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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대화
- 2019. 05. 22. 대화의 원리 수업
박민우 / 광동고 1학년 2반 minu8935@naver.com
수형평가가 쌓일 대로 쌓인 요즈음, 어제도 새벽 2시까지 국어 서평쓰기 수행평가를 하다가 잠들었다. 주말에는 동국대 걷기대회에 다녀왔던 차라 몸이 마치 좀비처럼 기운이 없었고 비를 쫄딱 맞아 몸살기운도 있었던 최악의 날이었다. 결국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방전상태가 되버려서 조회시간부터 블랙아웃이 돼 버렸다. 또, 비가 온 탓에 날씨가 전보다 추워져서 체육복을 걸치며 나의 나약한 육체를 다스렸다. 하지만 서평과 같이 많은 수행평가가 쌓여있고 내신과 모의고사 준비도 해야 하는 부담감에 머리가 복잡할 때쯤 1교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상큼한 목소리가 우리 반에 울려 퍼졌다.
“안녕!”
내가 광동고등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권향연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내가 권향연 선생님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교과서와 진도에 맞추어져 있는 수업이 아닌 정말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를 알고 계시고 이에 대한 사명감이 느껴지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또, 여러 가지 책들과 사회적 이슈들을 듣는 것이 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국어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하여튼, 나는 졸음과의 싸움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랄한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권향연 선생님께서 갑자기 “7번 손들어~” 라고 말하셔서 딱 손들었는데 그것이 내가 잊고 살았던 수업일지인줄은 상상도 못했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메모장을 찾던 중 내 뒷자리에 있는 우리 반 부반장인 박상혁에게 포스트잇을 빌렸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당시 나의 힘든 상태와 기분을 모두 적어 내려갔다. 거의 다 써내려갈 때 즈음 선생님의 독특한 복습 방식인 아이들을 무작위로 일으켜 세워 질문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전부터 이 수업방식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전 시간에 배웠던 것을 복습하는 것이 아닌 한 단원의 시작부터 선생님께서 질문을 해주시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활동적이고 효율적인 복습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복습시간이 끝난 후 대화의 원리 이론의 순서 교대의 원리와 협력의 원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과서에는 글이 그림과 함께 있어 선생님께서는 그림의 여자를 박상혁에게 시키셨다. 박상혁의 센스 있는 톤 덕분에 수업 분위기도 살아나고 나도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한편, 순서교대의 원리와 협력의 원리는 개념이 워낙에 쉬워서 나는 그냥 훑고 지나가려던 차 선생님의 인생강의가 시작되었다.
“순서 교대의 원리와 협력의 원리는 가만 보면 아주 기본적이고 쉽게 느껴지는 것들이에요. 그렇죠?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는 이렇게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지키지 못해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무례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 그래서 나도 혹시 이러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해 왔을까봐 조금은 두려웠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태임 – 예원 막말 논란’을 예로 드시면서 설명해주셨다. 워낙에 큰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었기에 쉽게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선생님은 어떠한 사례를 말씀해주실 때에 이야기 전달력이 대단하시다. 선생님께서 연기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술술 말씀해주시는 건데 언제나 선생님의 웅변능력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마지막으로 배운 부분은 대화의 원리 중 공손성의 원리의 다섯 가지 격률들에 대해 배웠다. 요령의 격률, 동의의 격률…. ‘격률’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미지에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막상 내용은 상식적인 것들이어서 내 부담도 조금 덜어졌다. 또한, 우리 반 친구들이 상황 극을 함으로써 더 편하게 이 개념들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평소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것들을 이론적으로 배우려니 새롭고 신비한 느낌이 있었다. 암기를 해야 하는 분량이 꽤 있었지만 국어의 이론치고 내용이 간단하다보니 부담을 갖지 않고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선생님의 인생강의를 듣다보니 50분도 훌쩍 지나갔다. 오늘 느낀 모든 것들을 포스트잇에 모두 적고 선생님의 강의를 더 들으려던 순간 “2분이나 남았네? 2분 동안 푹 쉬세요, 여러분!” 이라고 소리치시며 수업을 마치셨다. 그리고 종이 치자 교과서와 컵을 챙기시며 선생님의 발랄한 목소리로 “안녕!” 이라고 하시며 교실 밖을 나가셨다.
오늘의 수업은 지금까지 나의 언행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배웠던 순서 교대의 원리와 협력의 원리를 보면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여겨지며 교육받아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이렇게 상식적인 것을 지키지 못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이를 빌미로 사회적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비정상인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당연한 것들이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이 사회 속에서 오늘 배운 순서 교대의 원리, 협력의 원리, 공손성의 원리 등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실천해보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