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의 글 | “글이 바로 그 사람이다.”
서상호(용계초등교·경북사대부고 동기, 강남사기반 동학
언론계에 있을 때 체육부장을 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프로야구를 좋아했는데, 취재기자가
따로 있었지만, 야구 중계방송을 볼 때면 체육부 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내게도 취재라는 부담감
이 따라다녔다. 그 바람에 그 재미있던 야구 구경도 ‘일’이 되었고, 재미도 훨씬 못했을 뿐만 아
니라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도 그것이 일이 되면 스트레스 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 친구 김수철 회장이 우리 강남사기반의 중국 역사기행 때 자신이 여행기를 쓰겠다
고 자원했을 때 나는 내심 놀랐다. 나의 옛날 프로야구 중계방송 시청 때의 경험으로 미뤄
“그러면 여행이 힘들어질 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그건 나의 기우였다. 중간에 합류한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김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행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터였다.
그는 중국 역사기행 내내 힘차게 질문하고, 취재한 내용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 어가면서
신나 했다. 그의 여행기는 내가 걱정했던 ‘일’이 아니라, 매슬로 우가 말하는 욕구 5단계 중
최고 수준인 ‘자아실현’이었다. 서양학자들의 심리학 이론들이 우리의 윤리기준이나 가치와
맞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김 회장의 경우를 보고는 과연 매슬로
우가 참으로 똑똑한 학자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의
글은 물 흐르듯 무리가 없고, 문체도 유려해 서 50년 동안 글을 써온 나도 부러움을 느낄 정
도이다. 그는 성내지 않고 온화하며 차분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글에서도 평소의 성품을
그대로 닮은 이상적 문장을 구사한다. 프랑스의 자연과학자인 뷔퐁이 “글이 바로 그 사람이
다.”라는 말을 했는데, 김 회장의 경우를 보면 그 말이 정말로 맞는 듯하다. 그러니 투표는
안 해봤지만, 강남사기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사가 김 회장일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의 다방면에 걸친 열정도 우리 친구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고, 세상 사람들과 활발한 교유를
하느라 늘 바쁘다. 걱정이다 싶어 “이제 우리가 80대인데, 쉬어가면 서 하지.”라고 권해도,
그의 대답은 “아직은 끄떡 없네.”라는 한 마디다. 어릴 때 천년 묵은 산삼이라도 한 뿌리
먹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건강 을 지키고 있으니 그런 다행이 없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가장 흐뭇해했던 일은 서울에 사대부고 11회 졸 업생들이 만든 ‘보견회步見會’라는 모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견회는 단 순한 동창들의 친목 모임이 아니라, 매월 한 차례씩 모여서
역사, 미술, 음악, 건축, 영화, 자연 감상 등 다방면에서 안목을 높이는 친목과 문화모 임으로,
다른 학교 출신들도 부러워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모임을 만 들었을 뿐만 아니라, 매월
모임을 주선하고 기록하는 등 귀찮은 일을 마 다하지 않고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 회장이다. 이런 정열도 역시 그 산삼의 덕분이 아닐까? 아무튼 김 회장은 여전히 열정적
으로, 정열적으로 잘살고 있다. 그러 니 오죽했으면 후배들과 함께 이 책의 제목을『아직도
길을 나서면 가슴 이 뛴다』로 정했겠나? 어떻든 남을 기쁘게 해주고 있으니, 김 회장의
천당 길은 예약이 잘 되어 있을 것 같다. 김 회장! 혹시 나중에 천당에서 심 심하면 내가
있을 지옥으로 여행 오시게나. 그때까지 우리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삽시다.
첫댓글 서 주필 님 의 필력도 보통이 아니네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