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에 따라 숫자의 개념이 생겨났다.
눈에 보이는 물체의 개수에 따라 1,2,3...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래서 이런 1,2,3...과 같은 수를 자연수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자연 속에 있는 물체(나무나 돌 등)의 개수를 표현한 수라고 해서 자연수라고 하는 걸까?
어쨌든 난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있던 물건들이 없어졌다.
그래서 “없다”라는 개념이 문득 등장하고 이를, 수로 표현해야 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없다. ”
한자로는 무(無), 영어로는 nothing.
‘없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어사전에서는 ‘없다’의 의미는 ‘나타나거나 공간을 차지하여 존재하지 않다.’로 정의하고 있다.
없는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없으면 표현할 필요가 없을까?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그러다가 등장한 개념이 0이라는 개념이다.
이 0의 개념은 무한한 상상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수이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동그라미 하나가 0이었던 것이다.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가 이 동그라미 하나에 의해 나누어진다.
이 동그라미 하나에는 긴 시간과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의 노고가 알알이 녹아들어 있다.
단순한 숫자 하나가 아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에 가까운 사고의 전환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생각해 낸...
아이러니하게도 이 0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숫자의 폭발이 일어난다.
없음으로 인해서 있음이 더욱 강화되었다고나 할까?
0의 두 번째 역할인 바로 자릿수의 증가이다.
1부터 9까지의 수에 0을 추가하면 9에서 10을 만들 수 있다.
즉,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세 자릿수로... 다음 단계(층위)의 수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수는 증폭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없는 수를 나타내는 0이 오히려 있음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으니.
그 덕택인지 이후로 역사는 더욱 발달하고 문명은 폭발적으로 발전한다.
0의 발견.
즉, ‘없음’의 발견은 더 많은 ‘있음’을 더욱더 견고하게 해주었다.
오늘은 학생들과 0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시인의 시 한편 만나 보았다.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오은 시인은 시집 ‘없음의 대명사’에서 시인은 말했다.
그럼 ‘있었다’의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