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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 묻지 말게 --- - 남진원 시 전집 2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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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매화를 한 편의 시라고 한다면 꽃잎은 시의 언어요 향기는 시의 맛이다 시를 써도 * 감동이 없다면 향기 잃은 매화와 같은 것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남진원
눈앞의 혼돈은 바라보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무능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문학이란, 진실의 질감, 그것을 향해 가는 인간 정신이다
( 2024. 8. 19 )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미련함은 지혜로움을 어둡게 한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버드나무는 물 위에 비치는 것이 더 환상적이다. 이런 환상은 아름다움을 살찌게 한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 불(火)은 땅에서는 기운을 조절하고 나무에게는 빛을 보내 영화롭게 하고 금을 녹여 다듬고 제련하여 걸출하게 만들고 물을 따뜻하게 하여 생육의 공을 있게 하니 진실로, 천하대장군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사람들 중에는 성현의 말씀을 모르는 것이 없으면서도 마음에 새겨 실천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입으로만 쫑알거리는 사람이 바로 위선자이다. 이런 사람 중에는 교사, 신앙인(목사, 스님, 신부 등) 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사랑도 행복도 젊음도 우리들 곁에 있다. 우리가 후회할 때엔 이미 그들은 멀리 가 있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절망을 손잡아 희망으로 이끄는 동반자인 사랑은, 죽음마저 부활시킨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무리 헛된 욕망이라 해도 행복하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산은 형세를 내어놓아도 자랑을 하지 않는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삶이란 매일 매일 도화지에 그려가는 그림과 같은 것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삶이 빛날 수 있는 것은 그 뿌리에 고통과 절망 슬픔이란 영양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12일)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새순 앞에서는 꽃은 하녀이고 나무는 머슴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세월은 나이를 선물하고 나이는 추억을 선물한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진실과 동행하는 데서부터 아름다운 길이 시작된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예쁨' 은 봄과 미인의 권리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앉기도 힘들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은혜를 베푸는 것은 중하게 여기고 베푼 것은 잊는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제일 무지한 사람은 부귀하다고 교만해진 자이고
더 무지한 자는 가난하다고 부끄러워하는 자이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행복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매일 행복을 친구하며 지낸다
내 여백의 명상시 - 남진원
사랑은 모든 걸 빛나게 하지만 어리석음은 모든 걸 어긋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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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아
남진원
누가 내 이름을 묻는다면
태(胎)
아(兒)
라고 말할 거예요
나는 엄마가 만든 궁궐 안에서
자라나지요
엄마를 힘이 속 빠지게도 하고
어느 날은
으슬으슬 춥게도 하고
이따금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개구쟁이예요
그러나 상처도 쉽게 받아요
몸살 약 한 알, 담배와 술, 엑스선 촬영에도 나는 화들짝 놀란답니다
엄마,
내 이름은
아직 태아랍니다
건강하게 똑똑하게 지혜롭게 자라도록
도와줄 거죠!
( 2012. 10. 13. 제11시집 『톨스토이태교동시』,처음주니어,)
내 이름, 남진원
남진원
남진원, 이 세 글자 무슨 의미 있겠냐만
가난과 詩 벗 하며 호기롭게 살았으니
가끔은 혼자 있을 때 크게 불러 보누나.
내 이름, 남진원
남진원
남진원, 이 세 글자 무슨 의미 있겠냐만
가난을 벗 삼아 호기롭게 살았으니
한 번쯤 혼자 있을 때 크게 한 번 웃었다
남진원, 이 세 글자 무슨 의미 있겠냐만
진리를 벗 삼아 호기롭게 살았으니
한 번쯤 혼자 있을 때 크게 불러 보았다
-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내 이름은
남진원
초록 햇살이 내리는
길 위론
눈이 아려서
네가 오는 길마다
눈이 아려서
비워둔 채
귀가
아픈
내
이름은
작은 꽃망울
( 동시집 『할아버지 이뽑기』p.32, 대교출판. 1997. )
내 인생의 柱聯
남진원
돌아보니 …
어느 덧 황혼녘의 삶
눈 비 내리고 폭풍우치던 날
몇 날이었던까
살가죽은 소금처럼 아픔에 절여지고
내 아픔의 柱聯
낡은 高閣처럼 색바랜 세월이다
그대와 우리,
인생의 살가운 부분들은 어디 숨었나
돌아보니
꼬집어도 감각 없는 긴 시간 속에 살았네
간 못 맞추며 짙어지기남 했던
내 삶의 영혼을 되짚어보다가
허세의 검은 머리카락 대신
은발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다시 바라보는 황혼 녘의
산과 하늘, 그리고 사람들
미움도 비애도 아픔도 절망도
사랑으로 변신하고 …
생명은
신비의 바다였구나
이제는
모두가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내일은 토요일 모렌 일요일
남진원
월화수목금토일
일곱날 중에
금요일 저녁이 제일 좋아요
내일은 토요일
모렌 일요일
오늘 밤은 예쁜 꿈도
실컷 꾸는 날
공부를 끝마치고 돌아갈 때면
발걸음도 신이나 흥겨운 걸음
하나 둘 셋 넷
짝궁들 절로 절로 발을 맞추며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발을 맞추며
마주 보며 웃는 얼굴
부푼 마음을
하늘에 가득히 날려보내고
아아 즐겁게 돌아가는 길
내일은 토요일 모렌 일요일
( 1986. 8. 1. 「학교 새마을」 신문)
냄새 방울
남진원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풀벌레 소리가 물방울에 스몄다
귀엽고 동그랗다
무소유의 냄새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냇가에서의 한 컷
남진원
물수제비. 잠수하기, 바위에서 다이빙하기
물고기 움켜쥘 때도 친구들이 내보였던,
수수한 나리꽃 닮아 그렇게나 맑던 웃음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너그러움
남진원
가진 것 없는 때일수록 잃기 쉽다, 너그러움
너, 너, 너!
남진원
나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너를 생각만 해도 행복 호르몬이 나와
나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
너를 보기만 해도 사랑 호르몬이 나와
아 아 아 아 ~ ~ ~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너, 너, 너!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너, 너, 너!
너는 아냐
남진원
사랑하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떠나가야 한다는 걸
머리카락이 하얘진 요즘에야 알았다
미워하기에 함께 하기 싫은 인간도
언젠가 떠난다는 걸
턱수염이 하얘진 요즘에야 알았다
어머니 아버지 가족들, 벗들이
떠나갔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떠나야 할 것이다.
산다는 게 분주하였지만
늘상 저 밭둑에 서 있는
나무 같다
왔다가 가는 사람들,
참 바보 같다
떠나온 곳도 모른 채
살다가
떠나갈 곳도 모른 채
떠나다니…
나는 모른다
너는 아냐
( 2023. 5. 6.)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너는 한 줄기 바람이더니
남진원
내 창가에 달디 단 향기로 묻어나는
너는 한 줄기 바람이더니
꽃가지를 흔들며 내 귓가에 속삭이는
너는 봄 아침 은은한 빗소리더니
저 들녘 새 잎 돋아나는 아우성처럼
와 - 와 -
소리없이 번져
내 빈 가슴속 자리잡은 너는
칠색 무지개더니
오늘은 귀가 귀가
네 귀가 고와라
스물 네 살 쑥내나는 푸른 바람이여
( 1985. 11. 7. 제2시집 『나비, 청산의 나비』 )
너도 부모냐
남진원
자식 학대 도를 넘어 쇠 젓가락 지져대며
영혼의 살인을 한 人面獸心, 너도 부모냐
아이는 목숨 건 탈출, 007 장면도 아닌데 …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너희 덕분에
남진원
봄비는
마술사다
비 한 방울에
물감 한 방울 씩
어떻게 그려 넣었나
하루 밤 자고 나니
버드나무는 연두색이
놀랍도록 짙어지고
두 밤 자고 나니
목련은
자주색 하양색 꽃으로
궁궐을 만들어 놓았어.
너희 덕분에,
내 맘의 나뭇가지마다에도
설렘의 꽃잎이
만발했다니!
네가 있어 참 좋아
남진원
네가 있어 참 좋아
네가 있어 참 좋아
눈에는 안 보여도
내 마음 눈에는 환히 보인다
귀에는 안 들려도
내 마음 귀에는
속삭이는 네 다정한 음성이 있지
바람이 외로움 몰아올 때에는
아, 아 - 아 -
내 안에 날아드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운 얼굴
바람이 쓸슬함 몰아올 때에는
아, 아 - 아 -
내 안에 젖어드는
아름다운 목소라 그라운 얼굴
어디서나
은은히 스며있는
0 0아(야)
네가 있어 참 좋아
네가 있어 참 좋아
어느 때나
고요히 스며 있는
0 0 아(야)
네가 있어 참 좋아
네가 있어 참 좋아
( 2022. 1. 13. )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넥타이
남진원
장농문을 여니
넥타이들이 기다림으로 걸려 있다.
이것저것 골라주며 멋진 웃음을 내보이던
아내의 뽀얗고 보드라운 손이 떠오른다
언제 다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반짝반짝 구두의 윤을 내고
따각 따각 걸어가는 날이 있을까
아침 창밖으로 먼 산에
추위에 덮인 눈이 듬성듬성 쌓여 있다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파 발생시 국민행동요령이라고
방송에서 연신 들려준다
그래, 이제 대부분 나의 출입은
불필요한 외출이다.
그저 집 주위를 운동 삼아 거니는 것이
고작 나의 외출이다.
나의 외출 멈춤 때문에
넥타이야,
너도 오랜 칩거가 계속 될 것 같구나.
넹, 넹, 넹!
남진원
문자를 날렸다
‘저녁이 되었네요 밀레의 저녁 종 같은 …
잘 자요’
그녀가 보내온 문자
‘넹 넹 넹 평안한 밤 되사와요 ~~~~ ^^’
즐거움이 담뿍 묻어있다
이 보다 더 신날 수 있는 밤은 없다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노간주나무
남진원
마을 뒤 언덕 위에
아름드리 노간주나무
지나온 얘기들
나이테에 새겨놓고
다람쥐 오르락 내리락
무등을 태운다
팔 넣어도 닿지 않는
뚫어진 구멍만큼
속 깊은 뿌리 내려
지켜온 고향 마을
산 함께 바위와 함께
흙에 뻗은 숨결을 보네
( 1991. 9월호 『아동문예』)
노간주 나무
남진원
어릴 때 찾아가면 친구처럼 반겼었지
풍상을 이겨내고 고향 지켜 살았구나
의연함 지닌 저 자태 신화 같은 역사이네
(노간주나무: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골지리 고향 마을 언덕에 선 수령 350년의 보호수 나무)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노간주 나무
남진원
마을 뒤 언덕 위에
아람드리 노간주 나무
지나온 얘기들
나이테에 새겨놓고
다람쥐 오르락 내리락
무등을 태운다
팔 넣어도 닿지 않는
뚫어진 구멍 만큼
속 깊이 뿌리 내려
지켜온 고향 마을
산 함께 바위와 함께
흙에 뻗은 숨결을 보네.
( 2024. 5. 11. 남진원 제18시집 『어머니 물동이길』, 동우재 출판사.)
노 년
남진원
글자가 흐려지니 뭘 해도 답답하다
돋보기 집어 드니 불현듯 뜨는 생각
원래가 흐릿한 세상 마음으로 보라나?
노년의 행복
남진원
행복이 별거던가 시시詩詩하게 사는 일이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그런 사람, 곁에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건가 참 시시詩詩한 책도 있는데
노년의 행복
남진원
나이 들어 행복은 딴 게 아니다
그저 소소한 것들
그게 다 행복이지
저녁 간단히 먹고
편히 잠들 수 있으면
그건 큰 축복
반백년, 시간의 흐름
시인으로 살면서
그나마 내가 진짜 좋아하는
몇 편의 시들이 있어서
그게 내 인생의 기쁨이란 걸 알았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시들이 시경이지
때로는 아프고
더러는 막막하고
자주 자주 힘들었지만
사랑이 있고 그리움이 있는
시편 하나 둘 셋 …
이제 알 것 같다
몇 편의 시들이 곁에 있어서
노년의 삶을 이렇게 물들여가는 구나
몇 편의 시들이 함께 하면서
노년의 행복을 이렇게 이끌어가는 구나.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노년의 행복
남진원
행복이 별거던가 詩詩하게 사는 일이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그런 사람, 곁에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건가 참 詩詩한 책도 있는데.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노랑 불길
남진원
산 밑
해바라기 둘러 핀
외딴 우리 집
집 주위에
방글방글 번지는
노랑 불길
산책 나온 내 마음에도
생글생글 노랑 불길
( 2015. 9. 17. 제14시집 『 산골에서 보내온 동시』, 좋은 꿈 ),
노루귀 꽃
남진원
예쁜 꽃
피우고 나서
또 뭐가
궁금하지
봉긋
봉긋
귀 내밀어
엿듣는다.
노루귀
老木
남진원
허연 머리카락
이빨 빠진 잇몸
쭈글쭈글한 목
“ 나무로 치면 老木이구나 ”
마음은
한창인데…
그래,
고목에 핀 매화
더 품격있고 우아하지 않던가
(2021. 8. 31.)
노송(老松)
남진원
紅顔이 어제인 듯 물결인가 꿈결인가
백발의 머리카락 검버섯과 짝 이루고
인간사 浮草같다는 그 말 이제 실감나이
내 인생 밭을 매어 거둬들인 곡식들
체 쳐서 걸러보니 空과 虛만 남았어라
맵고 짠 삶의 무게는 내가 빚은 그림자
구름은 시시각각 榮辱을 알 수 없고
부귀빈천 물과 같아 기약을 두지 않네
생과 사 묻지 말게나, 默言의 저 그림자
(시집『무소유의 냄새』속 시조집「나를 놓다」,2016.)
( 2020, 전자시조집, 『꽃물 들어 아픈 날』, 한국문학방송)
老松 白鶴
남진원
홀연히
솟구치더니
상서로워라
소나무
붉은 기둥
우람한 숲은
시절이
분명한데
천년 학
깃든 자취
生死가
없구나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老翁
남진원
비
내리는
들깨 밭
한 가운데
우산 쓴
늙은이
한
옆에
풀처럼 쌓이는
고요 더미.
( 2021. 8, 21 .)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老翁
남진원
비 내리는 들깨밭에 들깨보다 맑은 빗물
우산 쓴 늙은이는 밭 가운데 엎드렸네
한 옆에 풀처럼 쌓이는 이 거대한 고요 더미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노 을
남진원
외로움이 깊어서 바다가 될 때
당신이 부르시면
난 멀리서 대답하는
노을이 될래요
먼 길에 당신 모습만 봐도
난 벙어린데
난 벙어린데
당신 앞에 서면
말이 없어도
황홀한 말씀
당신이 오실 때
마냥 부끄러워서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슴이 뛰는데
내 그리움 너무 깊어
당신이 찾으시면
난 멀리서 우는
노을이 될래료.
( 1985. 11. 7. 제2시집, 『나비, 청산의 나비』)
노을
남진원
마당이 환하여 문 열고 나가 보니
노을이 은은하여 눈을 뗄 수 없었네
인품도 이리 닮으라, 그림으로 그렸나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 시조 21, 소시집 . 2021. 4. 38 )
노을
남진원
아름다운 저녁노을 바라보며는
노을은 꿈꾸는 내 마음의 꽃비
비탈진 풀숲 길 그 어디선가
가만가만 뉘 부르는 소리 들릴 듯
아름다운 저녁 노을 바라보며는
꽃비 내리네 내 마음에 은은한 꽃비
아름다운 저녁노을 바라보며는
노을은 그리운 내 마음의 꽃비
뒤울안 장독대 그 어디선가
가만가만 손짓하는 모습 보일 듯
아름다운 저녁 노을 바라보며는
꽃비 내리네 내 마음에 잔잔한 꽃비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태원, 2023. 5 )
노을
남진원
기인
그리움 하나
익은 채 떠서
호올로
빛나는
눈 먼 사랑
지금은
황홀한
아픔
( 1987. 10. 1. 제3시집 『넘치는 목숨으로 와서』 )
( 1991. 10. 30. 아라리문학 10집)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노을
남진원
노을이 물드는
저녁 마을은
노을이 고와서
너무 고와서
노을이 마을처럼
흐르는 마을
마을이 노을처럼
흐르는 마을
노을
남진원
한 여름날
할아버지는 안 보이고 밀짚모자만
천천히 움직인다
밀짚모자 둘레로
뻐꾸기가 고요를 깬다
밭고랑이
환히 트여 갈 때마다
정겹게 들리는
괭이 소리
해가 서산을
넘고
언덕 너머에서
범종 소리 들려오는 걸 보니
백운암에도
노을이 함빡 물드나보다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노인의 일상
남진원
근심도
걱정도
없는데
하루, 하루가
이 모양세인가
일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꼴이 되었고
수시로 호흡곤란까지 찾아드니 …
왜
진작 몰랐을까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한 줄을.
( 2025. 2. 10)
노인이 된 징조
남진원
밤이면 밤새도록
TV를 켜놓는다
볼 생각 들을 생각
아예 하지 않으면서
고적함 그게 싫어서
켜둔 채로 잠든다
( 2024. 9. 16 )
노자가 말한다
남진원
노자가 말한다
有名은 無名의 母라
나는 아내를 만나고부터
아내를 잃고 있었지
가득찼구나 이름을 얻어서
천지가 밝음으로 어두워지고 …
노자가 말한다
無名은 천지의 시초요.
아내를 보내고서야
아내를 마주하는구나
홀로 자유로워라, 이름 없음은
비어서 배부르다고 …
( 한울림문학 11집. 2011.12월)
( 「남진원의 문학 일생사」2018.1.28. )
노지문화
남진원
노지 딸기 노지 부추 상상해도 신선한데
자연 생태 노지 문화 들을수록 설렌다
산업화 불구덩이 속 친환경의 생명 문화
고유한 풍습과 자원 창조력을 보태어서
서귀포가 그대로 행복이 되는 자연 부락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문화 씨앗 되었네
새 브랜드 구축한 백 다섯 마을 마을
다양한 예술의 혼 가꿔 온 보람 있어
이윽고 ‘문화 도시 선정’ 세계 속에 우뚝 섰다.
( 현대시조 2023년 봄호. 2023. 4. 30. )
녹색의 잠
남진원
뒷산의 떡갈나무 색깔과 익모초 색깔을 섞었다
산과 들과 잘 어울리라고
초록색으로 칠해진 지붕
버스에서 내려 요양원 입구를 지나면 작은 개울 건너 산 밑에 큼직한 녹색의 고깔 모자를 쓰고 기다리는 양철 집, 내가 사는 집이다
밭 둑에 줄지어 선 해바라기 노랑 색깔과
마구 피어있는 개망초 꽃들의 환한 웃음이 잘 어울려
매미소리를 망아지처럼 풀어놓고
나를 반기고 있다
밭일을 끝내고
자리에 누우니
내 잠도 녹색의 빛깔이다
( 2021. 강릉문학 29집 원고 )
녹색의 집
남진원
우리 집은 녹색의 집
나무와 숲과 친구가 되고 싶었거든
나지막하게 녹색 지붕을 한 우리 집은
숲속에 있는
요정들이 놀러오는 집이란다
밤이면 녹색 지붕에 별이 날아 내릴 지도 몰라. 또 있어. 달이 내려앉아 놀다가 갈지도 모르거든.
아이 좋아라
친구야, 너도 놀러 오렴
지붕에 새가 지은 집도 볼 수 있고
수수한 메꽃이 피어 반겨줄 거야
잠들면
너랑 나랑 실컷 예쁜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 2021. 6. )
녹색 지붕의 우리 집
남진원
방터교 지나고 돌 반석 지나고 나면
산밑에 아담한 녹색 지붕이 나를 본다
풀벌레 소리와 걷는 발걸음이 느긋하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錄音
남진원
길목 어귀 돌장승
멍한 채, 눈을 감고
돌 주름 그 사이로
흔들리는 세상 하나
나무는 명상 하다가
함께 넋 놓고 있어.
논두렁길
남진원
콩잎사귀를 뒤적이면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뒤를 메뚜기가 콩닥콩닥
나도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끼리 뛰어다니던
논두렁길
한 웅쿰
손 안에 쥐어지는 건
메뚜기와 잎사귀와 바람이 만들어내던
푸른 색 햇살이었어
고추잠자리 은빛 날개로
가을이
보슬보슬 내려앉고
맑은
하늘의 눈 때문에
저물도록 서 있는 허수아비
그 뒤에 또 누가 그렇게 서 있었다.
( 바다시낭송 카페 2008. 9. 10. )
녹색 모자
남진원
감나무 옆이 옥수수 밭이다
아이 더워
옥수수 밭을 매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감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식혔다.
올려다보니
감나무가 커다란 녹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사람 중에는 모자 쓰고 마스크 쓰면
강도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나무의 녹색모자는
그늘을 주고
산소를 보내주고
새들의 쉼터가 되어주는구나.
그렇구나
사람들은 목숨이 다하면 그래서 네 곁인
녹색 모자 아래로 가고 싶어 하는 구나.
녹색성장
남진원
매미 소리는
파란 신호음
작은 매미소리는 점점 강렬해진다. 이윽고 매미소리는 점점 웅장한 산소가 되어 퍼진다.
도시를 가볍게 흔든다.
매연의 숲에서
깨어나는 소리의 청청한 잎
매미가 앉은 나무는 악기를 연주하는 나무가 된다. 그 나무 옆에 가면 깊은 산속의 산나물 냄새가 난다. 그 나무 옆에 가면 시골 초등학교의 꽃밭에 피는 해바라기 꽃이 무더기로 피어 웃는다. 그 나무 옆에 가면, 새 길이 열린 황톳길 옆에 다소곳이 도라지꽃이 피어 환하다.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거리에서 마음의 우체통을 열고 들려주는
매미의 녹색 연주
매미소리가 퍼지는 나무는,
매미 소리 한가운데에 선 도시는,
지금
녹색성장을 하는 중이다.
녹색의 잠
남진원
뒷산이 떡갈나무 색깔과 익모초 색깔을 섞었다
산과 들과 잘 어울리라고
초록색으로 칠해진 지붕
버스에서 내려 요양원 입구를 지나면 작은 개울 건너 산 밑에 큼직한 녹색의 고깔 모자를 쓰고 기다리는 양철 집, 내가 사는 집이다
밭둑에 줄지어 선 해바라기 노랑 색깔과
마구 피어있는 개망초 꽃들의 환한 웃음이 잘 어울려
매미 소리를 망아지처럼 풀어놓고
나를 반기고 있다.
밭일을 끝내고
자리에 누우니,
내 잠도 녹색의 빛깔이다.
녹색의 집
남진원
우리 집은 녹색의 집
나무와 숲과 친구가 되고 싶었거든
나지막하게 녹색 지붕을 한 우리 집은
숲속에 있는
요정들이 찾아오는 집이란다
밤이면 녹색 지붕에 별이 날아 내릴지도 몰라. 또 있어. 달이 내려앉아 놀다가 갈지도 모르거든.
아이 좋아라,
친구야, 너도 놀러 오렴.
지붕에 새가 지은 집도 볼 수 있고
수수한 메꽃이 피어 반겨줄 거야.
잠들면
너랑 나랑 실컷 예쁜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2021. 6. 25.)
녹색 지붕을 한 양철집
남진원
방터골 정류장에서 내리면 돌멩이도 꽃이 되어 웃는다 계곡에는 맑은 하늫이 내려앉고 큰 다리를 건널 때면 작은 음악회를 여는 물들의 너래에 절로 귀가 모아진다
한참을 걸어 올라오다가 두 그루 거대한 금강송 나무를 마주하고 걸음을 잠시 멈춘다. 여기서부터는 집에 다 온 듯 편안하다. 모두 내 집 같아 바다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걷는다.
금강소나무를 지나 낮은 어덕길을 오ㅗ르면 아, 멀리 개울 건넛산 밑에 정이 들대로 든 녹색의 집 한 채가 기다린다. 언제 봐도 믿음직하고 멋진 자태, 누가 세상을 다 가졌다고 말했나.
함부로 말하지 마라, 숲이 노래하는 녹색 지붕을 한 양철집이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자란다. 이곳에서 꿈을 꾸고 밥을 먹고 풀을 뽑고 시 농사를 짓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
이런 나를 보고 긍정주의와 낭만주의라 하는 자들, 그들은 고된 땀방울과 진실한 눈물을 흘려 봤는지 … ….
( 2021. 8. 31 )
錄音
남진원
길목 어귀 돌장승
멍한 채, 눈을 감고
돌 주름 그 사이로
흔들리는 세상 하나
나무는 명상 하다가
함께 넋 놓고 있어.
( 강호시조문학 2006. )
논두렁길
남진원
콩잎사귀를 뒤적이면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뒤를 메뚜기가 콩닥콩닥
나도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끼리 뛰어다니던
논두렁길
한 웅쿰
손 안에 쥐어지는 건
메뚜기와 잎사귀와 바람이 만들어내던
푸른 색 햇살이었어
고추잠자리 은빛 날개로
가을이
보슬보슬 내려앉고
맑은
하늘의 눈 때문에
저물도록 서 있는 허수아비
그 뒤에 또 누가 그렇게 서 있었다.
( 바다시낭송 카페 2008. 9. 10. )
논두렁길
남진원
콩잎사귀를 뒤적이면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뒤를 메뚜기가 콩닥콩닥
나도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끼리 뛰어다녔다
한웅쿰
손 안에 쥐어지는 건
메뚜기와 잎사귀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맑은 햇살이었다
고추잠자리 날개로
살금살금 내려앉는
파란 하늘 때문에
나는 동생과 저물도록 뛰어다녔다
( 2024. 5. 11. 남진원 제18시집 『어머니 물동이길』, 동우재 출판사.)
농부
남진원
쟁기가 어디 있나 연신 찾는 村夫지만
흙 속에 땀을 섞어 풀물에 맛들이니
農心은 천하지 대본 깊은 멋을 알 듯 해.
(2021. 5. 14)
농부의 노래
남진원
1.불씨
장작을 모아놓고 아궁이에 불 지른다
성냥 불 한 개비로 빛 가득한 불의 丹心
태초에 발걸음 한 분, 그 불씨를 바라본다
2.물씨
밭에다 물 대다가 가만 물을 만져본다
하늘의 농부께서 보낸 씨앗, 맑은 물씨
몇 생을 돌아왔구나, 無明 밭을 적신다
3.수확
無欲의 허공 땅에 괭이질 하다 보니
어디에도 어느 때도 물들지 않았구나
이 많은 꽃과 열매들 生死가 다, 福 대궁
( 2022년)
농사일 하다가
남진원
농사일 하다가 비가 오니 할 일이 없어 시를 쓰거나 책을 뒤적인다.
하늘은 비오고 천둥치고 번개를 보내며 바쁘나
나는 모처럼 한가하다
서책을 펼쳐 지난 위인들의 일상을 함께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새로운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짓는다.
굵은 나뭇잎과 지붕을 때리는 소리는 커서 심심하지 않고
멀리 거대한 안개 뭉치는 오랜만에 산을 휘감아 돌아간다. 마치 그리운 여인이 품에 안긴 것 같다.
방터골에 든지 5년째인데 이렇게 가뭄이 들기는 처음이다.
요상타 했더니 기어이 오늘 비를 내리는구나.
빗소리를 지긋이 듣고 앉아 바깥을 보니 萬象이 모두 부처가 된 듯하다.
농작물
남진원
작물에 거름을 주며
공을 들였다
시간이 흐른 뒤 …
풀만 무성하다
작물은 어디 있나, 찾아보니
풀 틈바구니에 끼어
가느다랗게 명줄만 붙어 있다
너무도 착해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 데도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농작물들아!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풀에게 모든 양분을
주었구나
다 주었구나
환자는 내 몰라라, 하며
자신들 이익만 앞세우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의료 선상님들과
저 여의도에서 쌈박질만 하는 의원 어른들
날마다 배워야 하지 않겠나!
( 2024. 7. 7 )
농촌의 아침
남진원
새벽 장닭 소리가
담장 밖을 타 넘어
온 마을
이집 저집 대문을 두드릴 때면
잠깬 나무들은
햇살을 받아
청청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래서 더욱 밝은 우리들은
저마다 갓 피어나는 아침햇살
한 다발 햇살을 휘감고
맑은 하늘 따라
가슴을 펴면
문득
고목나무 둥지 속에서 들려오는
콩죽 같은 새소리들
소모는 소리가 길게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다.
(1978. 5. 어린이새농민)
( 1992. 5. 6. 제7시집,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농촌의 아침
남진원
탱자빛 햇살들이;
빗물인냥 내리는데
새들은 옹기종기
푸르게 달려가고
산색은 덤불이 되어
찔레꽃으로 핀 아침
따뜻한 바람들이
넝쿨처럼 우거지고
물소린 아침 노래
마을마을 퍼져갈 때
달구지, 달구지들이
싣고 가는 산 그림자
만지면 뽀득뽀득
묻힐 듯 새떼 속에
햇살과 바람이 섞인
마을은 작은 함지
어느새 둥근 하늘이
파란 보자 씌운다.
( 1979. 8. 20. 물레방아 제2호)
농촌의 아침
남진원
좁쌀 같은 해싸라기들이;
막 흩어진다
처마 위엔 노랗게
햇물이 들고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짓 푸른 연기
잠시 뒤이어
강아지 한 마리가
부엌에서
아침을 물고 내달리면
나무들은
뽀끔뽀끔
새소리를 날려보내기 시작하고
학교에서는
꼬마둥이 코흘리개들을 불러 모으는
종소리가 한창이다.
( 1985. 10. 10. 『강원문학』, 12집. P. 176. )
누가 날 부르는가
남진원
맑게 갠 가을 하늘 코스모스 길
휘파람 불며 불며 걸어가며는
누가 날 부르는가 소리가 들려
고개 돌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하얗게 핀 코스모스 웃고만 있네
함박눈 소리 없이 내려오는 날
생각에 잠겨 잠겨 걸어가며는
누가 날 부르는가 소리가 들려
고개 돌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옷깃에 흰 눈송이만 자꾸 쌓이네
( 1990. 3. 1. 『솔바람』 2집 )
( 1992. 5. 6. 제7시집.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
누가 묻는다면
남진원
내 벗이 누구인가
혹시 물어 온다면
대답하리 내 벗은…
古今의 서책이요
내 집은 어디인가
또 누가 묻는다면
가리켜 보이리라
하늘과 땅, 천지가 내 집인 것을
그런 후, 새 장가 갔소?
이렇게 몹시 또 궁금해 묻는 여인이 있다면
내 仰天大笑 하고 나서,
말하리라
琪花瑤草가 다 - , 내 아낙이라고.
(2015. 10. 27)
( 「바다시낭송회 카페」2016. 10. 13 )
누구랑 친구할까
남진원
숲속에 가면 꽃들이 아는 척해.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음, 누구랑 친구할까?
음, 누구랑 이야기 할까?
꽃들이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 생긋
나는 꽃들을 내려다 보며
갸웃 갸웃
그래, 그래 나는 마음도 착해!
모두랑 친구해 줘야지.
꽃들이 방글방글
나도 나도 싱글벙글.
사색의 나뭇잎 …
풀을 잡초라 하여 화원에서는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하지만 산에 가 보세요. 풀을 아무도 쓸모 없다고 여기지 않아요. 풀은 귀중한 약초가 되고 우리는 풀꽃을 ‘야생화’라고 부른 답니다.
( 2012. 10. 13. 제11시집 『톨스토이태교동시』,처음주니어,)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누구의 몫일까
남진원
2024년이나 이어온 시간,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이지
기세등등하던 궈력가 재력가 지식인 비렁뱅이까지
한순간에 모두 흙이 되었지
생존에 허덕거리던 힘없는 사람들
풍파에 시달리고 욕망의 늪에 빠져
도박과 마약, 매춘, 절도, 방화, 살인, 전쟁까지 하였지만
한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지
그 자취는 문화와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기기도 하고 행간에 스며 자취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시대마다 낱낱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사람 사람들
모두 따지고 보면 먹고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광대들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지만
목숨을 위해
2024년이나 이어 온 사람들의 지금,,
,
끔찍한 환경오염, 변이 되어 나타나는 코로나 19, 여기에 더해 태어난지 3주도 안 된 신생아에게 울어댄다고 귀 비틀고 찢었다는 사건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 등의 사건 사고와 희대의 무차별 묻지 마 흉기 난동, 테러 공포의 현장. 너무 복잡해서 골이 깨질 것 같은 나날 속에 눈을 부릅뜨고 살아내야 하는 현재.
탕평책은
누구의 몫일까
(2024. 2. 2)
누구인가요
남진원
우리 엄마 품속은
웃음이 솟아니는
작은 샘입니다
엄마가
눈짓만 해도
아기는 금방 방글거립니다
누가
웃음이 솟는
엄마의 가슴을 주셨을까요
우리 엄마 손은
약손입니다
어디가 아픈가
만져만 봐도
아기는 금세 병이 낫지요
누가 누가
신비로운
엄마의 손을 주셨을까요
우리 엄마 등은
꿈밭입니다
아기를 업고
뜰에 나서면
어느새 새록새록
잠이 듭니다
누가 따뜻한
엄마의 등을
주셨을까요
엄마와 아기
아기와 엄마
세상에서 아름다운
그 이름을 주신 분은 누구인가요
그 사랑을 주신 분은 누구인가요.
( 1985. 8. 『새벗』)
( 1988. 8. 30. 제4시집<동시집>, 『풀잎과 코스모스에게 』)
(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누굴까 누구일까
남진원
여름이 왔다면서 먼저 기뻐 알리는 게
누굴까 누구일까, 호박꽃잎 이로구나
황금빛 나팔을 꺼내 막무가내 연주한다
누더기 몇 벌
남진원
가난한 삶이라도 내게는 귀한 날들
누더기 몇 벌에다 산집 살이 평온하니
일상이 족해서일까 나날 나날 좋은 날
(2020. 6. 13.)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2022. 시조문학 좋은 작품집 상 수상 대표 작품
(‘개구리 우는 밤, 누더기 몇 벌, 호수에 물들다, 홍시’)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태원, 2023. 5)
누더기 몇 벌
남진원
가난한
삶이라도
내게는 모두 귀한 날들
누더기 몇 벌에다
貧家에
살지만
일상이
족해서이지
나날 나날
좋은 날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눈
남진원
눈이 내리면 때맞춰 장작을 태운다
마른 장작 더미에서
불꽃이 튀면
좀 더 부푼 눈이 내리고
길에선 나무들은 잠에 취한다
장작이 타면서 그 냄새에
눈도 취한다
아름다운 것들을 꿈꾸게 하는
눈들의 축제
마을 길이 사라지면서
내 마음에
하얀 새 길이 난다.
( 2025. 4. 7. * 나의 삶 나의 문학, 남진원문학전집 2권 ‘옥천동 우거에서’ 수록 ])
눈
남진원
눈이 내린다
들과 산
비워진 나무들 위로 …
미련을
내려놓으니
내 마음도
눈처럼
하얀
맛이 난다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눈
남진원
눈이 내린다
산과 들
하얀
고요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2023. 5 )
눈
남진원
하늘엔 기쁨이
하도 많아서
땅까지 속속들이
흘러 넘친다
하늘엔 사랑이
하도 많아서
땅까지 속속들이
내려주신다
(1980. 8. 20. 물레방아 제5호)
눈
남진원
한밤에 포실포실
눈이 내린다
모두가 들을까 봐
조용히
조용히
나무들이 깰까 봐
가만히
가만히
나뭇가지마다
꽃망울 단다
하얀 꽃망울을
그리고는
온 산
온 마을
소롯이 안겨
포근포근 아기처럼
눈은
꿈을 꾼다.
( 1980. 8. 20. 물레방아 제5호 )
눈
남진원
줄이 끊어진 것이다.
아니
매듭이 한꺼번에 풀린 것이다.
세상만사 쯤 한번
마음 밖에다 훌쩍 던져놓고
푸짐하게 쌓이는
눈이나 보라 한다.
하기사
봄부터 가을까지
어디 넉살좋게 늘어진 잠이나
제대로 자 봤던가.
삶의 질긴 고삐를
오늘 만이라도 풀어 놓고
그저 푸근하게
잠자듯 눈이라 보라 한다.
꿈꾸듯 눈이라 보라 한다.
( 1987. 10. 1. 제3시집 『넘치는 목숨으로 와서』 )
눈
남진원
야들아
하늘의
층계를
밟으며
천상의
주인이
오신다.
( 1987. 10. 1. 제3시집 『넘치는 목숨으로 와서』 )
눈(眼)
남진원
맑은
샘이다
어느 날은
풀벌레 소리다
고요한 음악처럼
사랑이 고여
마주 하면
내게마저
번지는 평화로움
이런 눈을 가진 너랑
어깨동무하고 살고 싶다
얘야.
( 1989년 7월호 『아동문학』 ‘이달의 동시 특집’ )
눈
남진원
눈이 내린다.
산과 들
홀로 가벼워진 나무들 위로도…
일체 무소유 그 길마저 덮으며 하얗게 어리석어진다
눈
남진원
눈이 내린다.
산과 들 …
가벼워진 나무들 위로도 …
끝내 길마저 지운다
나도
눈을 맞는다.
사물도 나도, 하얗게 지워졌다.
( 한울림문학 11집. 2011.12월)
( 「남진원의 문학 일생사 」수록. 2018.1.28.)
( 2020. 9. 7. 수정)
눈
남진원
눈이 오면
큰 선물처럼
반가웠지만
왜
이다태졌나
요즘은 폭설이
교통대란, 시설물 파괴, 농작물 피해
편리함을 뒤쫓다가
쫓기듯 달려가야 하는
전자 기술 문명 시대에는
눈도,
하얀 눈도
마음놓고 기다리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낭만과 꿈의 반갑던 눈이
원하지 않은 선물이 되었다니 …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2023. 5 )
눈감기 연습
남진원
만화방 오락실
가기
좀처럼
눈 감게 되지 않아요
밀린 숙제 앞에 둔 채
텔레비전 보기
좀처럼
눈감게 되지 않아요
어쩌면
좋아
딱, 눈 감으면 된다고
하시던 말씀
말씀마저 삼키며
하루 한 번 씩
자면서도 잠속에
꼭꼭 한 번 씩
눈 감아
눈 감아 봅니다.
( 1989년 7월호 『아동문학』, ‘이달의 동시 특선’ . 2024. 3. 6. 내용 대폭 수정)
눈과 잉크 물
남진원
눈 오는 밤이면
꿈 하나에 말 하나 씩 매달고
눈을 맞았다. 사랑이었다.
그 날,
외투에 날아들던
회색빛 바람소리
그대 숨결.
내 사랑은
검정 잉크 물이다
이렇게 눈이 올 듯한 밤
이렇게 눈이 오는 밤
차창을 스치는 나무처럼
스며드는 기쁨이여
밤 12시
기적 소리 속에
눈물 이별 고독의
긴 입맞춤
눈오는 밤이면
내 사랑은 지금도
검정 잉크 물이다.
(2003. 12. 13. 제3회 바다시낭송집)
눈 길
남진원
간밤에 잠 안 자고
눈이 내려
은 세상이 되었다
오늘은
엄마 따라
할머니댁에 가는 길
사푼사푼
눈을 밟고 가라고
지금도 눈이 내리고
우리 소라
눈길을 걸어가니
겨울 요정이네
털모자와 외투와 작은 구두가
눈속에 춤추듯
걸어가지
고운 웃음을
발자국에 찍으며
요만큼 엄마가 뒤따라 걷고
그 옆에 내가 걸어가고
우리 세 식구
눈 사람 되어
하얀 세상에 나왔구나.
( 1988. 8. 30. 제4시집<동시집>, 『풀잎과 코스모스에게 』)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눈길
남진원
눈에 덮인 길을 걷는다
아스팔트 검은 길만 걷다가
하얀 눈길 위에 서니,
환해지는
마음
한 발 한 발
걸어가다가 보니
내가 신선이 되었구나.
( 2024. 2. 6.)
눈길
남진원
눈길이 새하얘서 내 맘은 눈부셔라
세상이 너무 고와 걷기가 미안하다
동생과 손잡고 걷는 한 걸은 한 걸음
눈 꽃잎
남진원
아침부터 눈이 날린다
생일을 축복하기 위해 아내가 눈으로 꽃잎을 날린다
전 같으면 미역국 끓여 같이 아침을 먹었을 텐데
미안한 가 보다 2009년 11월 2일 아침, 병원에서 전화로 눈 소식 전할 때와는 달리
오늘은 직접 손에 눈꽃잎 들고 흩뿌린다
하얀 눈꽃잎으로 축하의 메세지를 보낸다
신혼 때처럼 개굿하다
( *개굿하다:개구장이같다 )
( 2013. 05. 시집 [하늘에 기댄 아내], 태원 )
눈 날리는 날
남진원
산간에서라도 제멋에 겨워 흩날리는 눈 보기가 쉽던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정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외로움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하염없이…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2023. 5 )
눈 내리는 나라에서
남진원
차가울수록
빛나는
백금 갑옷
어디에서고
당신의 영혼은
희다
그대 꿈꾸는
여기
雪國의 땅
하고 싶은 말을
겨울나무에
꾹꾹 눌러 붙이는
이
쓸쓸한 악수
( 1991. 10. 30. 아라리문학 10집)
눈 내리는 날
남진원
방터골 방안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눈이 오는 게 아니다
이리저리 천천히 …
멋대로라는 말이 실감나듯
내린다
눈이 참 평화롭다
눈이 평화로운데, 내가 한없이 평화로운 것도 평생 처음이다
( 2024. 3. 7.)
( 2024. 5. 11. 남진원 제18시집 『어머니 물동이길』, 동우재 )
눈 내리는 날
남진원
오랜만에
철없이 눈이 내린다
멋대로 날리니
싫지 않다
마음에 설렘이 식었는데도
조금은 들뜬다
겨울 지붕이 하얀 젓가락 같은
고드름을 만들 즈음
방안에 데워놓은
찻물처럼
고요함이
따뜻해졌다.
눈 내리는 날
남진원
흩날리는 흰 눈발은 그리움의 하늘 음악
누가 듣는 가락인가 휘몰이로 내려온다
볼수록 아득해지니 석 잔 술에 취했네
둥기둥 거문고 소리 마음으로 듣는 오후
어질도록 맑은 음표 세상 고뇌 다 덮어라
그리고 우리네 옹이, 희디희게 감싸게나
( 2019. 12. 31. 남진원 산문집 ,
『달빛에 싼 청산 한 채』‘아내의 긴 여행’ 중에서. )
눈내린 마을을 지날 때면
남진원
승용차 안에서
눈 내린 마을을 지날 때면
그냥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원 보이는 정도가 아니다
비올 때나 바람 불 때면
못 느끼던 감정이다
비올때나 바람 불 때엔
전혀
궁금하지 않던 집들이,
눈을 이쁘게 이고 ㅇᄂᆞᆽ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찾아가서 보고 깊다
어단 이들이 살고 있을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모든 게 궁금해진다
눈 내린 마을을 지날 때면
무작정
눈 덮인 집들을 방문해 보고 싶다
( 2025년 2월 초, 국립번역문학원 탐방 차, 서을을 갈 때, 평창 눈 온 마을을 지나며..... )
첫눈 내리는 날
남진원
함박눈 나풀나풀 첫 눈 날리는 날은
마냥 마냥 즐거움에 길을 걸어요
살며시 팔을 끼고 함께 걷던 사람
꿈꾸듯 꿈을 꾸듯 행복했던 날
좋아라 그날 다시 생각하면서
추억의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함박눈 나풀나풀 내리는 날은
마냥 마냥 기쁨에 길을 걸어요
마주 보며 팔을 끼고 함께 걷던 사람
발자국 세며 세며 행복했던 날
촣아라 그 날 다시 떠올리면서
그리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 2021. 5. 16. 강원문협 카페 ‘가요방’ )
눈내리는 밤
남진원
눈 내린 밤은 하얗다.
흙이 추울까 봐
하늘이 눈 이불 덮어주었다.
나무도 하얗고
집도 하얗고
흙의 마음도 하얄 것 같았다.
눈을 보다가보다가 …
잠들면 내 꿈도
새하얄 것 같았다.
흙이 이제야 포근한 잠이 든 것 같았다.
(강원아동문학43집. 2018년)
눈 내리는 밤
남진원
일찍이 혼돈의 춤 저렇게 신명났나
거문고 음률 같은 눈발이 내리는데
덩달아 가벼워진다 그늘지던 내 아픔
오늘은 이별마저 맛들어 그리워지니
벗이여 한 시진만 망연자실 몰입해 보세
슬픔도 함께 앉으니 풍요로운 賓客이네
아득히 휘날리며 길을 모두 지워라
하늘 속내 몰라도 눈이 내려 좋은 이 밤
따끈한 술 한 잔으로 삶은 이리 데워지니…
(2020. 전자책시조집, 『꽃물 들어 아픈 날』, 한국문학방송)
( 시집『무소유의 냄새』속의 시조집 「나를 놓다」,2016.)
( 2013. 시집, <하늘에 기댄 아내>, [별전시], 태원 )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 시집속의 시조집 「나를 놓다」
눈 내리는 밤
남진원
눈이 내립니다
이런 밤은
밤이 아름답습니다‘
눈이 내립니다
이런 밤은
밤이 평화롭습니다
고요하
나도 아름다워집니다
기상이변으로 눈 오자 않는 밤에도
나는 눈내리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면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밤 깊도록
소리 없이 눈이 내립니다
조용히 눈 내리는 이 모습보다
더 신비로운 시는 없습니다
이런 밤엔
눈을 맞으며 그리운 사람이
올 것 같은
생각을 하게 하니까요
그렇기에, 나는
가장 큰 하늘의 선물을 받는 밤입니다
눈내리는 밤
눈내리는 밤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너무 좋아서
속수무책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너무 그윽해서 독한 약에 취한 듯
은밀히 들떠 있습니다.
(2022. 1. 9)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2023. 5 )
눈 내리는 밤
남진원
방터골에 눈이 오면 고향집이 다가온다
하얀 나무 하얀 집들 모두가 순백의 나라
이런 날 잠들 수 없어 꿈만 꿨지, 하얀 꿈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눈 내리는 밤
남진원
눈 내리는 밤은 하얗다
나무도 하얗고
집도 하얗고
잠 못드는 내 마음도 하얗고
눈을 보다가 보다가
잠들면 내 꿈도
새하얄 것 같다.
( 시집, 『할머니의 등잔불』<2009>, , 남진원문학전집 6권<2025.5.> 수록 )
눈 내리는 산골의 밤
남진원
1.
부엉이 소리가 멀어지더니
하얀
눈이 옵니다.
살그머니 옵니다.
산속이라 살그머니 살그머니 옵니다.
눈오는 마을은
얌전합니다.
모두 다 눈이와서
얌전합니다.
하얀 나라 만드는
함박눈이 고마워서
산골의 밤은 산골의 밤은
동화속처럼
예쁜 잠이 듭니다.
2.
부엉이 소리가 멀어지더니
하얀
눈이 옵니다.
사쁜이 사쁜이 옵니다.
산속이라 사쁜이 사쁜이 옵니다.
눈오는 마을은
꿈을 꿉니다.
모두 다 눈이와서
꿈을 꿉니다.
하얀 나라 만드는
함박눈이 예뻐서
산골의 밤은 산골의 밤은
동화 속처럼
깊은 꿈을 꿉니다.
(2018. 2. 18.)
눈 내리던 날
남진원
파견 대장 따님들은 모두가 빼어났지
그 중에 셋째 딸은 이름도 고운 영희
하이얀 칼라의 소녀, 눈을 함께 맞았지.
눈 내린 아침
남진원
간밤에 눈 내린 위로 해가 비치니
천지가 순간에 밝아졌다.
소나무와 숲들이 청정하고
산이 禪定에 들었다.
물소리는 하얀 목탁이다.
눈 내린 후
남진원
오랜만에
눈 내린 후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
발걸음에
기쁨이 묻어난다
봄의 문턱에서, 모두 들
하늘로부터 선물 받은 눈, 눈, 눈 …
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보기만 해도
이렇게 즐겁다
저 젊은이들은 자신의 발걸음이
축복받은 걸음인 줄을
알고 있을까.
( 2025. 3. 3 )
**
2월 28일 시내로 짐을 옮겼다. 강릉 시내는 오랫동안 비도 눈도 오지 않았는데, 지난밤에 눈이 내렸다. 瑞雪이다. 젊은이들이 눈길을 걸어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눈 녹는 초가집의 낙숫물 소리
남진원
초가집 낙숫물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디선가, 봄이 오는 낭랑한 음악 같아서
꿈꾸듯 마냥 행복해지는 마음
꺼칠한 세상살이에서
따뜻이 만나는
오래도록 사귄 친구의 목소리 같은
늦은 겨울 듣던,
눈 녹는 초가집의
낙숫물 소리
어느새 이 시대는
우주의 땅으로 떠나버린
친구의 적막한 소식처럼
아득한 전설이 되었지만
아름다운 낙숫물 소리
잠들었던 작은 우주를 깨우는 낙숫물 소리
오래된 녹음기를 찾아 다시 틀 듯이
고독한 산업화 시대의 한쪽을 열고
추억의 물방울 노래인 너를 찾아내어
고요히 고요히 마음의 귀를 기울인다
( 2025. 12. 11.)
눈물
남진원
슬픔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감동 깊은 일 앞에서도
먼저
눈물이 난다
아니, 마구 흘러내리기도 한다
슬픔을 함께 하는
친구,
눈물이다
기쁨에 대해 함께 감동하는 친구 역시,
눈물이다
투명함으로
우리네 가슴 속 깊은 곳에 스며있다가
맑은 영혼이 되는
그 이름,
눈물
아름답다고 하지 않으랴.
( 2024. 3. 12.)
눈물
남진원
진정성 깃든 슬픔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감동 깊은 일 앞에서도
말보다 먼저
눈물이 난다
아니, 마구 흘러내리기도 한다
’복희 누나‘ 같은 드라마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렸다
슬픔을 함께 하는
친구,
눈물이다
기쁨에 대해 함께 감동하는 친구,
눈물이다
투명함으로
우리네 가슴 속 깊은 곳에 스며있다가
맑은 영혼이 되는
그 이름,
눈물
( 2024. 3. 12.)
눈물
남진원
길을 가다가도
볼에 번지는 눈물
이건 아내의 음성이야
이건 아내의 손길이야
눈물 안에서
조용히 다시 만나는 아내
( 2013. 시집, <하늘에 기댄 아내>, 태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