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재수합니다
곧있으면 정시결과가 나오는데 붙을거라는 기대는 안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은것이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36기 대부분이 그러겠지만 상산에서의 3년, 아쉬운점도 많지만 제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것들은 있죠 ...
하지만 그걸 몰랐다고 그때의 절 탓하거나 못나게 봐서는 안된다는거 알아요
그건 최선을 다한 저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수고했다고 저 자신에게, 그리고 최선을 다한 36기 동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아니, 수고했다는 얘기를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걸지도 몰라요
사실 요즘들어 많이 혼란스러워요 과연 내가 3년 동안 바라보고 달려왔던게 맞는길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것인지 제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워요
살면서 실패라는걸 경험해보지 못했던 저에게 상산고는 실패를 경험하게 해주었죠
동성친구든 이성친구든 대학이든 제가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가 절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제가 아등바등
공부했다고 대학이 절 떡하니 붙여주는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19년, 길다고보면 길고 짧다고보면 짧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거에요
지금 내가 인생이 다 끝난것처럼 힘들어하는 이 상황이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별거 아니게 느껴질거라는것
지금 플러스로 보이는것이 나중엔 마이너스일수도 지금 마이너스인게 나중엔 플러스가 될수도 있다는것
끝날때까지는 정말 끝난게 아니라는 것
앞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안되는 좋은 사람들의 존재 저는 지금 그걸 믿어보려고요
대숲, 오랜만이에요!
6교시 원서영역 결과 기다리는 36기에요.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신세한탄 할거니, 그냥 졸업 축하한다고만 해주세요,,
3년 전, 입학설명회에서 상산고를 처음 접하고 진학을 결심했어요. 당시에는 학원 도움없이 혼자 상산고를 합격해서,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았죠.
... 1학년 1학기는 정말 재미있게 보냈어요. 3월 모의고사를 보고 충격받은 것도 잠깐, 게임을 안해서 피씨방만 안갔지 정말 미친듯이 놀았어요. 전교에서 정말 제일 잘 놀았어요.
하지만 4월 중간고사 성적, 6월 모의고사 성적, 7월 기말고사 성적을 받으며 자존감이 점점 뚝뚝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에 병적으로 완벽하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이게이게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1학년 2학기부터 제 상산라이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어요. 원래 친했던 친구들과도, 혼자서 '쟤들이 날 싫어하는거 아닌가...?', '나같은 애가 저런 애들이랑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거리를 두고, 장난으로 '너 싫다' 했던 말들이 하나하나 상처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고민을 가슴 속에 꽁꽁 싸메고 혼자 아파하는 성격이라, 누구한테 표현하는게 되게 서툴러요. 그런 과정에서 계속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게 되고, 점점 이상한 애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제일 후회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1학년 2학기 때는 혼자 상처받은 기억 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어요.
2학년은 행복했어요. 뭐,,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요. 1학년 때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버려지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죠.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과 불안감 때문이었을까요, 다른 친구들처럼 그렇게 재미있는 편도 아니고, 끼가 있는 편도 아니기에 존재감을 유지할라고 무의식적으로도 내가 가진 것을 강조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런 부분들이 친구들이 불편했었던 것 같고요.
그래도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절대로 말도 걸어볼 수 없을거라 생각하던 친구랑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고, 어쩌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는 상산고에 대한 제 평이, 2학년 친구들 덕분인 것 같아요. 셋 다 어느 한 곳이 나사 풀린 것 같은 애들이지만, 정말 좋은 또라이들이에요. 그 외에도 큰 힘이 된 친구들이 많았고요.
그리고 추가로, 상산이란 곳을 접해본 사람은 정말 뼈져리게 알겠지만, 절대로 소문을 맹신해서도 안되고, 소문으로 그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돼요. 앞으로 사회에서도 이 점은 정말 철저하게 지킬거에요. 왜냐하면, 얘기하자면 복잡하지만, 저도 모르는 틀려먹은 소문으로 큰 피해를 봤고, 이미지(?)만 더 나빠지는둥 별로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에요.
모르겠어요,, 그냥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내가 잘못했고, 다 나 때문인 것 같은 기분은 아직도 여전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특히 누구한테는 정말 미안해요. 마지막까지 서운해서 마음에도 없는 싫은 소리를 했어요. 내 글을 쓰는 스타일을 안다고 했던 누구, 2학년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누구는, 3학년들 없으니 다시 연락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먼저 연락할 자신이 없네요.
3학년 때가 제일 힘들었죠.
이미 망가져버릴만큼 망가져버렸고, 또 정시밖에 답이 없는 대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냥 '왜 이렇게 됐지' 하는 후회만 가득했던 힘들었던 1년이에요. 후회, 후회, 또 후회, 늦어버렸지만 또 후회, 그게 다에요. 아, 졸업은 해서 다행이다, 요 정도?
수능 끝나고 했던 생각은, 지난 3년 간 있었던 일련의 일들과 잘못된 대입 정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괜히 학교나 선생님들한테 향했던 것은 아니었나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있어요. 올해 솔직히 '학교가 3년 중에서 제일 해준 것 없다'는 입장과 '개인적인 일로 학교가 내게 잘못했다'는 입장은 객관적으로 사실이라 생각하지만, 심리적인 요인과 상황적인 요인이 그러한 것들을 더 악화시켰던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산고를 선택했을지... 아리까리하네요.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신세한탄 하는 글이니, 그냥 졸업 축하한다고만 부탁드렸어요,, 당사자나 주변인들은 읽으면 누군지 알 수도 있겠지만, 누군지 예상되도 뭐... 물어봐도 난 아니라고 할거에요.
정말 고마운 친구들, 정말 섭섭한 친구들 많아요.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원인은 제 자신이라 생각하고, 상산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6교시 불합격 각이지만) 대학 가서는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볼라고요. 친한 친구들 제외하고, 나중에 36기 친구들을 웃으며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난다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확언할게요.
36기 졸업 축하하고요, 재수를 하든 대학을 가든 어디에서 분명히 또 만나겠죠? 하..ㅋㅋ
아무튼, 그래도 상산라이프는 여기서 끝인가봐요.
36기 모두들 정말 수고 많았고, 함께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