라.
그 모습은 교사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싶다. 1년 열두달 중의 가장 평온한(?) 아니면 자신이 가장 보여주고 싶어하는 얼굴을 하고 아이들 앞에 섰으리라. 연애를 갓 시작하면 서로를 탐색하는 동시에 내가 상대방에게 어느정도 좋은 사람이고 싶어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그러다 익숙해지면 다시 각자의 본 모습을 찾는 것 처럼.
우리는 긴장하기도, 설레기도, 탐색하기도, 보여주기도 하는 그런 사이 중이다.
1교시에는 어제 내가 소분한 자가진단키트 및 다음주 주간학습 안내, 그리고 안내장 안 낸 사람을 찾아 월요일까지 들고오라고 말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공동체 놀이를 시작하였다.
오늘의 공동체 놀이는 <아이엠 그라운드>와 <대장놀이>이다. 아이엠 그라운드는 지난번에 자기 소개까지했으니 이번엔 본격 게임으로!! 걸린 사람 벌칙을 뭘로 하면 좋을까? 물으니 '마스크에 스티커 붙이기'를 하자고 한다. '마스크에 스티커 붙이기를 하면 될까?' 물으니까 첫 날 그 벌칙을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00이가 손을 번쩍 든다. "응~ 00이 말해보세요." "저는 마스크에 스티커 붙이기 싫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 중 한명도 이야기한다. "마스크에다 붙이는 건 코로나때문에 좀 그러니까 이름표에다 붙이는건 어때요?" "그래? 00아 그럼 이름표에 스티커 붙이는 건 어때?" "싫어요." "그래..? 그럼~~ 스티커 붙이는 거 말고 어떤거 하면 좋을까요?"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그 중 하나는 강남스타일 춤추기, 또 하나는 칠판에 이름적기이다. 손을 들어 투표를 하니 칠판에 이름적기 벌칙을 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러자고 했다. "선생님 근데 칠판에 이름 적히면 어떻게돼요?" "그런건 없는데? 그냥 이름 적히는 거지 ㅎㅎ" "???"
사실 벌칙이 무슨 상관이냐~ 그냥 놀려고 하는건데~~
아이엠그라운드는 순조로히 지나갔다. 재미도 있어하고~ 다음에 연습해서 이름표 떼고 한번 더 하기로 했다. 이번까지만은 시트지에 이름붙여서 서로의 이름을 보고 게임했지만, 차차 이름을 다 외워서 얼굴 보고 게임 하자꾸나.
다음은 대장 게임을 했다. 대장게임은 술래 세 명이 밖으로 나가있고, 나머지 사람들 중에 대장을 뽑아 모든 학생들이 대장의 행동을 따라 움직이면 나가있던 술래 세 명이 교실로 들어와서 누가 대장인지 찾는 놀이이다.
놀이를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들은 "선생님~ 쉬는 시간에도 이거 하면 안되요?"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단호히 "nop!" 우리의 3월 첫 주는 빡빡하니깐..
어차피 쉬는 시간 안 주면 좀 이따 쉬는 시간 따로 줘야함을 잘 알고있다.
2블럭은 배움공책 정리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
그 전에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를 왜 해야할까?'부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말로는 공부란
이라고 한다.
공부는 왜 하는걸까? 라는 질문은 모둠으로 모아 이야기 나누었다.
일년 동안 아이들에게 계속 강조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지식 공부만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바른 생각과 마음을 배우고, 성실하고 규칙적인 생활 태도를 배우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연습하는 곳이라고.
또한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고 또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도전과 성장을 반복하는 곳이라고. 실패해도 되니 뭐든 시도해 보라고.
학교를 나오는 이유는 혼자 잘 살기위해, 혼자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세금으로 공짜로 공부를 하는 이유는 혼자 잘 살라는 뜻이 아니라 커서 좋은 어른이 되어 이 사회에 보답하라는 뜻이라고 계속 말할 것이다.
소리가 나오는 말로 하지 않아도 모습으로, 행동으로, 수업으로 그렇게 가르칠테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고 싶은지 배움공책 쓰는 방법을 주의 깊게 들었다. 이번주의 느낌을 글로 적어보라했더니 글도 제법 정성들여 길게 쓴다. 아직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부'와 내가 생각하는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차이가 클 것이다. 괜찮다, 가랑비에 옷 젖어들 듯 우린 일년동안 서로에게 물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표면적인 공부 말고도 삶의 거름이 되는 귀한 공부들을 학교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