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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그냥 간단한 과제인 줄 알았다. 그 책 이름들을 조합해 이야기를 만들라 하기 전까진... 이상한 철학책 제목을 적었던 나는, 비록 잠깐이었지만 내 행동을 후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성윤이가 총대를 매고선 무서운 기세로 펜을 잡고는 엄청난 명작(?)을 쓰기 시작했다. 전혀 기대조차 안했지만, 어느새 이야기는 막장이란 조 이름을 곁들인 위대한 작품이 돼가고 있었다. 발표는 성공적. 4점이 적힐 때 난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다.
3월 15일
지난 시간에 썼던 학습일기를 몇 명이 읽음으로써 수업이 시작됐다. 본문을 읽음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업은 시작되고, 난 중학교 생활중에 읽은 교과서 본문을 통틀어 가장 집중해서 일었다. 벌점 -5점이 걸려서일까, 유난히 집중해서 읽은 탓인지 골든벨 문제도 무난히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8문제까지 모두 풀고 나니 별로 되지도 않는 시간에 본문을 마스터한 느낌이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3월 21일
오늘 5교시, 국어 b에서는 읽기의 가치를 마무리했다. 문제를 풀고 퀴즈까지 푸는 시간이었는데,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국어코인 떡상을 바라며 찬스를 썼다. 하지만 결국 4번 문제 앞에서 섣불리 답을 쓰지 못하다 틀리고, 결국 국어코인은 떡락과 함께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하지만 망하면 다시 되찾고 싶어지는 도박마냥, 우리는 영원히 찬스를 쓸 듯한 예감이다. 떡상 가즈아!
3월 28일
수업시작 종과함께 난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학습일기가 적혀있던 '나의 발자국'이 어디에도 없었다. 가방, 사물함 온갖 곳을 뒤져봐도 기미 하나 보이지 않은 채 결국 난 마이너스를 받게 됐다. 한글의 위대함, 국어문법의 특징 등등... 개념 설명이라 그래도 재밌던 수업이었지만, 나는 수업시간 마음이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나중에 집에서 겨우 책을 찾았을 때, 난 보람과 함께 망연자실함을 느꼈다. 대체 어쩌다 저기까지 간 걸까...
3월 29일
관형사형 전성어미와, 선어말어미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배웠다. 처음에 어간과 어미라 할 때는 사이에 있어서 어간, 끝에 있어서 어미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 그 정의에 대해 정확히 배울 수 있었다. 고작 표 하나였지만, 거기 담긴 건 시제 변화법의 모든 것이었다. 마지막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몰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지식은 배우고 나니 마치 새로운 도구를 획득한 느낌이었다.
4월 4일
오늘은 높임 표현을 배웠다. 2학년 때 배웠던 주어, 서술어같은 문장 성분들을 복습하고, 각각 높이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듣는 이, 서술의 주체, 서술의 객체로 나뉜다는 걸 배웠다. 높임법에 대해 몇몇 예시로만 알고 있던 내게 이렇게 문법으로 체계화된 규칙들은 새로우면서도 신기했다. 앞으로 높임말을 쓸 때는 실수를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4월 5일
오늘은 사동 표현에 대해 배웠다. 사동으로 바꿀 때 기존의 주어가 목적어나 부사어로 옮겨지고, 새 주어가 등장하며 서술어에는 -이-, -히-, -리-, 기, 우, 구, 추와 같은 짧은 사동과, -게 하다, -시키다와 같은 긴 사동을 붙여서 주동 표현이 사동 표현으로 바꿔진다는 점을 배웠다. 과제활동 중 '졌다'가 어떻게 바뀌는지 햇갈렸는데, '지었다'로 바꾸니 금방 바뀐다는 걸 깨달았다.
4월 19일
오늘은 피동표현과 부정에 대해서 배웠다. 피동문장으로 바뀔 때 목적어가 주어로 오고, 기존의 주어가 사라지거나 부사어로 이동한다는 걸 배웠다. 또한 서술어에는 짧은 피동이 이, 히, 리, 기가 붙지만, 긴 피동인 어지다, 되다, 게 되다는 되는 문장이 있고 안되는 문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부정은 의지부정과 능력부정에 대해 배웠는데, 안과 못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
4월 25일
오늘은 우리말의 문법요소를 마무리 지었다. 여태껏 배운 시제, 높임, 사동, 피동을 모두 복습했다. 마지막 14번 문제에서 무엇인지 몰라 2분 정도 끙끙댔는데, 먹이셨다를 먹이시다로 바꾸니 어느 정도 구조가 보였다. 아직 내가 여러가지 문법을 혼용해서 쓰는 데에 약하다는 걸 깨달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 100점을 목표로, 화이팅!
5월 23일
오늘은 간단한 주사위로 조를 짜고 시 외우기를 했다. 내가 앞 부분 3파트를 맡고, 나머지 조원들은 1파트씩 맡아 외우기로 작전을 세웠는데, 보기 좋게 들어맞아 우리 조만 다 맞게 됐다. 아, 그리고 이 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모시 수건으로 포도물을 닦는 것과 내가 바라는 손님이라는 부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5월 24일
오늘은 청포도라느 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두 가지를 사용해 시의 내용을 분석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겉으로 보이는 것과 그 속에 담긴 내용이랑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할까? 앞으로 일제 강점기에 쓰인 시를 볼 때는 꼭 내재적 관점 위주로 살펴봐야겠다.
6월 7일
오늘은 청포도라는 시에 대해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에서 시를 해석하고, 의태어라는 개념과 흰 돛단배가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점을 배웠다. 도중에 색체에 대한 느낌을 배우고 시를 다시 보니 외재적 관점이 더 드러나 보였다. 색깔 하나하나까지 다 생각하고 썼다고 느끼니 이 시인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만일 시를 쓸 일이 생기게 된다면 꼭 이 시처럼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6월 14일
오늘은 '방을 얻다'라는 시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시 자체도 어려웠지만, 질문들도 하나같이 어려워서 적는 데에 오래 걸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시의 특징을 적는데 산문시, 구체적 지명, 사투리 등등 굉장히 다양한 특징이 나와서 새삼 놀랐다. 사투리가 많아 해석할 때 어려움이 많았는데, 막상 해석하고도 느낌을 해석하기가 유난히 어려운 시였다.
6월 20일
오늘은 방을 얻다라는 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이미 세들어 살고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한참 고민하다 답을 써내려 갔는데, 예상한 답이 맞아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1번 문제인 말하는 이가 방을 얻으려는 이유를 나는 무작정 책에서 옮겨 적었는데, 본인이 생각해서 쓰라는 선생님의 말에 잠시나마 반성했던 것 같다.
6월 21일
오늘은 방을 얻다라는 시에 대해 마무리하는 시가능ㄹ 자겼따. 저번에 어려운 문제를 대부분 풀어서 그런지 오늘의 문제풀이는 쉽게 넘어갔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말 세 가지를 배웠는데, 실제로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이라 신기했다. 그리고 태현이가 맨날 나보고 답이 뭐냐고 묻는데, 제발 자신이 알아서 좀 써봤으면 좋겠다.
8월 23일
오늘은 기억 속의 들꽃 첫 시간이었다. 국어 B에서 소설은 처음인지라 진행 방식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진행 방식덕에 난생 처음 소설을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문제풀이도 하며 내용을 복습하니 머릿속에 쏙쏙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소설 읽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야겠다.
8월 30일
'기억 속의 들꽃'을 읽는 두번째 시간이었다. 역순행적 구성과 간접적 제시가 이 소설 속에 잘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조성돼가는 구간들을 확인하니 모르던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역순행적 구성은 아예 처음 듣는 단어라 흥미로웠다. 이번 수업에서 아쉬웠던 점을 뽑자면, 답을 아는데 조 이름을 말하지 않아 점수를 못 받았다는 점이다. 다음부터는 꼭 조 이름과 함께 답을 말해야겠다.
9월 5일
기억 속의 들꽃을 읽는 세번째 시간이었다. 처음 혼자서 읽을 때에는 왜 명선이가 무언가에 깔리면 비명을 지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천천히 읽어보니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속독이 아닌 정독이 맞는 것 같다. 소설 진도가 끝나면 혼자서 한번 더 읽어 또 놓친 건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9월 6일
오늘은 기억 속의 들꽃을 읽는 네 번째 시간이었다. 처음 문제를 만들 때에는 속독을 하느라 왜 명선이가 알몸으로 나무에 올라갔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천천히 읽으니 그 앞에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명선이의 개패를 감춘 이유를 권구 쌤 덕에 정확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9월 19일
오늘은 한글에 관해 간단히 배웠다. 한글이 표음문자라는 사실을 복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훈민정음이 자주, 애민, 실용적인 글자라는 사실을 권구쌤께 배우고, 고어를 현대어로 한 글자 한 글자 풀어보는데, 정말이지 어려웠다. 몇몇 글자는 아예 그 뜻이 달라져 600년이란 세월을 체험할 수 있었다.
10월 10일
오늘은 한글의 세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싲가했다. 권구 선생님께서는 점수가 달린 퀴즈를 통해 자음과 모음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셨다. 자음의 소리까지는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기보노 자음을 써보라는 문제에서 난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 조원인 원영이가 다행히도 알고 있어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 시험 문제가 많이 나온다는데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10월 18일
오늘은 한글 중 모음에 관해 푸는 시간을 가졌다. 단모음과 이중모음을 구분하라는 문제를 듣자, 저번에 이미 배웠음에도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였다. 원영이가 맞는 개수를 말했었지만, 그 종류를 모른다는 이유로 무시했었던 게 후회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게서 직접 설명해주시자 그제서야 배웠던 게 기억나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는 까먹지 않도록 꼼꼼히 익혀놔야겠다.
10월 24일
한글의 세계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구 쌤이 갑자기 문제를 내셨는데 당황해서 나는 문제임에도 대답을 못했다. 한 문제라도 대답하면 1조와 동점이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배운 내용은 여태껏 학습한 것들의 복습에 가까웠으며, 권구 쌤도 복습에 치중하여 설명해주신 것 같다. 오늘이 시험 전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시험도 잘 보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4월 18일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난 수학여행이 기대가 돼 도저히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짜들을 바라보며 어느새 당일 새벽이 됐고, 난 피곤한 몸을 이끈 채 찬 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으로 나왔다.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고, 간단히 아침을 때우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난 친구 한 명과 함께 롯데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 적혀있는 숫자에 난 정말이지 당황하고 말았다.
'대기시간은 10~15분입니다. 주문을 받는 즉시 만들어드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친 건 최악의 경우였다. 15분 정도 기다린다 가정했을 때, 먹을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 선택한 음식이 햄버거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줄을 들어서니, 앞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써있었다. 아마도 한 번에 여러 개를 조리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채지 못했다면, 난 아침을 포기했을 꺼다.
그렇게 큰일없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잠시 기다리니 어느새 비행기는 착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쪽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얼굴을 스치는 바람. 드디어, 제주도다.
가장 먼저 간 곳은 4.3 평화공원이었다. 말 그대로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 박물관 특유의 따분함이 없었다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난 큰 사건이니만큼 최대한 집중해서 봤다.
첫째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단연 성산일출봉이라고 대답할 꺼다. ...적어도 나만큼은. 이전에 한 번 올라가봤기에, 난 그곳이 얼마나 높은 지 익히 알고 있었다. 더럽게 힘들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한 중반 쯤 올라왔을 때부터 말이 없어지고, 중후반 쯤에 쉬고 있는 애들을 대거 발견했으며, 후반은 단언컨데 악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다다라서야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과 그저 헉헉대는 폐가 느껴졌다. 그 대가로 사진이야 많이 얻었지만, 다시 올라가라면 차라리 팝스 오래달리기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성산일출봉이 끝나고 또 한 곳을 더 간 뒤 호텔에 도착하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더 내 예상과 달리 숙소는 정말로 호텔이었다. 3인용 같은 2인용 침대에 몸을 맡긴 채, 난 잠을 청했다.
둘째 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다이나믹 메이즈였지만, 제주 제트보트를 빼먹을 수는 없다. 그냥 가벼운 드라이브인 줄 알았지만, 제주의 파도와 제트보트가 합치니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위아래로 자유자재 움직이는 보트에서, 가끔씩 물도 맞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다시 다이나믹 메이즈로 돌아오자면, 즐거운 기억보단 성산일출봉과 같이 고통스런 기억이었다. 그냥 가벼운 놀이터 수준인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부딪힌 뒤로는 말 그대로 고통 그 자체였다. 발가락은 아프지, 코스는 더럽게 힘들지... 마지막 코스인 좁은 동굴 통과에서는 정말 아파 죽는 줄만 알았다.
결국 양말을 벗겨보니 내 눈 앞에 등장한 건 시퍼렇게 멍든 둘째 발가락. 둘째 날 밤에 기억에 남는 건 진통제 먹고서 아픔과 함께 잠든 게 다이다.
마지막 셋째 날, 사려니 숲길과 등대를 거쳐, 공항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쇼핑센터에 들렀다. 간단한 초콜릿만 사고 끝내려 했으나,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초콜릿은 물론이요, 커피와 과자까지 다양했다. ...이게 충동구매의 무서움인가.
그렇게 양손에 짐을 가득 들은 채, 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느 지인이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 그런 풍경이었다.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8월 16일 특별했던 계곡
계곡을 간다는 말만 들었지, 막상 어느 곳으로 가는지는 모른 채 그저 아버지의 차에 몸을 맡겼다. 활기찬 상태로 출발했다가 점점 지치고, 잠이 몰려올 때 쯤에야 겨우 도착했다는 말이 들렸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군부대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민통선 근처에 위치한 계곡이라 간단한 검문을 한다고 한다. 뭐, 민통선 계곡이라 발을 담그지 못한다는 게 흐이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 흐르는 걸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다며 위로를 했다. 한참동안이나 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니, 계곡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흔적이 많이 묻지 않았다는 걸 단번에 느낄 정도로, 계곡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며칠 전 구매한 새 핸드폰으로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다녔는데, 특히 전망대는 지나치는 법이 없이 예리한 각도로 잡아 가장 좋은 사진을 찍어보려 노력했다. 아직 사진 찍는 게 미숙해 그리 잘 나오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지만.
하여튼 금강산에서 내려왔다는 이 계곡은 정말이지 당장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도중에 계곡을 건너는 흔들다리에서는, 37도라는 무더위 속에서도 더운 줄 모르고 사진을 마구 찍어냈던 것 같다.
물론 37도라는 더위가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들고 갔던 생수 1통은 겨우 한 시간 만에 바닥났고, 아버지도 목이 타버려서 따갑다며 저녁 내내 불평하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좋았던 추억인 것 같다. 그 맑고 아름다웠던 계곡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을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르니.
10월 4일 국어 중간고사 자가평가
국어에 그리 많은 시간을 들이진 않았다. 국어a야 그래도 어느 정도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1학기 때 시험의 난이도를 이미 체험해 봤기에 국어 b만큼은 수업시간 외에 별달리 신경쓰지 않았다. 솔직히 준비하기도 힘들었다. 올해부터 나누니 탓에 작년 기출을 찾아봤자 국어 a의 범위 뿐이었다. 시험준비라고 할 수 있는 거는 교과서와 학습일기를 정독하고 또 정독하는 것 뿐이었다. 시험날이 다가오고, 일단 서술형 문제를 받았을 떄는 안도감부터 들었다. 다행히도 수업시간에 모두 강조하셨던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객관식 문제를 받고서는, 안도감이 싹 가셨다.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는 단어 개수를 찾는 문제에서 기억과 상식이 부딪혔다. 호주기 편대라는 단어에 폭격까지 붙어야 시대적 배경이라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오르며,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고민하다 결국 기억을 믿고 선택했건만, 왜곡된 기억이었다. 국어 만점의 기회는 그렇게 1점 감점과 함께 날라가고 말았다. 햇갈린 부분이 있을 때는 처음 고른 게 맞다는 아버지의 말씀과 무언가 영감이 떠오르면 그게 맞는 답이라는 학원 선생님의 말씀까지도 충돌해 햇갈리는 문제를 보면 항상 고통스럽다. 다음에는 공부를 제대로 해서 햇갈릴 것도 없이 다 맞아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작심삼일이라던가. 결국 또 시험기간에 놀면서 공부할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