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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2일 세미나 [토론 정리]입니다.
토론 중에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하거나
발제문에 관해 미처 전하지 못한 의견이나
해소되지 못한 의문들을 가지고 계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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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기 현대사상세미나 04
전원배: 러시아혁명기 노동자 국제주의(토론 정리)
토론자: 비동맹세력의 몰락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평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적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러시아에서의 민영화 문제 등 자본의 작동방식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직간접적으로 러우전쟁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 가까워질 요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러우전쟁이 노동자계급에게 의미 있는 계급 전선의 어떤 새로운 계기를 이룰 수 있을지요?
발제자: 다극화 포럼에 제가 운영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다극화 포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국 일극 체제 해체 자체가 굉장히 진일보된 그런 걸로 해석하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조러 군사협정까지 나아간 것에 대해서, 미국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 하는 좀 과장된 분위기도 좀 느껴져요.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죠.
지금 소위 반미 진영은 브릭스 중심으로 묶여 있는데 이 부분의 이해관계가 과연 계속 일치할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제 정치는 대단히 냉혹해서 가장 막강한 동맹이 구축되었을 때 그 동맹이 깨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제대로 항복을 받아내는 순간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 관계는 엄청 흔들릴 것이다. 그래서 이거는 지금 그렇게 쉽사리 정리될 국면은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80년대에 너무 낙관적으로 남한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혁명이 일어나면 북한 중국 소련이 있기 때문에 끝나는 거다 뭐 이렇게 너무 안이하게 가다가 문제가 됐듯이, 지금의 국제 정세도 변증법적으로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내부 갈등은 어떨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더 검토하고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 내 말이 아니면 다 거짓말이야 틀렸어 이런 게 아니고 공론의 장을 확장 시키는 것이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고 봐요.
토론자: 글에 인용한 [독일 이데올로기]의 내용이 선생님이 하시고 싶은 얘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시적인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런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의 언어로 말씀을 해 주시면.
발제자: 공산주의의 물질적 전제 조건으로 생산력 발전을 논하는데, 진정한 사회주의자를 주로 비판하는 그 과정에서 포이어바흐도 넘어서려고 했지요. 두 말할 나위 없이 자본주의는 두 개의 실제적 전제 조건이 주어질 때만 지양될 수 있다. 즉 그것에 대응하여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될 그런 힘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것은 반드시 광범위한 완전한 무산자계급을 만듦과 동시에, 둘째 그들로 하여금 현존하는 부 그리고 문명 세계와 모순에 처하는 상태로 빠지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한 수준을 전제로 하는데, 한편 이 생산력 발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로 생산력의 발전 없이는 단지 궁핍만이 일반화될 뿐이고 따라서 궁핍과 함께 필수품을 둘러싼 투쟁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 수 없어 온갖 해묵은 더러운 일들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생산력의 세계적 발전과 함께 비로소 인간의 보편적 교류가 확립되고 따라서 한편 무산자 대중이라는 현상을 모든 국가 속에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각 국가의 혁명적 변화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어서 지역적으로 국한된 개개인들을 세계사적이며 동시에 경험적 보편적 개념들로 바꿔놓는데,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이 터질 때는 위에 것들이 없는 상태였어요. 당시 공산주의는 단지 하나의 지역적 현상으로만 존재하며, 교류의 힘 역시 보편적인 것으로 견딜 수 없는 힘으로까지 발전할 수 없었으며, 미신에 빠진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류의 확장은 지역적 공산주의를 없애버릴 것입니다. 경험적인 면에서 예상할 때 공산주의는 오직 일거의 동시적인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는 다시 생산력과 그와 연결된 세계적 교통의 발전을 전제로 합니다. 무산자 노동자 대중은 자본을 갖지 못하고 최소한의 욕구조차 만족시킬 수 없으며 또한 경쟁으로 야기된 철저하게 불안정한 위치에서 안정된 생활의 원천인 저 노동 활동을 항상적으로 잃어버리게 되는 그와 같은 대량의 노동 역시 세계 시장을 전제로 합니다. 이렇듯 프롤레타리아가 오로지 세계사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은 그들의 행위인 공산주의가 오로지 세계사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각 개인들이 세계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곧 그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세계사에 결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레닌의 세계 사회주의 혁명 이론의 뒷부분은 참 참고할 게 많은데, 앞부분에서는 독일 이데올로기가 얘기하는 일거 동시성 뭐 이런 것은 추상적인 영역이고 구체적으로 가면 레닌이 맞다는 것을 레닌의 사도들이 계속 주장을 해요. 그런데 저는 48년이면 아직 프랑스에서 계급투쟁이라든지 소위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을 쓰기도 전이잖아요.
러시아 혁명과 관련해서 보지요. 프랑스도 바스티유 습격할 때까지는 좀 괜찮아요. 사람들을 막 죽이지는 않아요. 토론을 많이 하고 그럽니다. 그러다가 구 귀족과 성직자들이 외국으로 동망가고 그놈들이 프로이센군을 불러들여 쳐들어오면서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색출 작업에 나서는 것입니다. 러시아에서도 내전 생기기 전까지는 다 무장해제시키고 다 보내요. 그런데 영국군이 상륙하고 프랑스가 들어오고 시베리아에는 미국과 일본이 쳐들어오고 돈 대주고 무기 대주면서 난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물리적 법칙이 지배하는 거죠. 자료가 정확하지는 않은데, 적군이라고 불리는 볼세비키 중심의 사회주의자들이 약 120만이 죽었고, 백군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150만이 죽었고 그다음에 아사자가 500만이더라고요. 그래서 파스테르나크가 우리 시대에는 공기에서도 죽음의 냄새가 난다고 했지요. 이것이 그 시기인데 우리는 성공 때까지만 주로 많이 봤어요. 제국주의 간섭 전쟁 따위 다 물리쳤고 역시 사회주의는 위대하다, 이렇게 배웠지요. 모든 인간이 만 3세까지 그러니까 태교에서 만 3세까지 성장이 엄청 중요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초창기에 너무 큰 상처를 입은 겁니다. 제국주의들 내부에 틈을 비집고서 60년대까지 인공위성도 쏘고 원자폭탄도 만들기도 했지요. 미국이 그 이후에도 직접 공격한 건 아니지만 봉쇄해 놓고 군비 경쟁시켜서 괴로워지기도 했지요. 그런 부분을 접하면서 이 구절 새삼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2022년 2월 24일 푸틴이 그렇게 하면서 신자유주의가 거의 막을 내리다시피 하지요. 그때 되니까 레닌 당시의 약한 고리 이론이 대단한 거였는데, 이거를 지향해야 할 시기가 왔구나 그런 게 확연하게 다가오더라고요.
토론자: 물적 조건은 러시아 혁명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는 건데 그러면 주체 문제는 어떨지요?
발제자: 글에는 제3세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제3 세계에 대해서는 가혹한 이야기죠. 예를 들면 파키스탄이 혁명에 성공했다, 아니면 아르헨티나가 성공했다, 그러면 과연 그 권력이 버틸 수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한국은 뭐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이제 미국이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다, 그러니까 가능성 문제를 보면 보편적으로, 그러니까 노동자 계급이 많고 실업자가 많은 나라에서 혁명 성공할 가능성 큰 거 아닐까요? 미국 운동에도 굉장한 잠재력이 존재하더라고요.
그 혁명이라는 것은 지금 와서 보니까 우리는 80년대에 광주와 그 연쇄 속에서 혁명을 생각했는데, 프랑스 혁명이라든지 러시아 혁명을 보면 대다수가 극한적 조건에 처하기 전에는 그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으로는 가지는 않더라고요. 약간의 개량에 만족하면서 주저앉고 주저앉고. 그래서 맑스가 48년 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나서 경제학 연구를 한 게, 진짜 경제학 때문에 연구한 게 아니고 공황과 혁명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언제 공황이 올 건지를 예측을 해야 혁명적 준비가 된다. 이런 생각 속에서 몰두했는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미국이라든지 중국이라든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나라들의 사회상황에 대한 구체적 연구와 연대가 필요한거죠. 그런데 미국에는 이미 단절이 너무 큰 거예요. 운동가들이 없는 겁니다. 대중운동가들이. 그러니까 울산의 경험이나 대중운동을 직접 한 그 경험을 전수하고 싶어서 제안을 받았는데 제가 아쉽게도 못 갔습니다.
이 혁명의 연쇄가 어떻게 일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안양천 주변에서 컸는데 봄이 다가오기 전이 되면 이제 저수지나 논에 물 채워놓은 것이 약해지기 시작해요. 얼음이. 그러면 이제 곰보다리라는 걸 만들어요. 얼음 위에서 막 뛰면 이게 출렁출렁해져요. 그러면서 금방 안 깨지지죠. 그런데 이게 깨질 때까지 게임을 하는 거야. 어느 놈 하나가 얼음이 갈라지면서 빠질 때까지 그걸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상황, 현재 곰보다리가 되어 어디서 출렁거리다가 터질지 모릅니다. 사회주의가 그런 사회이기도 했습니다.
소련이 무너지고 난 후, 그러면 그거 아니네 하면 개량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개량했던 나라들도 다 망했거든요. 지금 독일 녹색당, 독일 좌파 아니 유럽 좌파들, 그렇게 현란했던 저들이 이렇게 무식 할 줄은 몰랐잖아요. 러우전쟁 터지기 전까지는. 그래서 이런 것이 갖는 함의나 이런 것들을 우리가 추적하면서 국제적 교류를 해야 되겠구나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 정도입니다. 지금 내가 볼 때는 크게 미국하고 중국 활동가들한테 이론이 필요해요.
제가 볼 때는 거기는 단절이 너무 심해서, 사람들은 올라오고 있는데 맨날 다극화 포럼이고 뭐고 상층의 패권 투쟁 얘기만 하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건 말도 안 된다고 보고, 진짜 인민들의 삶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세계의 변화, 인민들의 변화, 굶주린 자들의 변화와 욕구에 주목을 못하는 게 아니냐, 그래서 우리 관점을 좀 돌렸으면 좋겠다.
토론자: 초과 착취 문제는, 레닌이 당시 이미 유럽에 광범위하게 확산 돼 있는 거를 확인하잖아요. 그런데 이 문제가 이제 한국에도 적용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문제가 그동안 노동운동과 진보 좌파 운동 전체에 엄청나게 작용을 한 것 같거든요.
발제자: 현재 노동운동이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게 첫 번째가 ys가 등장하면서 소위 재벌과 민주 정부의 갈등설을 얘기하면서 민주 정부를 지지해야 된다는 일이 93년도에 벌어져요. 울산에서. 그게 전국적으로 번져버렸는데 그 사건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진짜 결정타는 98년 IMF 때 구조조정이 들어오면서죠. 휴가 주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대로 멘탈이 나가버려요. 완전히. 야 이거 나가야 되나 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 IMF로 그냥 언론이고 뭐고 맨날 난리 북새통이지. 그리고는 어느 날 희망퇴직을 받는 겁니다. 처음에는 정리해고 얘기 나오다가 반발이 세지니까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거죠.
저는 가장 안타까운 게, 국제관계나 지배계급의 문제도 있지만. 진짜 피지배 계급들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그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 이런 문제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연구를 해야 되는데, 왜곡 보도라는 것만 계속 거론하지요.
토론자: 어떻게 보면 매수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그동안 거의 자각도 없었어요. 이건 특히 지식계, 대학가가 심합니다.
토론자: 세계 사회주의 공화국연방, 이것은 처음 봤는데요. 여기에는 미국 등의 변화가 전제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번 김인식 선생님도 세계 동시혁명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그게 꼭 시작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순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셨습니다. 다만 일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결국 세계적인 규모로 가야한다는 건데, 이에는 공감할 수 있지요. 그래도 이것은 조금 더 일이 진행된 다음의 얘기 같아 보입니다.
발제자: 그렇죠. 그 이전 단계인 현재, 한국이 가야 될 길이 있지요.
토론자: 선생님 대전제는, 맑스가 제기한 이야기들 그런 상황으로 많이 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대중들이 문제의식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쇼비니즘이나 성적 종교적 갈등 등등의 다양한 형태의 야만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제 이걸 막기 위해서라도 그전에 할 준비들이 엄청나게 많겠지요.
발제자: 그렇죠 그 작업이 또 지금 전혀 그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토론자: 지금 노동자국제주의 문제 의식도 사실 어떻게 사회주의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확대할 것이냐 하는 것이지요. 지금 현실주의적으로 뭘 하겠다는 입장에서 다극화 경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그 다극화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발제자: 그리스 공산당의 제국주의 피라미드 이론과 반제 플랫폼 이 두 개가 지금 부딪히고 있는데, 저는 둘 다 이론을 위한 이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토론자: 선생님의 입장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시해야 된다, 그 안에 여러 갈등적 역동적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발제문은 발제자께서 수정보완하여 올려주시기로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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