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언어라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언어'라고 하면 보통 음성 언어나 문자 언어를 의미하지만, 언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를 쓰면서도 오해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나는 분명 이런 A라는 의미와 의도로 설명했는데, 어떤 아이 B로 어떤 아이는 C로 알아 듣곤 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교직 경력이 16년차인데 아직도 일상에서든 수업에서든 그런 일이 많습니다.
작가 채사장은 이렇게 우리가 쓰는 언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언어의 양을 늘려가거나 줄여간다면서,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향. 양적 증가와 양적 감소는 현실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나에게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이것이 정교하게 손질되었을 때는 가치 있는 결과물로 귀결된다. 즉, 언어의 양적 증가가 끝에 닿았을 때는 책이 되고, 양적 감소가 끝에 닿았을 때는 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시인이어야 하며,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책을 쓰는 작가이자 친절한 해설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듣고 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오고, 해석됩니다. 그래서 독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줍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은 것을 좋아합니다. 또는 '이렇게 해도 돼요?',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제가 한 말이 불명확하게 다가오니, 오히려 다양한 해석으로 함께 수업의 흐름을 만드는 기분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오늘 자신의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볼까? 오늘 선생님의 마음은 솜사탕인데 말야. 너희는 무엇일까 궁금하네. 한번 그림을 그리고 적어볼까?"라고 시작을 하면, 아이들은 각자가 다른 표현을 할 수 있겠죠. 이럴 때, 제가 생각했던 표현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거나, 잘하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명확하고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친절한 해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념을 설명할 때에는 잘못된 지식을 알 수도 있고, 우리가 같은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 때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내용들을 잘 이해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거죠.
또한, 우리가 시인이 되고, 해설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가 잘 연결되기 위해서는 확장된 언어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국어에서는 '매체언어'를 배웁니다. 음성과 문자 언어의 한계를 넘어 확장된 언어인 매체를 통해 우리는 소통하고 있습니다. 매체언어는 텔레비전, 신문, 책, 인터넷 등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의미하는데, 이 언어는 다양한 매체의 특성에 따라 소리, 그림, 동영상, 몸짓, 음악 등 다양한 기호까지 포괄하는 복합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우리도 이런 매체를 사용하여 수업의 언어를 만들고 서로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감성적인 분위기가 필요하거나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때, 제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맞는 노래 한 곡이 아이들의 마음에 잘 전달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설득할 때,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설문조사나 데이터가 있다면 더욱 아이들이 잘 따라올 것입니다.
이렇게 확장된 언어를 사용하다보면, 자신과 자신이 추구하는 수업에 더 맞는 자신만의 언어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교사는 교직생활을 하며 새로운 지식과 수업방법을 연구하고 배웁니다. 이것은 수업시간에 나와 아이들, 아이들과 학생들이, 지식과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연결될 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다시 말하면 교사의 언어를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우리가 교직을 넘어 일상에서도 우리는 언어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며, 그 언어는 가르침과 배움에도 연결됩니다. 그런데, 언어를 배우는 것을 일로 생각하고 시작하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정말 잘해야겠다,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기 시작하면요. 그냥 하나 하나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아주 작은 변화를 일지라도요.
그래서 김태현 선생님은 <교사의 시선>에서 "수업은 교사의 언어다. 내 느낌과 감성을 녹여낼 때, 교사도 학생도 즐겁게 수업에 동참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 맞는 예술언어를 표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도 세바시에 나와서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의 흔적을 가지고 와서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캐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런 일들을 mining minds라고 정의했고요 이런 정보들이 수많은 데이터가 차트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스토리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것을 기반으로 예쁜 스토리,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위해서 다양한 언어를 지금까지 벼려왔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한테는 mining minds가 제1의 언어인데 당신만의 제1의 언어는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저의 언어를 고민해봤을 때, 저와 아이들을 연결하는 제1의 언어는 '책'입니다. 국어수업이 아니더라도, 저는 책을 통해 배우고, 책에 있는 좋은 글과 문장, 단어를 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책을 읽고 나누는 수업을 사랑하고요. 일상에서도 책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만화책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비주얼씽킹이요. 우리는 비주얼씽킹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떠올립니다. 즉, 표현하는 것을 말하죠. 그렇지만 비주얼씽킹은 시각적으로 잘 관찰하는 것, 생각하는 것, 표현하는 것 모두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풀어볼 겁니다. 어쨌든, 저는 아이들과 시각적인 것을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사진을 통해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참 좋은 게, 저작권이 없는 사진 사이트에 좋은 사진들이 많아요. 그래서 수업을 준비할 때, 제 언어의 일부가 될 사진을 찾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제 마음에 꼭 드는 사진을 만날 때의 그 기쁨이 있습니다. 그런 사진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제가 찾은 사진들을 보며 이 사진을 아이들이 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또는 마음일까를 생각하면서 상상하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사실, 이렇게 수업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도 비주얼씽킹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과정도 비주얼씽킹이니, 저는 비주얼씽킹은 모든 교사가 가지고 있어야 할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자신의 언어를 찾으신 여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초등교사이신 김상정 선생님은 처음 뵐 때부터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여러 선한 일들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느새 서양화 작가가 되셨더라고요. 선생님의 밝음과 따뜻함이 그림 속에 녹아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천혜정 사회 선생님은 연극이 언어입니다. 전국교사연극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며, 자신의 흥과 끼를 수업에도 적용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상황 속에 들어가서 자신의 몸을 언어로 사용하는 연극수업은 교사와 아이, 아이와 아이, 공동체와 사회가 온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언어인 것 같습니다.
이정우 체육 선생님은 기타도 잘 연주하시고 운동도 잘 하시는데, 영상을 자신의 언어로 세우고, 언어능력을 열심히 키워 여러 곳에서 쓰이고 계십니다. 수업나눔할 때도 선생님이 찍으신 영상을 보고 나눔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여러 선생님께 선물을 주고 있어요. 영상이나 여러 장비에 대해 물어볼 수 있어서 참 고마운 선생님이십니다.
그래서 묻고 싶은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언어를 찾으셨나요?"
"선생님의 언어를 단단하고 익숙하게 만들고 계신가요?"
이렇게 질문 드리니, 좀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요. 어떤 언어든 완전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 같잖아요. 저도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저의 언어가 책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 앞에서는 참으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거거든요. 책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들, 소위 '책덕후'분들에 비해 많이 보고, 느꼈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서요.
그렇지만, 책을 놓고 아이들과 대화할 때 참으로 즐겁습니다. 그래도 그게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걸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연결되고 통로가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결국 삶의 언어고 수업의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