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겪은 두 가지 유인 우주선 사건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최초의 인간 달 착륙으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벌어진 1970년의 아폴로 13호 사고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아폴로 13호가 미션 수행 개시 후 이틀째에 시속 2000마일로 우주를 비행하던 중 우주선의 1차 산소탱크가 폭발하였다. 이로 인하여 두 명이 겨우 이틀을 쓸 수 있는 자원이 남게 되었는데 이를 세 명이 나흘 동안 써야만 그들은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때문에 NASA는 이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되었다. 이때 NASA의 위기 관리 책임자는 발사 전에 행해진 위기 타개 훈련을 바탕으로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하여 그 방법을 찾아내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마침내 방안을 찾아내어 아폴로 13호를 무사히 지구로 귀한하게 하였다. 참으로 영웅적인 업무 수행이었다.
반면, 2003년 2월 임무 수행을 마친 후 대기권으로 재돌입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이는 컬럼비아호가 이륙할 때에 단열재 한 조각이 우주선 외부의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NASA의 책임자는 이에 관한 보고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도 단열재가 떨어져 나간 적이 있었으나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으니 이 사건 역시 단순 정비 문제라고 일축하였다. 그렇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떨어져 나간 단열재 조각이 지금까지의 것들 중 가장 컸다며, 다른 궤도의 인공위성을 통하여 구멍 난 날개에 대한 추가적인 사진 촬영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우주선 승무원들의 우주 유영을 통하여 손상을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귀환 전 수리를 하도록 2차로 다시 요청하였다. 그러나 NASA의 책임자는 관련 전문가들의 이러한 건의마저 무시하였다. 결과는 끔찍한 비극으로 끝이 났다.
이 두 사건을 연구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이 두 사건에서 관련 조직은 각각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전자는 실험실과 같은 모델로 마치 연구개발센터처럼 매일 모든 사건을 새로운 정보로 평가하고 논의하며 운영되었고, 후자는 표준화된 모델을 따른 것으로 기계적으로 일상 업무가 처리되고 체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아폴로 13호의 위기 극복은 NASA가 아직 전자의 실험적이고 탐험적인 체계로 운영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을 때 일어났고, 컬럼비아호 사고는 NASA가 후자의 유형으로 운영되는 문화에 빠진 다음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컬럼비아호 사고 당시 NASA는 우주왕복선을, 다시 쓸 수 있으며 쉽게 착륙하는 747여객기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우주 여행은 기술 혁신이나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매우 실험적인 시도이기 때문에 항상 실험적인 자세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우주 비행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험이고 새로운 자료의 근원이며, 과거 연습한 틀에 따라 반복 적용될 수 있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NASA가 원래의 탐험 정신을 유지하였더라면 단열재 유실에 의한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고, 컬럼비아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조직에 비판적 생각이 존재하지 않고 집단 순응적인 생각만이 팽배하게 될 때, 그 조직은 엄청난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비판적인 되짚어보기, 그리고 실험적 문제 해결 정신으로 임해야 우리는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