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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많은 종교들이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외에도 많은 종교들이 있다. 각 종교마다 자신의 사상과 문화가 있고 그 종교를 신봉하는 신도가 있다. 종교들 사이에는 서로 비슷한 요소도 있고 다른 요소도 있다. 절대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 사이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생명 존중, 사랑 같은 주제는 대부분의 종교들이 지향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종교에 따라 특별한 사상이나 문화도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십자가 사상과 부활 사상 등이 그러하다.
사람이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이 달라진다. 종교의 가르침이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종교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에 끼치고, 의식 구조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종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어떤 종교를 믿느냐는 문제는 그 사람의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자유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종교 생활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각 사람의 자유이다. 많은 종교들 가운데 어느 한 종교를 믿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사는 것 또한 각 사람의 자유이다. 그러므로 어느 사람이 자신이 믿는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거나 권유할 수 있지만, 그 종교를 믿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종교와 관련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세계의 수많은 종교를 다 알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힘써 알고자 한다고 해도 일부 종교에 대해 부분적으로 경험하거나 이해할 수 있을 따름이다. 자신의 믿음의 분량에 따라 사유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각 사람이 자신이 믿는 도리를 굳게 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그에 합당한 삶을 살되,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믿음도 존중해야 한다. 잘못됐다고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자신의 삶과 믿음의 행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바가 진리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참되고 영원한 세계와 참되고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나타내야 한다. 자유, 정의, 평등, 평화, 진실, 사랑을 이루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믿는 도리의 절대성을 세상에 선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多宗敎社會)이다. 그러므로 자칫하면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른 종교와 관련해서 말하고자 할 때에는 먼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해당 종교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말을 해야지, 다른 종교를 자기 관점에서 자기 마음대로 잘못 해석하고 왜곡하여 말하는 것은 대단히 옳지 않다. 그것은 해당 종교와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도리가 아니며,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한 예를 들어보자.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기독교인이 아닌 어떤 사람이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는 주종(主從)관계이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노예 같은 존재이다.”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잘못 알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종(servant)’이라고 말하는데, 이 표현은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종 모세”, “하나님의 종 다니엘”처럼 성경에 자주 등장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이 표현에는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권위를 인정하는 겸손과 자기 부정,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겠다는 순종과 헌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신뢰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독교인들은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종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신분에 있어서 하나님의 자녀이다. 요한복음 1장 12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고 말씀하고, 로마서 8장 16절에서는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신다고 말씀한다.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죄에서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과 특별한 사랑의 관계를 누린다. 그런 가운데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겠다는 맥락에서 ‘하나님의 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는 주종(主從)관계이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노예 같은 존재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해 매우 잘못 알고 잘못 말하는 것이다. 이런 잘못을 하지 않도록 다른 종교와 관련해서 말하고자 할 때에는 먼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믿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되, 다른 종교에 대해 함부로 폄훼하거나 왜곡하여 말하지 않도록 하고, 자신과 종교가 다른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삶과 믿음의 행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바가 진리임을 입증하고, 자신이 믿는 도리의 절대성을 세상에 선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종교사회에서 종교 생활을 하면서 요청되는 자세이다.
출처 : 아산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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