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되는 덕담(德談)
손 원
연초가 되면 많은 덕담이 오간다. 새해의 안녕과 소망을 담은 덕담이다. 누군가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 있는 보물"이라고 했다. 덕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멀리 있는 분에게 집 전화나 연하장을 보내고, 가까이 계시는 어른에게는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다. 덕담은 해서 좋고 들어서 좋다. 뿐만아니라 예의와 품위가 담긴 덕담은 긴 여운으로 마음 한켠에 남기도 한다.
새해에는 덕담으로 말 습관을 고쳐보면 어떨까? 말버릇을 고치면 운명이 바뀌고,
말투까지 바꾸면 효과가 배가 된다고 했다. 죽는소리를 자주 하면 죽을 일만 생긴다. 그것이 말의 신통력이다. 덕담과 좋은 말버릇은 습관이다. 성공은 습관이다(Success is a habit)라고 할 만큼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어 가지만, 나중에는 그 습관이 우리를 만들어간다. 엊그제 두 돌배기 손자 녀석을 데리고 동네 산책하러 나갔다. 그런데 대견스러운 행동을 했다. 지나치면서 자신에게 눈길 주는 사람을 알아보고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구부리며 인사를 하지 않은가. 애써 가르치고 시킨 적이 없는데도 그러니 신통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주마다 제 엄마가 데려갈 적에 할아버지께 인사하도록 한 것이 습관이 된 듯 하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몸에 밴 습관은 늙어서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어릴 때의 좋은 습관은 평생 간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세 살 이전에 90% 이상 완성된다고 하니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평생 큰 도움이 됨이 분명하다. 언어습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학습된 언어는 한평생 언어 구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성품까지 좌우하게 된다. 습관, 성품은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품은 좋은 습관들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들이 쌓여 성품이 바뀌고, 비로소 운명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해외여행 붐이 일고 있다. 다른 나라를 가 보면 많이 느끼게 된다. 충분히 해외여행을 즐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래도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우리나라라고 한다. 따뜻한 이웃의 정과 익숙한 생활 여건이 와 닿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끼리는 이심전심으로 정다운 이웃이다. 그렇지만 2% 부족함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에 비해 말과 행동이 살갑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 복도에서 외국인과 마주치면 눈인사와 함께 인사말을 듣기 때문이다. 그들은 습관처럼 인사를 한다. 목석같은 나도 해외여행 시 며칠만 지나면 그 사람들을 따라 하게 된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금 익숙해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인사를 건네 자연스러워진다. 그들의 언어습관이 가히 본받을 만하다. 그들의 언어에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우리 말과 글도 손색없이 훌륭하지만, 살갑게 인사하는 단어가 부족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의 오랜 생활 습관이 작용한 것 같다. 촐랑이는 가벼움보다 이심전심이 더 진심이고 무게 있다고 여기는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제는 마음에 담아 두는 것보다 표현하는 시대적 조류에 익숙해져야 한다. 덕담 잘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새해뿐만 아니라 평시로 이어진다면 가장 인사성 밝은 민족이 될 것이다.
남에 대한 배려는 주로 말투(a tone of speech)로 나타난다. 퉁명스러운 말투는 들어온 복도 깨뜨린다. 평소에 발성 연습을 해보자. 말의 영향력은 아주 크다. 말의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고, 빠르게 창조를 일으킨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듯이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짓는다. 자나 깨나 ‘감사합니다!’를 쉬지 않고 반복했던 말기 암 환자는 한순간에 암세포가 사라졌다고 한다. 만년 꼴찌에게 칭찬 교육을 시켰더니 우등생이 되었고, 10년간 적자로 허덕이던 기업이 직원들 덕담 훈련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혼 위기의 부부에게 언어 습관을 교정시켰더니, 문제가 사라지고 다시 행복하게 살았다는 통계도 있다.
좋은 말 열 번 해도 나쁜 말 한 번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한다. 농작물에도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말을 계속하면 좋은 품질을 다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도 욕을 먹으면 계속 속 썩인다. 물질 기계도 사람의 언어에 감응하기 때문이다. 말의 파장은 만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매일 덕담을 가급적 많이 해 보자.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기적이 일어난다.
※ 2024. 1. 9. 영남경제신문 게재