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로치성 태을도인 도훈
사랑합니다
2024. 10. 8. (음 9.6)
그간 더위가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거짓말같이 더위가 끝나고 아침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정말 살 것 같은데요. 선선해지니 살 것 같고 그 선선함이 되게 반갑더라고요. 근데 바로 좀 쓸쓸해지는 거예요. ‘진짜 가을이네. 아, 올해가 이렇게 가겠구나.’ 서늘해지니까 올해가 이제 종반부를 향해서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확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조금 바쁩니다. 10월에 행사도 많고 당장 2주 뒤 월요일에 상제님 성탄치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미리 좀 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참으로 귀하다, 내 옆에 흘러가는 시간이 참 귀하다 생각이 듭니다. 매 순간순간은 사실 우리 생명이 흘러가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학교에서 가끔 수업할 때 애들이 집중하지 않으면, “지금 너희와 선생님의 시간이 함께 흘러가고 있다, 생명이 지금 흘러가고 있다.” 얘기해요. 초등학생이라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할 텐데, 근래 들어 가끔 그런 얘기를 하게 돼요.
제가 지금 나가는 학교에서는 4~6학년 학급임원들이 두 학급씩 일주일 단위로 아침 등교시간에 캠페인활동을 해요. 정문 후문 나누어 교내 통학로에 피켓을 가지고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해요. 그런데 그 인사가 “사랑합니다~”예요.
10여 년 전 처음 이 학교에 갔을 때에도 “사랑합니다” 들으니까 너무 이상한 거예요. 지금은 주변에 사랑한다는 말을 제법 주고받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사랑한다 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예요. 그런데 처음 본 학생이나 선생님한테도 무조건 “사랑합니다”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사법이 참 독특하고 난감하다 여겼는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합니다”가 돼요. 참 좋은 인사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예방이나 교통질서 준수에 관한 문구가 인쇄된 피켓을 들고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사랑합니다”하고 인사를 하는데, 인사를 제일 잘하는 학년이 4학년이에요. 처음이잖아요. 우리도 초발심일 때는 얼마나 반짝거렸어요? 5학년까지도 그럭저럭 하는데, 6학년이 되면 임원들 자세가 좀 흐트러져요. 마지못해 서 있는 기색이 역력한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 눈에도 보이겠지만, 선생님들은 지나가면서 바로 알지요. 학급임원이 봉사하는 자리이고 이 학교는 항상 학급임원들이 이렇게 아침등교 캠페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거면 얘는 왜 학급임원이 된 거지? 같은 생각을 하겠지요. 서 있는 자세를 보는 한순간에 그 사람의 인성이 딱 판가름나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 정말 하느님이 인간들을 보실 때에는 능력이 아니라 인성을 볼 수밖에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태을도인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강생원집 잔치라는 표현도 자주 쓰지만, 정말 겉으로 보기에 별거 없어 보이는 이곳 태을궁에 이훈오 종장님의 마음 하나 바라보고 다들 모인 거거든요. 여러분이 그래서 귀하고 귀한 거예요. 이렇게 물질 만능시대에 화려하게 꾸며진 데를 마다하고, 마음 하나 붙들고 천지부모님의 마음을 찾아서 이렇게 이곳까지 인연이 닿아 오신 거잖아요? 그래서 여러분의 귀한 생명을 지금 이곳에 바치고 계시잖아요.
종장님과 저도 우리의 생명을 바치고 있지만, 여러분도 여러분의 시간과 생명을 지금 여기 바치고 있는 거거든요. 이건 대단한 선택이고 결정인 거예요. 그래서 결단을 내려주시고 이 시간을 여기서 보내겠다 선택해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함께 치성 모시며 수행하는 와중에 ‘아, 정말 사랑하는 가족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긴 세월을 넘어 귀하게 모인 인연에게 종장님게서 통제사 팔봉이라는 역할을 또 주셨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세계일가를 이루는 대시국의 최초의 주민들이고, 최초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세계일가를 이루는 가족증에 정말 핵을 이루는 분들이 지금 여기 모여계신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이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요.
사람의 기운이 모이면 1+1=2가 아니라 3도 되고 5도 되고 10도 되잖아요. 일당백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까 종장님께서 신바람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가져보자 하셨는데, 넘치는 에너지의 바탕에 우리가 사랑을 깔고, 진리를 만난 기쁨으로 정말 신바람나게 일을 해나간다면, 틀림없이 우리 일은 될 거예요. 왜냐하면 천지부모님께서 이중삼중으로 보증을 쓰셨기 때문이지요. 믿음을 가지고 우리 함께 아름다운 가을을 잘 살아내서, 2024 갑진년도 의미있게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상극의 환경과 상극이 대세로 작용하는 선천에서 상생을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상극을 상생으로 바꾸는 최선의 치료약은 사랑이기에 힘들어도 그 길을 갑니다.
감사합니다.
기운나는 글,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대종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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