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배우기 / 유수양
퇴근길 즐겨듣는 음악 프로그램을 찾아 라디오를 켠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업무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퇴근 후 해야 일을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을 가져본다. 국적과 장르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세계의 다양한 음악에는 귀에 익숙한 곡도 있고 ‘아름다운 이 곡의 제목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주는 것도 있다. 들려주는 두세 곡 앞뒤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설명과 차분하고 부드러운 진행자의 목소리도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좋은 음악들을 모아 놓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예스24에 들어가 보니 CD 음반으로도 출시가 되어 몇몇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더니 받는 분 모두 만족하였다.
나이와 귀천을 떠나 음악과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설득이나 위협적인 문구 대신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었더니 점차 무단 투기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구나 꽃을 보면 환한 미소를 짓고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듯 음악도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잠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음악도 궁중음악부터 일터의 노동요까지 예법과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남편은 매주 월요일 저녁 가요무대를 꼭 챙겨서 본다. 나이 든 사람처럼 옛 노래 프로그램을 뭘 그렇게 보느냐고 타박하면서도 어떤 때에는 나도 모르게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게 된다.
‘즐겨 부르는 익숙한 노래에 악기를 덧붙인다면 더 매력적이겠지’라고 생각하던 중 작년 여름 교감 선생님 대상 연수에서 트래킹 강사 분이 하모니카와 우쿨렐레 연주로 강의를 시작한 모습을 보았다. 연수생 모두 신이 나 따라 부르기도 하고 강의 몰입도 또한 높았다. 그 강연을 들으며 나도 산에 갈 때 가방에 가볍게 넣어갈 수 있는 악기를 배워 함께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가방에 가지고 갈 수 있는 악기로 오카리나가 적절할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오카리나 연주를 인상 깊게 들은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7월 26~27일 대구에서 한국중등여교장회 전국연수가 개최되었는데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다양한 공연 중에 오카리나 연주가 있었다. 대구인터불고 호텔 회의실 전면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고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맞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부는 연주자의 가늘고 높고 현란한 오카리나 소리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빠른 손가락 움직임, 음악을 받아들이는 몸동작 하나하나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안에 쏙 들어가는 조그마한 도자기 악기에서 저토록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화려한 운지법으로 난이도 높은 클래식 곡까지 폭넓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도전의 열정이 사그라지기 전에 소개를 받아 기본형인 오카리나 알토C를 구입하였다. 악기를 소개해 준 사람에게 도레미 소리 내는 법과 두 번째 만나서는 조표가 붙은 운지를 배웠다. 오카리나는 올림표(#)가 붙은 곡은 모두 내림표(b)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점심 후 쉬는 시간 동안 차 안이 연습 공간이다. 동요에서 가요까지 다장조로 된 쉬운 곡들을 불러보고 내림표가 붙은 곡도 시도해 본다. 아직은 소리도 엉성하고 이렇게 부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지금부터 시작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퇴직 후에도 나와 함께할 멋진 친구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