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키스 / 이담하, 월간 모던포엠 2024년 12월호
적란운이 키스할 때
뿌리의 모양으로 피는 음전하의 꽃
입이 벌어지는 제삼자가 침을 삼킨다면 모방 아니면 범죄
키스는 배고픔을 나누는 것, 굶주린 입은 무엇이든 먹어요
구름과 구름이 키스할 때 천둥은 스캔들 예보,
후진을 모르는 질주의 본능으로
도착하기 위해 떠나
없던 일이 되어버린 키스는 물의 씨앗을 흘리는 행위
구름의 층위가 두꺼워지는 밤
우는 구름을 와락 껴안으면 포마드 냄새가 나요
떠났다가 돌아와 어떤 그림이든지 그리기 위해
충동보다 깊은 키스를 해요
자장가로 달래기 힘든 기상적 사물
돌아서면 위치와 형태가 바뀌어
농담(濃淡)이 다른 구름 화산이 분출하는 날
구름의 손을 놓쳐 하마터면 집에 일찍 올 뻔했어요
방황하는 쌘비구름이 떠 있다면 우산을 준비하세요
우비를 챙긴다면
구름 가장자리가 춤추고 돌풍이 불 때
구름의 속도로 부딪혀 막무가내로 울어도 괜찮아요
구름을 구슬은 태양을 욕하듯
나의 비는 내리고 당신의 비는 오십니다
바람이 방향으로 머리를 두는 밀운과 썰운의 키스로
왼쪽의 소란은 오른쪽에서 어두울까요
구름 키스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은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다닌다고 이솝이 속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