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서미영
올해도 언덕길 한쪽에 허리를 길게 세우고
해바라기 두 대가 나란히 얼굴을 들고 서 있다
같이 자랐을 텐데 하나는 한 걸음 떨어져서
한치 작은 어깨를 세우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텃밭을 일궈놓은 한쪽에 울타리를 세우듯
쑥쑥 찔러놓은 발가락끝이 내 발 인양 간지럽다
배추 거름을 뿌려놓은 자리에 발을 걸쳤을까
뚝뚝해진 꽃대는 거센 바람도 밀어내고 섰더라
손을 뻗어 그 도톰한 얼굴을 흔들고 싶었지만
내 키도 작고 고놈의 성질도 만만치 않겠더라
연둣빛 꽃대에 검버섯이 가지를 틀어잡더니
오늘 아침 길에는 고개를 푹 떨구고 서 있더라
발걸음을 고놈 곁에 한 걸음 다가가 걸어갔다
누구도 눈치 못 채게 솜털 깔아진 잎사귀 위에
내 손바닥을 겹쳐 얹고 내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애틋한 내 마음을 챙겨서 숙여진 너를 안는다
너의 한세상이 저 태양을 품고 온몸을 태웠을까
노랑꽃이 바스러지고 까만 열매를 꽃처럼 채워
가을 햇살에 널고 하얗게 연모의 정을 뿌렸을까
저녁 해가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울며 지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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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 서미영
서미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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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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